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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가 학대받는 아동을 구한다

영국에는 아동학대 신고 의무제가 없다. 시민단체 ‘맨데이트 나우’는 아동학대 신고 의무 도입을 위해 만들어진 아동보호
입법 압력단체다. 톰 페리 맨데이트 나우 설립자를 만났다.

런던·변진경 기자 alm242@sisain.co.kr 2018년 07월 10일 화요일 제56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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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데이트 나우(Mandate Now)’는 아동학대 신고 의무(Mandate Report·MR) 도입을 위해 만들어진 아동보호 입법 압력단체다. 이 단체가 요구하는 ‘아동학대 신고 의무제’는 학교, 어린이집, 스카우트, 종교단체 등 아이들이 많은 시간을 보내는 규제 활동(Regulated Activitiy) 기관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아동학대 의심 정황을 발견하면 지방 당국에 신고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이다. 현재 사실상 권고 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는 이 신고 의무를, 위반 시 벌금을 매기는 방식으로 강력하게 바꾸자는 게 맨데이트 나우의 주장이다. 1960~1970년대 영국의 사립학교 칼디콧 스쿨에서 일어난 아동 성 학대 사건의 피해자이기도 한 톰 페리 맨데이트 나우 설립자는 “아동학대 신고 의무가 없는 아동보호 시스템은 연필심 없는 연필과도 같다”라고 말한다.

ⓒ시사IN 조남진
톰 페리 ‘맨데이트 나우’ 창립자.

한국에도 2014년 도입된 아동학대 신고 의무제(MR)가 영국에 없다는 게 놀랍다.

정부 당국자는 물론이고 교사, 사회복지사 등 전문가들도 영국에 MR이 존재한다고 믿었다. 그런데 2005년 칼디콧 스쿨 성 학대 사건의 피해자로서 정부기관 사람들을 만나고 조사하면서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했을 때 학교 운영자나 교사 그 누구도 신고할 법적 의무가 없다. 신고하라는 지침(guidance)은 있지만 법적 책임을 동반한 의무가 아니고 오직 ‘그럴 것’이라는 희망에 기댈 뿐이다.

MR이 없으면 어떤 문제가 생기나?

많은 아동학대 사건이 은폐되고 지속된다. 2012년 한 사립학교에서 교사가 학생을 학대했다. 부모가 학교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학교 운영자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결국 그 교사는 학교에 남아 아이들을 계속 학대했다. 2015년에는 한 특수학교 교사가 익명으로 BBC 라디오 방송에 전화를 걸었다. 그녀는 한 여학생이 학교에서 성적 학대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교장에게 보고했지만 교장은 이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길 원하지 않았다. 교사는 내부 제보자로서 신고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고 했다. 자신이 싱글맘이고 직장을 잃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교사는 MR이 있다면 신고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낸 MR 입법안은 규제 기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신고 의무를 지우는 동시에 내부 고발자로서 받을 불이익을 막아주는 조항도 담고 있다.

영국에서 왜 이 제도가 빠졌을까?


아동보호 프레임이 가정에서 일어나는 아동학대를 방지하는 데 주로 맞춰졌기 때문이다. 외부에서 상시적으로 아이들을 만나는 사람들에게 신고 의무를 부여해야 가정 내 아동학대도 근절될 수 있다. 또한 영국 정부는 이 법이 도입되면 신고량이 급증해 비용이 늘어날까 봐 겁을 내고 있다. 경찰, 사회복지사 등 관련 분야 업무가 늘어나고 인력 수요가 커질 것인데 정부가 결코 원하지 않는 결과이기 때문이다.




실제 과부하가 걸리지 않을까?

오스트레일리아 사례를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처음에는 아동학대 신고 건수가 증가하다가 나중에는 오히려 줄었다. 실제 아동학대가 감소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리고 실제 신고가 폭증한다 하더라도, 차에 타면 안전벨트를 매야 하고 음주운전을 처벌해야 하는 것처럼 필요한 일은 법으로 규제해야 한다.

한국은 영국에서 무엇을 배워야 할까?

보기에 그럴듯하고 화려한 프레임을 만드는 것보다 그것이 실제 작동하게 만드는 마인드 세팅이 더 중요하다. 그리고 그 마인드 세팅이란 바로 돈이다. 최근 계속 아동보호 예산을 감축하고 있는 영국 정부는 아이들이 스스로를 지키길 바란다. 하지만 일곱 살, 열 살 된 아이들이 어떻게 성인과 대항해 스스로를 돌볼 수 있겠나? 마치 타이슨과 함께 권투 링에 올려놓고 이기라고 하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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