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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 평화와 생태의 땅 될까

DMZ(비무장지대)는 1953년 7월27일 체결된 정전협정과 함께 탄생했다. 이후 65년 동안 DMZ의 시계는 멈춰 섰다. 이 시계를 어떻게 돌릴 것인가.

이오성 기자 dodash@sisain.co.kr 2018년 07월 10일 화요일 제56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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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Demilitarized zone·비무장지대)는 역설의 땅이다. 비무장을 표방하지만 그 일원은 수백만 개 지뢰를 비롯해 단위면적당 세계에서 가장 많은 중화기로 가득 찬 ‘중무장지대’다. 한반도 허리 250㎞를 동서로 끊어놓은 철조망은 인간의 개발을 막아 이 땅에 둘도 없는 생태의 보고를 만들었다. 면적은 907㎢(약 3억 평)로 한반도 전체 면적의 0.4%에 불과하지만, 생태적 측면이나 정치·경제적 측면에서 그 가치는 상상 이상이다.

10여 년 만에 찾아온 남북 해빙 무드는 이 가치를 극대화했다. 4·27 판문점 선언에서 남북 두 정상은 “앞으로 비무장지대를 실질적인 평화지대로 만들어나가기로 하였다”라고 밝혔다. 이른바 ‘DMZ의 DMZ화’다. DMZ를 평화지대로 만들자는 합의가 남북 정상회담에서 이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07년 남북 정상회담에서도 DMZ를 평화적으로 이용하는 문제가 다뤄졌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아직은 때가 아니다”라며 거절한 바 있다.

ⓒ연합뉴스
강원도 철원의 평화전망대에서 바라보는 DMZ(비무장지대).
4·27 판문점 선언에 DMZ를 평화지대로 만들자는 합의가 담기면서 그 가치가 주목받고 있다.

‘때’가 오기를 기다린 쪽은 아무래도 남측이다. 6월 지방선거 때 경기 북부와 강원도의 중요한 이슈 중 하나가 DMZ 개발 문제였다. 여야 가릴 것 없이 모두 DMZ를 생태와 평화의 땅으로 개발하겠다고 나섰다. 한국관광공사 같은 유관기관과 경기도, 강원도는 벌써부터 DMZ가 내·외국인에게 폭발적으로 인기를 끄는 관광지가 될 것이라 내다보고 준비 중이다. 경기도 파주, 강원도 철원 등 관광 거점이 될 지역에서는 뮤직 페스티벌 등 각종 문화 행사를 통해 DMZ의 상징성을 알리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가장 주목받는 것은 역시 경제 가치다. 주식시장에서는 환경생태 복원 전문기업을 중심으로 각종 ‘DMZ 테마주’가 들썩인다. 최근에는 DMZ 지뢰 제거와 관련한 사업 계획을 발표한 한 건설기업의 주가가 치솟기도 했다.

이처럼 DMZ가 주목받는 배경에는 문재인 정부가 공약한 ‘한반도 신경제지도’ 프로젝트가 있다. 동쪽으로는 남북이 공동으로 금강산-원산·단천-청진·나선을 개발한 뒤 러시아까지 연결하는 ‘동해권 에너지·자원벨트’를, 서쪽으로는 수도권-개성공단-평양·남포-신의주를 연결하는 ‘서해안 산업·물류·교통벨트’를 구축한다. 그리고 그 가운데 한반도 허리를 잇는 ‘DMZ 환경·관광벨트’가 있다. 생태·역사·안보 관광 잠재력이 풍부한 접경지역을 개발해 궁극적으로 ‘통일경제 시범특구’를 만들자는 것이다.

이런저런 DMZ 개발 계획은 아직 장밋빛 전망에 가깝다. 특히 지방선거 때 경기 북부와 강원도를 중심으로 쏟아진 DMZ 개발 공약은 과거 이명박 정부가 추진했던 ‘접경지역 발전 종합계획’과 흡사하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접경지역에 속한 15개 시·군의 규제를 풀어 지역 발전을 도모하려 했다. 인천 강화에서 강원도 고성에 이르는 민통선 지역에 총 495㎞ 자전거 길을 만들어 ‘DMZ 세계 MTB 대회’를 개최하고, 판문점 주변에 유엔 평화회의장, 유엔 평화대학 등을 설립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이명박 정부는 북한 체제의 지속가능성을 낮게 봤기 때문에 민간자본 투자 문제 등 예측되는 장애물을 낙관적으로 봤다. ‘DMZ 부동산 투자 계획’이나 다름없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DMZ 관련 개발 계획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단어는 ‘평화’와 ‘생태’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도 두 단어를 앞세워 개발 계획을 세웠다. 문재인 정부와 차이점이 있다면 남북관계를 경색시키면서 말로만 평화를 강조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과거 정부의 DMZ 관련 계획은 보수 언론이 대대적으로 홍보했음에도 주목을 끌지 못했다.

“DMZ 개발은 다음 세대가 결정하자”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이던 2015년 8월16일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을 발표했다.

생태 가치의 경우 아직은 반쪽짜리다. DMZ 곳곳에는 군사적 이유로 황폐화된 불모지가 광활하게 존재한다. 2006년 민간인 최초로 DMZ 일대를 종주하고 2015년 <지구상의 마지막 비무장지대를 걷다>를 펴낸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에 따르면 DMZ 남방한계선 북쪽 방향 50m가량이 군사적으로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모든 수목과 풀이 제거되어 있다. 철책선 전 구간이 그렇다. 이미 산림 황폐화가 심각한 북쪽도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것이다. 서재철 전문위원은 “한반도 전체 관점에서 보면 비무장지대의 실체가 아직 온전하게 세상에 드러나지 않았다”라며 남북한이 공동으로 DMZ의 생태적 가치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예 DMZ 개발을 유보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서울시 남북교류협력위원인 유재심 박사(서울대 환경계획연구소)는 “우리 세대는 DMZ 불모지를 복원하고 남북이 왕래할 수 있는 통로를 개통하는 선에서 멈추고, 이후 개발 여부와 방향은 한반도 평화체제의 주인공이 될 다음 세대가 결정하도록 하자”라는 주장을 펼친다. 이를 위해 DMZ 일원의 땅을 ‘개발 유보지’로 지정하자는 것이다. 개발 유보지는 그린벨트와 다르다. 전통 산업의 쇠퇴, 인구절벽 등 현 단계에서 예측하기 어려운 미래의 변화를 감안해 개발 계획 수립을 한동안 미루는 것이다. 합의에 따라 유보 기간은 몇 년 또는 몇십 년이 될 수도 있다.

아주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DMZ는 물론 그 일원에 수백만 개가 묻혀 있는 ‘지뢰’다. 전쟁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땅속 깊이 또는 나무뿌리에 얽혀 인위적으로 제거하기 어려운 지뢰가 셀 수 없이 많다. 얼마나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들어갈지 추산하기조차 어렵다. 이 지뢰 제거 문제를 해결할 방안이 나올 때까지 개발을 유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명이 100년 이상 되는 것으로 알려진 플라스틱 대인 지뢰의 기능이 다할 때까지 향후 30년 이상 개발을 멈추는 국민적 합의를 도출할 수도 있다. 그 기간에 DMZ 일원이 한반도의 ‘큰 숲’으로 변하리라는 기대도 있다.

DMZ는 1953년 7월27일 체결된 정전협정과 함께 탄생했다. 정전협정 제1조 1항은 “한 개의 군사분계선을 확정하고 쌍방이 이 선으로부터 각기 2㎞씩 후퇴해 비무장지대를 설정한다”이다. 이후 65년 동안 DMZ의 시계는 멈춰 섰다. 이 시계를 어떻게 돌릴 것인가. 문재인 대통령이 6월11일 제시한 ‘북한 비핵화 3원칙’에 해법이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긴 호흡으로, 남북이 대화하며, 한반도 문제의 주인공은 우리라는 자세로’ DMZ를 바라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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