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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에 아베만 홀로 남아

기무라 아키라 교수는 아베 정권의 대미 종속 노선과 편향된 동아시아 전략을 비판해왔다. 그는 “‘최대한의 압력’만을 중시해온 대북 적대 정책이 일본 스스로를 고립시켰다”라고 말했다.

도쿄·이령경 편집위원 webmaster@sisain.co.kr 2018년 07월 03일 화요일 제56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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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면서 대북 압박만을 강조하던 일본 아베 정권의 처지가 궁색해졌다. 아베 정권의 대미 종속 노선과 편향된 동아시아 전략을 비판해온 기무라 아키라 교수(가고시마 대학·평화학)를 만났다. 평화 연구가이기도 한 그에게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의 의미를 물었다.


지난해 전쟁 발발 위기 상황에서 한반도 평화 구축 프로세스로 북·미 긴장 사태가 순식간에 호전된 최대 요인은 뭐라고 보는가?

무엇보다 문재인 대통령의 존재가 크다. 문 대통령의 ‘미래 지향적이고 전략적인 사고’에 근거한 용기 있는 결단과 주도적 역할이 큰 요인이었다. 지난해 말까지 중국과의 관계도 악화되어 고립된 북한에 손을 내민 이가 문 대통령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북한에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제안했고, 지난해 9월 유엔 총회에서도 북한의 참가를 재차 제안했다. 문 대통령과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의 협력이 있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월1일 신년사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의사를 피력했고, 마침내 북한이 참가했다. 3개월 후 문 대통령은 판문점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켰다. 그리고 한·미 연합 군사훈련 용인 등 북한의 유연한 대응을 이끌어 북·미 정상회담의 가교 역할을 해냈다.

ⓒYouTube 갈무리
기무라 아키라 교수(위)는 중국과 북한을 적대시하고 이를 이용하는 아베 정권을 비판했다.
미·일 양국에서는 ‘비핵화 시기, 검증 방법 등 구체적인 대책이 빠져 있다’, ‘북한에 너무 많이 양보했다’는 점에서 실패라는 등 부정적인 평가나 평론이 많다.

그것은 잘못된 견해이며 정곡을 벗어나 있다. 왜냐하면 이번 북·미 정상회담의 최대 목표는 비핵화라기보다 비핵화로 가기 위한 양국 간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무사히 개최된 것만 해도 의미가 크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개시 합의가 이뤄졌다는 점은 대단히 획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8월 예정된 한·미 연합 군사훈련의 중단을 시사하고 향후 주한 미군 축소와 철수에 대해 언급한 것도 주목해야 한다. 이는 선거운동 때부터 밝혀온 트럼프 대통령의 지론이며, 미국은 더 이상 ‘세계의 경찰’ 노릇을 계속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셈이다.

이번 합의 내용에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가 아닌 단계적 비핵화라고도 해석할 수 있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들어간 것도 일본에서는 비판의 대상이다.


CVID는 북한에 전면적인 양보를 강요하는 미국의 일방적인 요구다. 북한이 받아들이기 힘든 ‘리비아 방식(전면적으로 핵과 미사일을 포기하게 하고 힘으로 정권을 전복시키는 방식)’과 연계된다. 공동성명에 들어가 있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는 지극히 타당한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한반도의 평화 프로세스는 어떻게 구축되어야 하나?

4월 남북 정상회담과 이번 북·미 정상회담으로 그 실마리가 마련되었다고 볼 수 있다. 북·미 정상회담은 향후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서로를 초대하는 형식으로 이어질 것이다. 미래 지향적인 전략적 사고로 동아시아에 새로운 평화 질서가 구축되길 바란다. 이번 공동성명에 들어가 있지 않은 북·미 양국의 ‘한국전쟁 종결 선언’뿐만 아니라, 미국과 북한, 한국과 중국 4개국이 평화협정을 체결해야 한다. 이를 통해 북한 ‘체제 보장(미국의 선제공격으로 체제 전환하는 것을 포기)’과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최종적으로 실현될 것이다.

ⓒEPA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사학 스캔들로 위기에 몰리면서 아베 내각 총사퇴를 주장하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아래는 4월 도쿄에서 열린 아베 퇴진 요구 시위 모습.
2017년 가을, 연구자들과 함께 <중국·북한 위협론을 넘어서-동아시아 부전(不戰) 공동체의 구축>이라는 책을 펴냈다. 책에서 중국과 북한을 노골적으로 적대시하고 위기를 조장하며, 이를 국내 정치에 이용하는 아베 정권을 비판했다. 일본 정부는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되고 한 달 후인 5월16일에도 북한의 미사일 공격을 상정한 ‘전국순간경보시스템(J얼럿)’ 훈련을 실시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 몇 년간 유엔 결의에 따른 북한 제재뿐만 아니라 독자적인 추가 제재를 실시하고 미·일 군사 일체화로 대북한 억지력을 강화한다면서 일관되게 강경 자세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최대한의 압력’만을 중시하고 ‘대화를 위한 대화는 무의미하다’는 식의 대북 적대 정책은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한반도 평화 구축 과정에서 일본 스스로를 완전히 고립시켰다. 게다가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을 전제조건으로 삼는 경직된 태도를 고수해왔다. 이러한 일본 정부의 대응에 의문이 든다. 2002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일본 총리의 북한 방문으로부터 16년이 지났지만 납치 문제에 진전이 없다. 가장 큰 이유는 일본 정부가 일본인 납치 문제를 그저 정치적으로만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5월25일 북·미 정상회담 취소 발언 직후 아베 총리가 지지 발언을 한 것에서도 알 수 있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일본 정부의 역할은?

일본 정부는 한반도의 분단과 한국전쟁 개입이라는 식민지·전쟁 책임을 직시하고 한반도의 화해와 남북 자주 평화통일을 위해 협력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리고 강제 연행이나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도 성심과 성의를 다해 반성하고 사죄와 배상을 해야 한다. 그런데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성의 있는 조치를 취하더라도 일본인 납치 문제의 완전한 해결이 없으면 계속 제재나 압력을 가하고 경제 지원도 없다는 자세를 고수하고 있다. 이런 협소하고 시대를 역행하는 자세를 바꾸지 않는다면, 일본 국민들은 강한 의지를 가지고 본격적으로 대미 종속과 국제적 고립을 탈피하기 위한 정권 교체를 이뤄내야 한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으로 이어지는 정권을 창출해낸 한국을 따라 일본에서도 호소카와 모리히로-하토야마 유키오 정권을 이어받아 대미 자립 지향의 정권을 하루빨리 만들어내야 한다.

동아시아에서 냉전의 최전선 역할을 해온 오키나와에도 큰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앞으로 거듭될 북·미 정상회담에서 한국전쟁 종결 선언이 이뤄지면, 휴전협정 당사자인 유엔군사령부는 해체될 것이고 이와 연동해 주한 미군만이 아니라 주일 미군, 특히 오키나와 미군 기지의 축소 혹은 철수가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지금 동아시아 냉전 구조 종식으로 이어지는 ‘세계사의 큰 전환점’을 목격하고 있다. 동아시아 부전(不戰) 공동체 구축의 기회가 다가오고 있다. 새로운 안전보장 전략을 세워 이 기회를 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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