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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앞에 놓인 숫자들

고제규 편집국장 unjusa@sisain.co.kr 2018년 06월 25일 월요일 제56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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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잘못 본 줄 알았다. 자료를 다시 봐도 2명이 맞았다. 2003년 한국의 난민 실태를 취재할 때였다. 1992년 난민 협약에 가입한 한국이 그때까지 인정한 난민 숫자였다. 2001년 2월에야 ‘1호 난민’이 나왔다. 에티오피아 출신 ㄷ씨였다. 전도사인 그는 에티오피아 반정부 단체 오로모 해방전선 활동을 인정받았다. 취재 당시 난민 신청을 한 사람은 164명. 인정률 1.2%. 난민 협약에 가입한 130여 개국 가운데 첫손에 꼽힐 만큼 난민 인정에 인색했다.



‘8’ 2007년 미얀마(버마) 출신 난민 신청자를 취재할 때였다. 난민 인정을 거부당한 이들은 법무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 승소, 2심 승소. 하지만 법무부는 항소와 상고를 거듭했다. 패소한 정부는 대법원까지 소송을 이어갔다. 법무부 논리는 간명했다. 체류 연장을 노린 난민 신청을 가리기 위해 대법원 판결까지 받겠다고 했다. 당시 취재 때 만난 이는 8년 넘게 소송을 이어가고 있었다.

‘4.1’ 2013년 아시아에서 처음 한국은 난민법을 제정했다. 2003년보다, 2007년보다 나아졌으리라 여겼다. 착각이었다. 2018년 5월 현재 난민 인정률 4.1%. 전문가들은 스스로 난민 신청을 취소한 이들을 감안하면 3%대 인정률이라 보고 있다. 지금까지 누적 난민 신청자는 4만470명. 이 가운데 2만361명의 심사가 끝났고 839명만이 난민으로 인정받았다. 세계 평균 난민 인정률 38%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2007년 취재 때와 똑같이 정부는 지금도 난민 소송에 패소하면 항소와 상고를 거듭한다. 논리도 똑같다.

‘4만4500’ 6월19일 발표된 유엔난민기구의 연간 글로벌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까지 전 세계에서 6850만명이 집을 잃었다. 지난 한 해에만 1620만명이 살던 곳을 떠났다. 매일 평균 4만4500명, 2초마다 한 명씩 집을 잃는다. 유엔난민기구 동향 보고서는 서구 중심의 뉴스 프레임도 깬다. 독일이나 스웨덴 등 부자 나라가 가장 많이 난민을 받았을 것이라고 여기는데, 최대 난민 수용국은 시리아 난민 350만명을 수용하고 있는 터키다. 레바논은 자국 인구 대비 최다 난민 수용국이다.

‘1’ 제주도에 예멘 출신 난민 신청자가 몰렸다. 혐오와 연대가 공존하는 그곳에서 내가 주목한 숫자는 ‘1’이었다.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 난민 전담 심사관은 1명. 단 1명이 500여 명의 예멘 난민 신청자를 심사하고 있었다. 1호 난민을 인정한 뒤 17년이 지난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1호 난민이었던 에티오피아 출신 ㄷ씨는 대한민국에서 살기 힘들다며 이탈리아로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 크게 붙은 ‘열린 이민행정 하나 되는 대한민국’이라는 문구를 한국을 찾은 낯선 이웃들이 읽지 못해 그나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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