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ck 3d gpu
바로가기
메뉴로 이동
본문으로 이동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webmaster@sisain.co.kr 2018년 06월 22일 금요일 제562호
댓글 0
당신의 노후
박형서 지음, 현대문학 펴냄

“국가는 모든 죽음을 부검할 만큼 한가하지 않다. 그게 다 국민의 세금이다.”

박형서 작가가 4년 만에 내놓은 신작 소설은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초고령 사회의 한국에서 국민연금공단의 위상은 지금과 전혀 다르다. 노인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공단은 과다 수급자들을 제거하기 위한 TF를 운영한다. ‘국가의 노화한 세포’를 처리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타살이 아닌 것처럼 보여야 한다. 언뜻 자연스러워 보이는 노인 자살 사건의 배후에도 이들이 있다. 국민연금공단 노령연금 TF 팀장으로 일했던 장길도 역시 나이가 들어 퇴직한다. 그는 아내 한수련이 자기 몰래 노령연금을 부어왔으며 과다 수급자로 적색 리스트에 오른 사실을 알게 된다. 장길도는 질 싸움인 걸 알면서도 전 직장인 국가에 맞선다. 속도감 있는 전개가 강점이다. 그럴 법한 세상에 대한 묘사가 공감되면서도 섬뜩하게 다가온다.




천재의 발상지를 찾아서
에릭 와이너 지음, 노승영 옮김, 문학동네 펴냄

“천재는 무작위로 나오는 게 아니라 무리지어 등장한다.”


천재의 창조성이란 대체 무엇인가? 지적인 여행작가 에릭 와이너는 이 질문이 틀렸다고 주장한다. 그가 보기에 맞는 질문은 이것이다. “창조성은 어느 장소에 있는가?” 천재는 유전되지 않고, 노력으로 만들어지지도 않는다. 천재는 특정 시기와 장소에서 한꺼번에 쏟아진다.
와이너는 고대 아테네부터 21세기 실리콘밸리까지 천재가 쏟아져 나온 도시를 여행하며, 공간이 만들어내는 천재의 비밀을 특유의 유쾌한 문장으로 해부해 보여준다. 한 천재를 키우는 데는 한 도시가 필요하다. 와이너는 자신이야 이미 중년이라 천재가 되기는 글렀으니, 아홉 살 난 딸에게 중요한 교훈을 찾아주기 위해 이 여행을 시작했다고 썼다. 책 전체에서 가장 납득하기 어려운 문장이다. 이런 걸 쓴 사람이 천재가 아니라고?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
김혼비 지음, 민음사 펴냄

“축구로 입문하는 과정 자체가 이미 하나의 축구인 것이다. 그런데도 세상에는 축구를 하는 여자들이 있다.”

축구를 보다 보니 축구를 하고 싶어졌다. 축구는 애매한 운동이다. 어딘지 모르게 ‘아저씨 냄새’가 배어 있는. 게다가 일상생활에서 써먹을 데도 없다. 길에 굴러다니는 우유팩이나 쓰레기를 쓰레기통 앞까지 몰고 가는 정도? 결정적으로 접근성이 낮다. 다른 운동처럼 여기저기 배울 곳이 없다. 2년 넘게 틈틈이 인터넷을 뒤졌다. 어쩌다 찾은 팀은 초보를 원하지 않았다. 그러나 저자는 결국 발견하고 만다. ‘초보자도 환영합니다.’
그저 축구가 좋아서 시작한 일이지만 저자와 저자가 속한 축구팀의 여자들은 “여자가 ○○를(을) 한다고?”라는 문장에서 ‘축구’라는 단어 하나를 빼는 일을 하고 있다. 이 책은 축구 이야기지만, 축구에 머물지 않는다. 세상이 여성 앞에 그어둔 금을 넘는 이야기다.




중국의 미래, 싱가포르 모델
임계순 지음, 김영사 펴냄

“나의 꿈은 중국에 싱가포르 같은 도시를 1000개 세우는 것이다 (덩샤오핑).”


덩샤오핑은 중국에 싱가포르 같은 도시가 1000개 생기는 것을 소망했다. 시진핑 또한 중국의 꿈을 ‘싱가포르 모델’에 두고 실현하고 있다. 중국 간부들 사이에서는 “당신 싱가포르에 갔다 왔나?”가 인사말이다. 중국은 싱가포르 모델을 목표로 두고, ‘강한 정부+자유 시장경제’에 도전하고 있다. 작은 도시국가이면서 세계 일류 국가로 성장한 싱가포르의 힘은 과연 무엇일까?
중국 전문가 임계순 교수가 날카로운 시각과 독보적인 연구로 중국의 ‘싱가포르 드림’을 탐사 연구한 역작이다. 중국이 개혁 개방의 길을 선포한 이래 중국의 변화와 미래를 예리하게 전망했으며, 싱가포르의 국가 운영 메커니즘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세계 일류 국가로 올라서게 만든 힘을 밝혀냈다.




어리석은 자는 죽어야 한다
하라 료 지음, 권일영 옮김, 비채 펴냄

“병원이 가장 잘하는 일은 생명에 가격표를 매기는 짓이다.”


한겨울의 일본 신주쿠. 한 여인이 탐정 사무소를 찾아와 부친의 누명을 벗겨달라고 호소한다. 거칠지만 낭만적인 마초 탐정은 수사에 나서자마자 급작스러운 총격과 겹겹의 음모에 부닥치다가 결국 경악할 만한 진상을 접하게 되는데….
어쩌면 하드보일드 장르의 문법에 지나칠 정도로 충실해 보이지만 <어리석은 자는 죽어야 한다>는 매우 특별한 소설이다. 탐정 사와자키가 등장하는 작품 4편만으로 ‘일본 하드보일드의 전설’ 자리에 등극한 작가 하라 료가 10년 만에 재개한 ‘사와자키 시즌 2’의 첫 작품이기 때문이다. 서구 사회에서 탄생한 하드보일드라는 장르를 일본의 대중문화가 얼마나 철저히 모방하고 재창조하면서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는지 이 작품을 통해 음미해봐도 좋다.




분노의 시대
판카지 미슈라 지음, 강주헌 옮김, 열린책들 펴냄

“오늘날 젊은이들은 집단 정체성에서 위안을 구하고 새로운 공동체라는 환상으로 도피한다.”  


이슬람 급진 세력의 잔혹한 테러, 소셜 미디어의 여성혐오와 트럼프의 당선에 이르기까지, 과연 그 뿌리는 무엇일까. 인도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히말라야 한 산골에서 책읽기에 몰두하다 지성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저자는 ‘분노’라고 답한다.
그는 시계를 과거로 되돌린다. 19세기 유럽에서 자본주의가 발흥하면서 정치적·경제적·사회적 무질서가 뒤따랐고, 이는 세계 대전과 전체주의 정권, 종족 학살을 초래했다. 이후 유럽의 제국주의를 통해 근대성을 경험했던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많은 지역이 오늘날 서구가 겪은 부정적 경험을 거울처럼 되풀이하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과거 유럽 젊은이가 느꼈던 불안과 분노가 지금 세계 젊은이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저작권자 ⓒ 시사IN (http://www.sisai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