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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시스트의 귀재’ 터키 대통령 도우려다…

터키계 독일 축구 선수 외질과 귄도간이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함께 찍은 기념사진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독일 국가대표팀 선수가 터키 선거에 ‘악용’되는 일을 용납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프랑크푸르트·김인건 통신원 webmaster@sisain.co.kr 2018년 06월 13일 수요일 제56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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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계 독일 축구 선수 메수트 외질(아스널 소속)과 일카이 귄도간(맨체스터 시티 소속)은 영국 프리미어 리그에서 뛴다. 두 선수는 지난 5월13일(현지 시각) 런던의 한 호텔에서 레제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을 만났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초청을 받은 그들은 각각 유니폼을 증정하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귄도간은 유니폼에 “존경을 담아 나의 대통령에게”라고 적었다. 이 사진은 5월14일 아침 터키 집권당인 정의개발당의 공식 트위터 계정에 게재되어 퍼져나갔다.

사진은 일파만파 논란을 불러왔다. 독일에서 외질과 귄도간은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지난 4월 개헌을 통해 독재자의 길을 가고 있는 에르도안의 선전에 두 선수가 협력했다는 것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6월24일 예정된 대통령 선거에 맞춰 해외 거주 터키인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해외 거주 터키 유권자는 약 300만명으로 전체 유권자(약 5900만명)의 5%가량이다. 해외 거주 유권자 300만명 가운데 120만명이 독일에 살고 있다.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은 5월14일 외질과 귄도간이 에르도안의 의도를 몰랐다고는 상상하기 어렵다고 보도했다.

ⓒReuter
독일 축구 선수 귄도간과 외질이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을 만나 기념사진을 찍었다(왼쪽부터).
독일축구협회장 라인하르트 그린델은 5월14일 트위터에 “축구라는 스포츠와 독일축구협회는 에르도안이 존중하지 않는 가치의 편에 있다. 우리 국가대표팀 선수가 에르도안의 선거 계략을 위해 악용된 것은 좋지 않다”라고 썼다. 또한 여러 정치인들이 두 선수를 비판하는 의견들을 쏟아냈다. 터키계인 쳄 외츠데미어 전 녹색당 대표는 “독일 국가대표의 대통령 이름은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이고, 총리는 앙겔라 메르켈, 국회는 독일연방의회이다”라고 비판적 의견을 피력했다.

이번 사건 이전에도 독일에 살면서 에르도안을 지지하는 터키인들은 논란의 대상이었다. 여러 여론조사에 따르면 독일에 살고 있는 터키인 중 60% 이상이 에르도안을 지지한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는 독일에 거주하는 터키계 독일인들이 에르도안을 지지하는 이유를 이렇게 분석했다. “터키인들에게 에르도안은 터키를 유럽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만든 최초의 정치인으로 받아들여진다. 에르도안이 해외에 거주하는 터키인들의 민족 정체성을 강화시키고 있다.” 또 이 방송은 “이런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이민자들의 사회통합 문제가 제기되지만 외질이나 귄도간이 독일 사회에 통합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 이 문제는 통합보다는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와 민주주의 교육에 관한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한 사람이 두 개의 고향을 가질 수도 있다”

5월19일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터키의 친정부 언론이 이번 사건을 어떻게 보도하는지 심도 깊게 다루었다. <슈피겔>에 따르면 터키 일간지 <사바(Sabah)>는 “독일인들의 진짜 문제는 터키인 혐오”라며 사건을 ‘비틀어’ 보도했다. <사바>는 “당신의 사회 통합이 사진 한 장 때문에 실패한 것으로 평가된다면, 당신은 알아야 한다. 독일은 단 한 번도 당신의 고향인 적이 없다는 것을”이라는 선동적 내용을 담고 있다.

여론이 악화되자 외질과 귄도간은 5월19일 독일 대통령 슈타인마이어를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외질은 “나는 독일에서 자랐고, 독일의 편에 서 있다”라고 말했다. 귄도간 또한 “독일이 나의 나라이며 나의 팀”이라고 말했다.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면담 후 페이스북에 자신이 독일 통일의 날 행사에서 했던 발언을 올렸다. “한 사람이 두 개의 고향을 가질 수도 있고, 새로운 고향을 발견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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