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등록’ ‘논문 등록’ ‘수료 등록’ ‘수료 연구생’ ‘대학원 연구생’, 명칭은 조금씩 다르지만 모두 같은 대상을 지칭하는 용어이다. 대학원 과정을 수료한 대학원생은 학위논문을 완성하여 졸업하기까지 일정 금액을 학교에 납부하고 ‘어떤 신분’을 얻어야만 한다. 그 신분을 내가 다니는 대학에서는 ‘연구 등록(생)’이라 하고, 학교에 납부하는 돈을 ‘연구등록비’라 부른다.

일반대학원 학사제도를 간단히 소개하면, 석사과정에선 24학점 이상, 박사과정에선 36학점 이상을 각각 4학기 동안 이수하게 되어 있다. 즉, 4학기(2년)의 학사과정을 마친 대학원생은 논문을 완성할 때까지 ‘수료생’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 대학에서는 이 수료생도 공짜로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계열별·전공별로 차이가 있긴 하지만 석사 학위논문의 경우 석사과정 수료 후 1년 이내에 완성하여 졸업하는 것이 보통이므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진짜 문제는 박사 수료생들에게 일어난다.

ⓒ박해성 그림

적어도 내 전공 분야에선 박사과정 4학기 안에 박사 학위논문 주제를 결정하고 자료를 수집해서 집필까지 완료하는 천재 대학원생을 본 적이 없다. 기초 학문을 표방하는 거의 모든 전공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박사논문이 통과되기까지는 짧아도 수료 후 2~3년, 길면 5~6년 이상이라는 시간이 걸린다. 이는 타고난 재능의 문제가 아니라, 해당 학문 분야의 전문가인 ‘박사 학위자’로서 갖춰야 할 필수적인 학술 지식을 쌓는 데에 기본적으로 그 정도의 물리적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과정을 마친 대학원생들은 수료생이 되어 졸업까지 몇 년이라는 시간을 보낸다. 곤충의 일생에 비유하면 수료생 시절은 번데기 단계 같은 것이다. 갑갑하고 무력하지만 꼭 거쳐야만 하는, 어떻게든 참아내야만 하는 시간이다.

‘수료(修了)’는 ‘일정한 학과를 다 배워 끝냄’이라는 뜻이다. 상식적으로 볼 때, ‘일정한 학과를 다 배워 끝낸’ 사람이 그 ‘끝냄’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돈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 이해되는가? 대동강 물 팔아먹던 봉이 김선달도 한 수 접어줄 만한 일이다. 그런데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2016년에 동국대학교 일반대학원 총학생회에서 서울 소재 주요 대학 30여 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학위과정을 수료한 대학원생들은 적게는 등록금의 2%부터 많게는 50%에 달하는 금액을 연구등록비(위에서 언급했듯 명칭은 학교별로 다양하다) 명목으로 납부하고 있다. 대학에 따라 등록금의 50% (약 250만원)에 해당하는 금액을 1회 납부하는 학교가 있는가 하면, 2~20%(10만~100만원) 정도의 금액을 최소 2학기에서 최대는 졸업 시점까지 매 학기 내는 경우도 있었다. 거의 모든 대학에서 연구등록비를 미납한 대학원생은 학위논문 심사 절차를 진행할 수 없게 되어 있다.

‘대학원 연구등록비’ 폐지할 수 있을까

현행 대학원 연구등록비 징수는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근거한다. ‘대학원의 학위과정을 수료한 자는 학칙이 정하는 바에 따라 당해 대학원에 논문 준비 등을 위한 등록을 할 수 있다’는 조항(제50조 1항)이다. 그러나 현행 연구등록비를 단지 ‘등록’을 위한 것이라고 보기엔 분명 그 금액이 지나치게 크다. ‘시설이용료’나 ‘논문 심사를 위한 행정비용’이라고 보자니 ‘등록을 위한 비용’이라는 징수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

올해 초, 사용 목적상의 구분이 애매했던 ‘대학입학금’이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거쳐 폐지된 바 있다(대학입학금 폐지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그렇다면 징수를 위한 법률 근거조차 미약한 ‘대학원 연구등록비’ 또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 폐지할 수 있지 않을까? 학부보다 훨씬 비싼 등록금을 부담하고 있는 대학원생들에게 ‘수료’까지 강매하는 것은 너무 잔인하지 않나.

기자명 홍덕구 (인문학협동조합 조합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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