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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게해 파도소리에 긴장감 넘치네

에게해 영유권을 두고 그리스와 터키가 충돌하고 있다. 상대국에 넘어간 군인의 송환 문제로 긴장이 증폭되면서 양국은 상공 정찰을 강화해왔다. 군사적 충돌은 바다에서도 이어졌다.

아테네·김영미 국제문제 전문 편집위원 webmaster@sisain.co.kr 2018년 06월 04일 월요일 제55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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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에게해에는 아름다운 섬이 많다. 고대 유적지도 많아 전 세계에서 관광객이 몰려든다. 하지만 아름다운 풍광과 달리 에게해를 끼고 있는 그리스와 터키가 바다와 하늘의 ‘국경선’을 넘나들며 충돌하고 있다.

두 나라의 직접 충돌은 2016년 7월부터 시작되었다. 그해 터키에서 쿠데타 시도가 있었다. 쿠데타 실패 뒤 터키 군인 8명이 헬리콥터를 타고 그리스로 넘어가 망명을 신청했다. 터키 정부는 이들을 본국으로 송환해달라고 그리스에 요청했다. 그리스 법원이 거부했다. 이 사건을 두고 양국이 반목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3월 그리스 병사 2명이 악천후로 길을 잃어 터키 영토로 넘어갔다. 터키는 이들을 불법 월경과 간첩 미수 혐의 등으로 체포했다. 그리스 정부는 “그리스로 넘어오는 불법 난민들을 추적하다 실수로 터키로 들어섰다”라며 석방을 요청했다. 이번에는 터키 법원이 이들의 혐의를 입증할 충분한 증거가 있을 뿐 아니라 석방할 경우 도주할 우려가 있다며 석방 요구를 거부했다.

그리스와 터키의 긴장 관계가 증폭되면서 양국은 에게해 상공 정찰을 부쩍 강화했다. 정찰 강화는 군사적 충돌로 이어졌다. 지난 4월9일(현지 시각) 터키 해안경비대 소속으로 알려진 헬리콥터가 저공비행을 하며 그리스 영토인 로(Ro) 섬에 접근하자 그리스 군은 경고 사격을 가했다(위 지도 참조). 이 섬은 우리로 치면 독도와 같은 곳이다. 면적 2.6㎢인 이 섬에는 그리스 군의 소형 기지가 설치돼 있고 주민은 거주하지 않는다. 사흘 뒤인 4월12일 그리스 영공에 터키 전투기가 침입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한 정찰 임무를 수행하고 귀환하던 그리스 전투기가 에게해에서 추락해 조종사 한 명이 숨졌다.

충돌은 바다에서도 이어졌다. 지난 5월4일 새벽, 에게해 동부 레스보스 섬 인근에서 터키 화물선이 그리스 군함에 접근해 들이받고 도주했다. 길이 55m인 그리스 군함은 충돌 당시 불법 난민 단속을 위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작전에 참여 중이었다. 그리스 해군은 민간 화물선인 터키 선박에 군사적 대응을 하기가 쉽지 않아 운항을 멈추라는 무전만 보냈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화물선이 군함을 들이받는 사건이 발생한 것 자체로 양국 사이 감정의 골이 깊음을 알 수 있다.

지난 4월에는 터키 해안가에서 보이는, 그리스 영해의 작은 섬(무인도)에 꽂힌 그리스 국기를 제거하기 위해 터키 정부가 해안경비대를 보냈다. 이 소식을 접한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카스텔로리조 섬을 방문해 “우리는 협상할 용의가 전혀 없다. 1인치의 그리스 땅도 양보하지 않겠다”라며 터키 정부에 경고했다. 터키 측은 방문을 마치고 돌아가던 치프라스 총리의 헬리콥터에 무전으로 “지금 터키 영공을 침범했다”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AP Photo
터키 법원은 지난 3월2일 터키로 국경을 넘어와 체포된 그리스 병사 두 명을 구속했다.
아테네 시내에서 만난 그리스 시민들은 터키에 대한 반감이 컸다. 크레타 섬이 고향인 드리미트 씨(39)는 “그리스 사람들은 터키 주민들에 대해서 나쁜 감정이 있다기보다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가 정치적인 이유로 그리스에 도발을 시도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국가원수로서는 65년 만에 그리스를 방문했다. 하지만 그는 “양국 국경을 다시 획정하자”라고 발언해 그리스 정부와 국민들에게 당혹감을 안겼다.

이 같은 발언 이전에도 터키 군의 그리스 영공 침해가 잦았다. 그리스 군에 따르면 터키 군의 영공 침해 사례는 2014년 1269건에서 지난해 3317건으로 늘었다. 터키의 그리스 해상 침해도 같은 기간 371건에서 1998건으로 증가했다. 그리스 정치 전문가들은 이를 에르도안 대통령의 고의적인 도발로 분석한다. 그리스와의 군사적 충돌을 빌미 삼아 ‘안보 이슈’를 만듦으로써 정권을 연장하려는 시도로 보는 것이다.

그리스와 터키의 영토 분쟁은 거슬러 올라가면 거의 지난 한 세기 동안 계속돼왔다. 1차 세계대전 직후 오스만 제국이 멸망하면서 영토가 분할됐고, 이 지역 섬들은 그리스 영토가 되었다. 하지만 터키는 이 지역의 해저 자원들을 그리스가 가져가는 것이 공평하지 않다고 여긴다. 대표적인 경우가 키프로스 섬이다. 키프로스는 1974년 터키 군의 침공으로 남북이 분단됐다. 남쪽은 그리스계가, 북쪽은 터키계가 지배한다. 터키는 키프로스를 침공한 이후 3만5000명이 넘는 병력을 터키계 키프로스에 주둔시켰다. 국제법상 남쪽의 키프로스만 정식 국가로 인정받고 있다. 2004년 유럽연합(EU)에 가입했지만 회원국의 혜택은 당연히 그리스계가 지배하는 남쪽 부분에만 제공된다. 키프로스는 지난해 7월부터 인근 해역에서 발견된 1100억㎥ 규모의 천연가스 개발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터키계인 북키프로스와 터키는 키프로스 섬 해역의 자원이 섬 전체의 자산이라며 키프로스 정부의 독자적인 시추를 중단하라고 경고하고 있다.

ⓒEPA
2017년 12월7일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오른쪽)가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왼쪽)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터키, 국경 분쟁에 EU 가입 발목 잡혀


국제사회는 그리스에 우호적이다. 특히 EU는 그리스의 손을 들어주고 있는 모양새다. EU 집행위원회는 최근 보고서에서 터키를 겨냥해 ‘에게해와 지중해 동부에서 빚어지고 있는 최근 긴장은 좋은 이웃 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역의 안정과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안보 고위 대표도 “터키는 EU의 중요한 파트너이지만 지금은 EU 회원 가입 논의와 관련해 새로운 장을 열 시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터키는 2005년부터 EU 가입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민주주의나, 법치 훼손 논란 때문에 EU 가입 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그리스와 국경 분쟁까지 벌어지면서 터키의 발목을 잡고 있다.

그리스 정부도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2010년 재정위기로 국가부도 직전까지 몰렸던 그리스는 세 차례에 걸쳐 유럽연합과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3260억 유로(약 420조원)의 구제금융을 받았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이 1.4% 성장률을 기록하며 그리스 경제는 긴 암흑의 터널을 빠져나오고 있다. 이 상황에서 그리스 정부는 터키와의 분쟁에 대비해 전투기 현대화 사업에 거액을 쓰기로 결정했다. 그리스가 현재 보유한 미국산 F16 전투기 절반가량에 해당하는 85대의 성능 보강 작업 예산으로 12억 유로(약 1조5500억원)를 투입하기로 했다. 또 소형 구축함 2척을 프랑스로부터 구입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2015년 총선에서 승리한 급진좌파 연합인 시리자도 안보 이슈가 등장하자 기존 우파 정권에 맞먹는 군사적 대응과 국방비 지출을 적극적으로 검토한다. 양국 정부의 군사적 긴장에 에게해 섬 주민들의 불안감이 가시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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