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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교과서 국정화 향한 ‘보이지 않는 손’

<시사IN>이 입수한 교육부 내부 문건을 보면 2015년 박근혜 정부는 ‘국정 역사 교과서 찬성’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언론 기고자를 섭외하고 원고를 검토했다. 여론 조작 정황이 의심된다.

김은지·주진우 기자 webmaster@sisain.co.kr 2018년 06월 05일 화요일 제55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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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박근혜 정부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이하 국정화)에 전력을 쏟았다. 하지만 여론은 국정화에 우호적이지 않았다. 여론 조작을 위한 ‘보이지 않는 손’이 움직였다. 당사자도 어떻게 실렸는지 모르는 국정화 지지 칼럼이 언론에 실렸고, 보수 단체 명의의 국정화 지지 광고가 신문에 실리기도 전에 청와대에 보고됐다. 국정화 찬성 서명지는 차떼기로 교육부에 접수되었다. 여론 조작의 숨은 손은 박근혜 정부 교육부였다. <시사IN>이 입수한 교육부 내부 문건에 여론 조작의 실체가 드러난다.

먼저 2015년 9월4일 교육부 내 역사교육지원팀이 작성한 ‘역사 교과서 발행체제 개선 관련 기고 현황’ 문건(아래 <그림 1-1> 참조)을 보자. “2015년 8월18일 <조선일보> ‘脫이념 國定 한국사 교과서 만들자’, 9월10일 <머니투데이> ‘오류·편차 없는 역사책 필요하다’ 언론 기고자 섭외 및 원고 검토·제공”을 했다는 내용 등이다. 9월10일과 15일은 문건이 작성된 이후 시기였지만 실제로 지면에 실렸다. 교육부가 국정화 찬성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기고자를 알아보고 원고 내용을 살펴본 다음 게재에 관여했다고 의심이 드는 부분이다.

2015년 9월4일 교육부 내 역사교육지원팀이 작성한 ‘역사 교과서 발행체제 개선 관련 기고 현황(<그림 1-1>에서 <그림 1-3>까지)’.
오른쪽 <그림 2>는 2015년 7월 교육부가 작성한 ‘발행체제 개선 추진상황 보고’.


교육부 내부 문건에 등장한 칼럼을 쓴 이들을 접촉했다. 2015년 8월18일 <조선일보>에 기고한 신경식 전 헌정회 회장은 “당시 내가 써서 <조선일보>에 기고한 건 맞다. 원고지에다 손 글씨로 썼으니까 원고가 남아 있을 거다. 교육부가 그걸 성과로 올리고 공적으로 돌리려 했다면 터무니없는 이야기다”라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9월10일자 칼럼 기고자로 나온 우장문 당시 대지중학교 수석교사는 자신의 이름과 사진까지 난 신문 기고 자체를 지금도 모르고 있었다. <머니투데이>에 기고를 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우 교사는 “처음 듣는 이야기어서 해당 글을 보여달라”고 했다. 칼럼을 살펴본 뒤 그는 “내용을 보니 내가 과거 논문에 발표한 것은 맞는데, 해당 언론사에 기고한 적은 없다. 관련해서 교육부와 접촉해본 적도 없다. 어떻게 저 글이 실렸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같은 문건에서 교육부는 향후 추진 계획까지 밝혔다. “사회과 교사가 본 한국사 교과서 문제(○○여고 ○○○)” “광복 다양성의 허구(기고자 섭외 중)” 등(위 <그림 1-2> 참조)이다. 이 계획이 실행되지는 않았다.

위와 같은 문건을 만든 교육부 역사교육지원팀은 이후 박근혜 정부 교육부의 비선 조직인 ‘국정화 비밀 TF(이하 국정화 TF)’에 그 역할이 흡수됐다. 국정화 TF는 국정화를 추진하기 위해 박근혜 정부가 몰래 만든 기구였다. <시사IN>은 국정화 TF 사무실 컴퓨터에서 발견된 문건도 확보했다. ‘학계 성명서 샘플’ ‘학부모 성명서 샘플’ ‘시민단체 성명서 샘플’ 따위로, 국정화 TF가 여론 조작에 관여했다고 보이는 문건들이다. 심지어 학부모 명의의 기고 글에 대해 세세하게 조언하는 내용이 담긴 문건(위 <그림 1-3>)도 나왔다. “학부모 기고문이라면 학부모 입장이 담겨야 할 것 같은데 지금 이 글의 논리는 교과서 관련 교육가의 글처럼 보입니다. …이렇게 부드럽게 연결될 것 같습니다.”

대통령비서실장 말대로 광고 실려

<시사IN> 입수한 문건을 보면, 박근혜 정부는 국정화 여론 조작을 광범위하게 계획했다. 2015년 7월 교육부는 ‘발행체제 개선 추진상황 보고’라는 제목으로 국정화 찬성 여론 조성을 위해 다음과 같은 내용(위 <그림 2> 참조)을 제시했다. “언론을 통해 발행체제 개선을 요구하는 칼럼 기고(15.9, 연구원, 교수, 교사 학부모 등), 중도적 입장의 언론사(조선, 중앙, 동아)에 대한 협조 요청(BH)” 등이다.

이렇게 교육부가 여론 조작 실무를 맡았고, 박근혜 청와대가 진두지휘했다. 이병기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은 2015년 10월16일, “교육문화수석, 정무수석 등은 국정화 지지 교수·교사·연구기관장·교육계 원로들의 지지표명, 기자회견, 성명발표 등이 오늘 내일 사이에 집중적으로 실행되도록 조치해줄 것”이라고 지시했다. 이 실장은 국정화 지지를 발표할 예정인 단체를 미리 나열했다. 10월20일부터 23일까지 고엽제전우회 명의로 국정화 지지 광고가 실린다며 일간지 8개를 콕 집어 거론했다.

이 실장 발언대로 광고가 정확히 8개 신문에 실렸다. 이에 대해 고엽제전우회에 공식 질의를 했다. 고엽제전우회에서는 “기사를 검색해보면 알겠지만, 당시 상황을 아는 임원들이 현재 단체에 없어서 그때에 대해 말을 해줄 사람이 없다”라고만 말했다(고엽제전우회 전직 임원들은 지난 2월 LH 특혜분양 의혹으로 구속 기소되어 재판받는 중이다).

ⓒ연합뉴스
2015년 10월 서울 광화문에서 고엽제전우회 회원들이 ‘국정 역사 교과서 지지’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광범위한 여론 조작을 했음에도 국정교과서는 ‘친일 독재 미화 교과서’라는 딱지를 쉽사리 벗지 못했다. 국정화 행정예고를 앞둔 2015년 10월12일부터 11월2일까지 찬반 의견을 수렴해야 했다. 의견 수렴 마지막 날인 11월2일 무더기로 찬성 의견서가 교육부로 접수됐다. 당시에도 ‘차떼기 서명’ 논란이 있었다. 4만여 장 가운데 형식 요건을 갖춘 의견서는 9497장에 불과(23.74%)했다. 접수된 국정화 찬성 의견서 4장 중 3장이 가짜인 셈이었다. 성명·주소·전화번호란에 ‘개소리’ ‘뻘짓’과 같은 비속어가 쓰였거나, 전화번호란에 적힌 번호가 없는 국번이거나, 해당 전화번호의 주인이지만 자신은 그런 의견서를 낸 적이 없다는 대답 등이 돌아온 의견서였다.

서울 영등포의 같은 주소가 반복적으로 기재된 의견서도 많았다. 해당 주소로 찾아가보았다. 이 주소는 국정화를 찬성했던 학부모단체가 운영하는 공간이었다. 해당 단체의 대표는 <시사IN> 기자와 만나 “자발적으로 거리 서명운동을 펼쳤고, 그걸 우편으로 교육부에 보냈다. 교육부 공무원이 접수받은 서명서를 내부에 기재하면서 우편물 주소로 다 써놓은 것 같다. 소명 자료도 있다”라고 말했다.

심지어 ‘이름:이완용, 주소:대한제국 경성부 조선총독부, 전화번호:010-1910-0829(경술국치일)’ ‘이름:박정희, 주소:서울시 종로구 세종로 1번지 청와대, 전화번호:010-1979-1026(박 전 대통령 사망일)’와 같이 쓰인 의견서도 여럿이었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교과서 추진을 조롱하는 듯한 의견서까지 걸러지지 않고 찬성 의견으로 교육부에 정식 접수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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