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돌아가는 형국을 못 따라가면 이런 꼴이 난다. 유력 정치인 보좌진이라면 더욱 심각하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 비서가 중학생에게 “한주먹 감도 안 되는 ××가 죽으려고 진짜” 따위 욕설을 퍼부었다가 공분을 샀다. 이 비서는 “김대중·노무현이 나라 팔아먹었지” 등, 고인이 된 전 대통령을 향해 입에 담기 어려운 말도 내뱉었다.

발단은 나 의원에 대한 충성심이었다. 나 의원 지역구인 서울 동작구의 한 중학생이 페이스북에 나 의원 비판 글을 올리자 이 비서가 격분해 메시지를 보냈다가 실제 통화로까지 이어졌다. 이 비서는 “어디 조그만 놈이” 등 막말을 퍼부었고, 통화 내용이 인터넷에 공개됐다.

그러나 이 중학생은 그냥 ‘조그만 놈’이 아니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 관련 시위에도 참여하는 등 평소 활발히 정치 활동을 펼쳐온 학생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과거 서울 동작구의회 부의장과 더불어민주당 동작갑 지역위원회 고문을 지낸 정치인이었다.

논란이 커지자 해당 비서는 사직서를 제출했다. 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의원실 소속 비서의 적절치 못한 언행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당사자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또한 많은 분들에게 실망을 안겨드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전적으로 직원을 제대로 교육시키지 못한 불찰이다”라며 사과 글을 올렸다.

짐작은 했지만, 농업 분야도 사회 변화에 무지하기로는 몇 손가락 안에 든다. 대놓고 성적인 행위를 드러낸 광고 문구(사진)를 쓴 농기계 회사가 물의를 빚었다. 게다가 이 광고가 실린 매체는 농협이 발행하는 격일간지 〈농민신문〉이다. 〈농민신문〉은 2012년에도 성폭력 수준의 음담패설집을 유머집이랍시고 발간했다가 각계의 비판을 받고 전량 회수했던 ‘전과’가 있다.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은 “성평등을 요구하는 사회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지금의 시대 흐름을 역행하는 행위다. 농기계를 남성들의 전유물로 여기고 여성 농민을 배제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이 농기계 회사는 문제가 된 광고 포스터를 전량 회수하고, 자사 홈페이지에는 해당 표현을 삭제한 광고를 올렸다. 그러나 이 광고에도 짧은 옷을 입은 여성들이 농기계 성능과 아무 관련 없어 보이는 자세를 취하며 등장한다.

기자명 이오성 기자 다른기사 보기 dodash@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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