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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webmaster@sisain.co.kr 2018년 05월 25일 금요일 제55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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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어스
티머시 스나이더 지음, 조행복 옮김, 열린책들 펴냄

“홀로코스트는 역사일 뿐만 아니라 경고이기도 하다.”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은 그 끔찍한 참상만큼이나 지독한 ‘효율성’으로도 유명하다. 나치는 유대인을 체계적으로, 관료적으로, 경제적으로 학살했다. 홀로코스트는 유능한 현대 국가만이 저지를 수 있는 범죄로 간주된다.
<블랙 어스>는 새로운 해석을 제기한다. 북유럽이나 프랑스처럼, 나치가 점령은 했으나 기존 국가 제도가 남았던 곳에서는 학살이 일어나지 않았다. 학살은 소련과 나치가 번갈아 점령하며 국가 자체가 소멸되다시피 한 동유럽에서 일어났다. 국가가 사라졌을 때 국민은 아주 쉽게 사라졌다. 역사학자인 티머시 스나이더는 다음 책 <폭정>에서 트럼프를 히틀러에 빗대 화제가 되었다. 그 비유를 이해하려면 이 책 <블랙 어스>는 필수다.




스스로 치유하는 뇌
노먼 도이지 지음, 장호연 옮김, 동아시아 펴냄

“정신적 활동은 뇌의 산물일 뿐 아니라 뇌의 형태를 만드는 요인이기도 하다.”

뇌는 태아나 유년기에 발달한 후 더 이상 발달하지도, 재생하지도 않는 기관으로 취급된다. 뇌졸중·뇌출혈과 같은 외상성 뇌질환이나 파킨슨병·치매와 같은 노인성 뇌질환이 불치라 여겨지는 근본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전혀 다른 방법으로 치료에 성공한 사례들이 있다. 처방약을 줄이고, 운동과 빛·소리·명상으로 뇌가 신체를 자극하고 통제하는 방식을 활용하면 치료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뇌는 실제로 고정된 기관이 아니라 얼마든지 변화하는 역동적인 신체기관이기 때문이다.
뇌의 회로는 얼마든지 재배선될 수 있으며 문제가 생긴 회로를 끄거나 연결을 강화할 수도 있다. 바로 뇌가 가진 신경가소성 때문이다. 이런 뇌의 특징을 이용하면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 세계는 무엇을 생각하는가
오카모토 유이치로 지음, 전경아 옮김, 한빛비즈 펴냄

“‘모던의 전환’은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까요?”


현대의 특징을 구성하는
‘세계의 전환’ ‘바이오테크놀로지’ ‘IT 혁명’ ‘자본주의에 대한 대응’ ‘종교’ ‘환경문제’ 등 여섯 가지 기본 테마를 설정해놓고, 주제별로 여러 관점의 ‘생각’을 정리해준다. 대립적인 주장을 유기적으로 설명하면서 중립적 태도를 견지하는 저자의 역량은 대단하다.
등장하는 사상가들이 매우 화려하다. ‘기술 철학’이라는 장르를 개척한 베르나르 스티글러, ‘신실재론’의 대중적 설파자인 마르쿠스 가브리엘, 푸코의 파놉티콘 대신 시놉티콘(‘우리는 감시받는 동시에 구경하는 자’) 모델로 디지털 사회를 묘사한 토머스 매티슨, ‘트랜스 휴머니즘’의 선두 주자인 닉 보스트롬…. 2017년 일본 아마존 ‘사상’ 분야에서 1위를 차지한 책이다.




잃어버린 잠을 찾아서
마이클 맥거 지음, 임현경 옮김, 현암사 펴냄

“삶에 상처가 많은 사람들은 잠에도 상처가 많다.”

잠을 제대로 못 자는 건 음주운전 못지않게 위험한 일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21시간 동안 깨어 있는 사람은 혈중 알코올 농도가 0.08%인 사람과 반응속도나 인지 장애 정도가 같다. 어쩐지, 밤새워 쓴 기사를 다시 읽어보면 어딘가 모르게 술주정 같더라니….
많은 사람들이 수면 장애를 경험한다. 대가를 지불하고라도 잠을 ‘사고’ 싶어서 수면제 혹은 수면유도제를 먹기도 한다. 이른바 ‘마약 베개’도 사보고 매트리스도 바꿔본다. 달콤한 잠을 선물해준다는 아로마테라피 제품도 침대 머리맡에 놓아둔다. 그러나 그 어떤 불면증 산업도 아직까지 불면증을 없애지 못했다. ‘완벽한 잠’은 어쩌면 인간이 평생 풀어야 할 숙제다. 저자는 역사와 과학, 문학을 넘나들며 수면의 세계를 탐구한다.




식물 산책
이소영 지음, 글항아리 펴냄

“책을 덮었을 때, 식물이 있는 곳을 찾아가 그들을 만나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를.”

국립수목원에 ‘화가’라는 직책이 있는 줄 몰랐다. 저자는 국립수목원에서 식물 세밀화 도감에 들어가는 그림과, 각종 보고서에 쓰이는 그림을 그려왔다. 저자는 지난 10여 년간 만난 식물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림 그리듯 풀어냈다.
들풀이 왜 아름다운지, 원예가는 대체 뭘 하는 사람인지, 식물학자는 어떤 공부를 해야 하는지 등 식물 전반에 관해 알려준다. 주제마다 평강식물원, 국립수목원, 하코네 습생화원, 베를린 다렘 식물원 등 모범이 될 만한 국내외 수목원과 식물원의 탐방기도 함께 실었다. ‘식물 여행’을 떠나는 길잡이로도 손색이 없다. 저자는 “가장 좋아하는 일은 직업으로 삼으면 안 된다고 하지만, 식물을 만나면 만날수록, 보면 볼수록 그들을 더 사랑하게 된다”라고 말한다.




히틀러의 매니저들
귀도 크놉 지음, 신철식 옮김, 울력 펴냄

“평범한 시대에 살았다면 눈에 드러나지 않지만 아마 뛰어난 경력을 쌓았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최순실·김기춘·우병우·안종범· 정호성·차은택. 이들은 ‘박근혜의 매니저들’이었다. 개개인으로는 뛰어나고 자기 분야의 전문가일 수도 있지만 능력이 안 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당선시키고 국정을 좌지우지하면서 국정 농단 사건의 주범이 되었다.
히틀러에게도 이런 매니저들이 있었다. 은행가(히얄마르 샤흐트), 기업가(구스타프 크룹과 알프리트 크룹 부자), 엔지니어(페르디난트 포르쉐), 건축가(알베르트 슈페어), 발명가(베른헤어 폰 브라운), 군인(알프레트 요들)이었던 이들은 자기 분야의 대가였지만 양심을 따르지 않으면서 나치 독일의 최대 협력자가 되었다. 이들은 자신들의 행동이 직업을 염두에 두고 한 것이었을 뿐 유대인 탄압은 몰랐다는 논거를 댔다. 박근혜의 매니저들과 많이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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