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보다리 단독 회담은 4월27일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의 하이라이트였다. 통역이 필요 없는 두 정상은 배석자도 마이크도 없이 대화를 이어 나갔다. 이 40분은 더할 나위 없이 인상적인 평화의 메시지를 세계에 전했다.

대성공을 거둔 기획이다 보니 논공 논란도 따랐다.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진행자 김어준씨는 4월30일 아침 방송에서 “도보다리 산책 기획자를 알아보니 탁현민이더라”고 말했다. 같은 날 청와대의 수석비서관 회의에서는 의전비서관실 윤재관 행정관이 도보다리 회담을 기획한 공로로 대통령과 참모들의 박수를 받았다.  

ⓒ시사IN 양한모

대성공 이벤트 뒤에 ‘저작권’ 주장이 엇갈리는 상황이야 보기 드문 장면은 아니다. 정상회담 준비 실무 논의 과정을 잘 아는 청와대 관계자는 “우리 측 실무협상단은 어떻게든 두 정상의 ‘독대’장면을 만들어내고 싶었다. 판문점이라는 공간에서는 그럴 장소가 한정되어 있다”라고 기자에게 말했다. 두 정상의 ‘독대 그림’이 목표였으니, 공간적 제약 때문에 도보다리 회담 아이디어는 누가 됐든 떠올릴 개연성이 매우 높았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진짜 언론이 주목해야 할 대목은 따로 있다”라고 말했다. “북측 실무협상단이 마지막까지 안 받으려 했던 제안 중 하나가 도보다리 회담이다. 북측 관점에서 보면, 최고지도자를 그렇게 무방비로 세계에 노출시킨다는 게 말이 안 된다. 그래서 우리도 반쯤 포기한 상태였다. 그런데 정상회담 전날에 갑자기 북측이 받겠다고 태도를 바꿨다.” 단호히 거부하던 기획을 갑자기 받아들였다는 것은, 북측 의사 결정 구조상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보고를 받고 결정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 추측이 사실이라면, 세계가 주목하는 무대에 노출되어도 무방하다는 자신감을 김 위원장이 보여주었다는 의미가 된다.

김 위원장의 자신감은 왜 중요한가. 그것이 우리에게도 아주 중요한 자원이라서다. 김 위원장이 체제 장악력을 자신하지 못한다면, 그도 비핵화를 선택하기가 주저된다. 그가 북한 내부 반발을 제어할 수 있어야 비핵화도 성공한다. 이 관계자의 설명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도보다리 회담을 누가 기획했는가는 핵심 질문이 아니다. 누가 오케이 했는가, 이게 핵심 질문이다.” 

기자명 천관율 기자 다른기사 보기 yul@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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