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세계관 영화의 최신작 〈어벤져스:인피니티 워〉가 개봉했다. 원체 마니아가 많은 시리즈라 온라인에서는 스포일러(콘텐츠의 줄거리나 반전을 예비 관객이나 독자에게 미리 밝히는 행위, 또는 그런 행위를 하는 사람) 경계령이 내려졌다. 큰 소용은 없었다. 스포일러는 어디에나 있다. 포털사이트 댓글에도, 직장 회식 자리에도, 무심코 들어간 커피숍 옆자리 대화로도, 만날 스포일러는 결국 만난다. 먼저 본 사람은 스포일러를 참기 어렵다. 이건 거의 예외가 없는 법칙이다. 의심스럽다면, 트위터를 켜보시라.
지금 트위터에는 인류 역사상 최강의 스포일러가 활개치고 있다. 5월3일 아침 트럼프 대통령(사진)은 트위터에 이렇게 썼다. “전임 정부는 북한 노동수용소의 미국인 3명을 풀어주라고 줄기차게 요구했지만 성과가 없었지. 계속 지켜봐!” 몇 시간 후 북한이 이들 3명을 석방하기로 했다는 외신 보도가 쏟아졌다. 4월30일에는 북·미 정상회담 장소를 놓고도 묘한 메시지를 트위터에 남겼다. “북·미 정상회담 장소로 제3국보다야 남북한 경계에 위치한 평화의 집, 자유의 집이 더 대표성 있고, 중요하며, 오래 기억될 장소 아닌가. 그냥 한번 물어보는 것.” 결과는 아직 미정이지만, ‘신선도’가 떨어진다고 거론도 되지 않던 판문점이 다시 급부상했다. 가장 중요한 정보를 가장 많이 보고받는 이 남자가 증명한다. 먼저 본 사람은 스포일러를 참기 어렵다.
“노벨상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타고, 우리는 평화만 가져오면 된다.” 4월30일에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건 스포일러가 아니다. 아직 미래는 결정되지 않았으니, 예측이나 바람이라고 하는 편이 맞다. 그런데 문 대통령도 트럼프 대통령만큼이나 스포일러 이력이 간단치 않다. 문 대통령은 2017년 7월 독일에서 ‘베를린 구상’을 내놓는다. 여기 담긴 대북 4대 제안이 ‘이산가족 상봉’ ‘평창 동계올림픽 북한 참가’ ‘군사분계선 적대행위 상호 중지’ ‘대화 재개’였다. 내일 전쟁이 나도 이상하지 않을 때 나온 제안들이 10개월 만에 전부 현실이 됐다. 미래를 그린다. 그걸 현실로 만들어낸다. 그래서 그의 바람은 결과적으로 스포일러가 된다. 지금까지의 패턴으로 보면 “우리는 평화만 가져오면 된다”는 말도 그가 먼저 본 미래 안에 있을 것 같다. 먼저 본 사람은 스포일러를 참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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