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언제나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라고 했다. 끝에 “책임을 지면 된다”라는 말과 함께. 몇 달간 급식비를 빼돌려 잡지를 사기도 했고, 전공 혹은 첫 직장을 정할 때도 부모님과 상의하긴 했지만 마지막 선택은 결국 내 몫이었다. 그래서인지 나는 지난 일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

〈양육가설〉의 저자는 집단 사회화 이론(Group Socialization Theory)을 제시하며 아이는 부모의 양육보다는 또래 집단 안에서 ‘스스로’ 사회화한다고 주장한다. 부모가 어느 정도의 배경을 제공하지만 결국 본인이 세부적으로 선택한다는 것이다. 아이에게서는 부모가 기대하거나 예상하지 못했던 다양한 모습을 접할 수 있다. 그러니까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만큼 부모의 영향은 크지 않다는 말이다.

주디스 리치 해리스 지음, 최수근 옮김, 이김 펴냄

그렇다고 해서 부모가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아이의 미래를 손아귀에 쥐고 있는 건 아니지만 부모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자녀의 오늘은 지옥이 될 수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위로를 얻었다고 말하는 단락을 소개한다. ‘자녀를 사랑하되 사랑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사랑하지 말고 사랑스럽기 때문에 사랑하라. 양육을 즐겨라. … 자녀가 어떤 인간이 되는지는 당신이 아이에게 얼마만큼의 애정을 쏟았는지를 반영하지 않는다. 당신은 자녀를 완성시키지도, 파괴시키지도 못한다. 자녀는 당신이 완성시키거나 파괴시킬 수 있는 소유물이 아니다. 아이들은 미래의 것이다(496쪽).’

언젠가부터 가정의 달이 부담스러운 나이가 되었지만, 그게 부모나 자녀의 관계 때문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내가 이 모양 이 꼴로 산다고 해서 부모를 탓할 것도 없고, 마음에 들지 않는 자녀를 이렇게 만든 데 대해 스스로나 배우자를 탓할 필요도 없다. 단지 서로를 한 사람의 온전한 인격체로 대하면서 하루하루 즐겁게 보내면 된다. 그게 어려워서 그렇지.

기자명 김미선 (도서출판 이김 편집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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