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유는 무엇일까? 의원내각제 국가인 일본에서 국무의원(장관)은 총리가 지명하는 국회의원이 맡는다. 대개 의원인 장관들의 부처 장악 능력이 떨어지고, ‘얼굴마담’의 한계를 벗어나기 힘들다. 각 부처를 움직이는 실세는 따로 있다. 바로 정치권과 연계된 관료들이다. ‘정책의 지속 가능성’이라는 등 관료제의 긍정적인 효과로 포장되기도 하지만 관료는 교체되지 않는 권력으로 군림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미투 가해자로 지목된 후쿠다 준이치 전 재무부 사무차관은 여러모로 상징적인 인물이다. 재무부는 일본식 관치행정의 정점에 있다. 잘나가는 엘리트 공무원들이 주로 근무한다. 전신은 대장성. 대장성은 1869년 메이지 유신 시절부터 재정과 금융정책을 쥐락펴락하다 1998년 ‘요정 접대 사건’이 계기가 되어 2001년 해체되었다. 대장성을 잇는 재무부의 사무차관은 행정고시를 합격해 공무원이 된 관료가 정부 부처에서 오를 수 있는 최고위직이다. 그동안 일본은행 총재 네 명과 총리 한 명을 배출했다. 후쿠다는 도쿄 대학 법학부를 졸업하자마자 재무부 관료가 되어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재무부 상사의 중매로 결혼했는데, 장인도 록히드 사건에 연루될 정도의 고위 관료였다. 그리고 아베 총리의 세이와(清和) 정책연구회와 더불어 제2기 아베 정권의 근간을 이루는 파벌인 시코카이(志公會)의 보스, 아소 다로 재무장관(부총리 겸임)의 눈에 들어 지난해 7월 재무부 사무차관에 발탁되었다.
일본의 야당연대와 시민사회는 후쿠다 전 재무부 사무차관의 성추행 사건을 모리토모·가케 학원 문제와 재무부 문서 조작 등과 더불어 정권 퇴진의 중대 사유로 규정한다. 미투 운동이 일본판 촛불시위에 더해져 또 다른 사회변혁의 흐름을 이끌어내는 모습을 보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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