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최대의 치킨게임이 잠정적 균형을 찾았다. 이 게임의 균형에서 승자는 미치광이이며, 상대는 치킨(바보·겁쟁이)이 되고, 양쪽 다 미치광이 전략을 끝내 고집하면 파국이 온다. 지난해 말 미국이 시작하고 최근 1, 2주 동안 정점에 달했던 미·중 양국 간의 관세 올리기 경쟁은 상호 위협의 향연이었다. 양국은 자칫 ‘투키디데스 함정(아테네라는 신흥 강국의 불만과 스파르타라는 기존 강국의 공포가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일으켰다는 투키디데스 가설)’으로 치달을 태세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4월11일(현지 시각) 보아오 포럼에서 이 ‘전쟁’에 대해 최초로 직접 언급하면서 중국의 금융 서비스 시장을 좀 더 개방하고 수입차에 대한 관세를 낮추며 지식재산 보호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즉 중국이 벼랑 끝에서 한발 물러서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매우 고맙다. 우리는 함께 위대한 진전을 이룰 것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환호의 트윗을 날리면서 남몰래 가슴을 쓸어내렸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협정문도 없이 총사령관이 ‘사격 중지’를 명령했을 뿐이다.

사람들은 “어느 나라가 이길까”를 물었지만 내 머리는 투키디데스 함정으로 가득 찼다. 단순하게 보자면 이 에스컬레이팅 싸움은 미국에 유리해 보인다. 대중국 무역적자가 3750억 달러에 이르는 만큼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물품도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호언대로 관세가 부과됐다면(그리고 중국 수출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무역적자의 절반가량을 바로 관세로 거둬들일 수 있을 테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목표가 달성될 수 있을지는 지극히 의문이다.

관세의 효과는 대상에 따라, 기업의 흡수 능력에 따라 매우 상이하게 나타날 것이다. 예컨대 세탁기의 경우 현재 40% 가까운 시장점유율을 보유한 월풀의 판매가 급증할 것이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하지만 바로 그 때문에 WTO에서 패소할 것이다). 미국에서 이미 생산을 중단한 특수강관은 더 높은 가격으로 팔릴 것이고, 일반 소비재의 경우 베트남산이 중국 제품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나아가서 수많은 중국 제품의 경쟁력은 동아시아 생산 네트워크의 결과이기 때문에 미국이 아무리 애를 써도 장기적으로 이 싸움은 미국에 불리하다. 그뿐만이 아니다. 양국의 경제 폭탄에 어느 나라 국민이 더 잘 견딜 것인가라는 정치 측면에서도 중국이 훨씬 유리하다. 더욱이 중국의 보복은 농산물처럼 트럼프 대통령에게 표를 몰아주는 주에 집중될 것이다.

 

 

ⓒAP Photo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몇 주 후에 한반도 비핵화 논의를 위해 김정은과 만날 것이다. 북한과 세계를 위한 엄청난 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만약 내가 가 있는 동안 회담에서 결실이 없으면 나는 정중하게 회담장을 떠나 우리가 해온 것을 계속하겠다. 그러나 (회담에서) 무슨 일은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신흥 중국과 쇠퇴하는 미국 사이의 패권 다툼이라는 조건은 앞으로도 몇십 년 지속될 것이다. 그레이엄 앨리슨 하버드 대학 교수에 따르면 지난 500년 동안 이런 상황은 열여섯 번 있었고 그중 열두 번 전쟁이 일어났다. 그는 영국이 미국에 평화롭게 패권을 넘긴 사례나 냉전의 경우 등 나머지 네 차례 역사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존 아이켄베리 프린스턴 대학 교수는 지난 70여 년간 강고했던 미국의 ‘자유주의 헤게모니’가 트럼프 대통령으로 인해 더욱 빠른 속도로 무너져간다고 한탄하며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지키기 위해서는 신자유주의와 확실히 단절하고 국제기구에서 중국의 지위를 높여주어야 한다고 호소한다. 아미타브 아차리아 뉴욕 대학 교수는 미국식 자유주의와 함께 아시아 지역의 규범도 국제적으로 공존하는 그림을 제시한다.

장기적으로 이 싸움은 미국에 불리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도 대중 무역적자, 지식재산권의 침해, 중국의 산업정책(첨단산업을 위한 ‘2025 중국’)을 계속 문제 삼을 것이다. 하지만 전쟁 없이 그 목표를 달성하려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그토록 혐오하는 WTO 등 국제기구를 이용해야 할 것이다. 또한 아시아가 제시하는 국제 규범에 대한 이해도 높여야 한다. 미국의 경제·군사적 힘은 서서히 빠지는데 그들의 자랑이었던 소프트파워는 봄날의 벚꽃처럼 추락하고 있다. 경제 전쟁은 미국 자유주의 헤게모니의 붕괴로 귀결될 것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우리는 남북관계와 동아시아 평화를 다루고 있다.

 

 

기자명 정태인 (칼폴라니 사회경제연구소 소장)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