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모 지음
보리 펴냄
〈좁은 방〉은 만화가 김홍모씨의 자전적 이야기를 그렸다. 1992년 김씨는 삼수 끝에 홍익대 미대에 입학했다. 어렵사리 입학한 대학의 수업은 기대만 못했다. 그는 강의실 대신 거리를 뛰어다녔다. 미대 학생회장, 총학생회 부총학생회장을 했다. 이로 인해 수배를 받게 되고 1997년에 붙잡혀 투옥되었다. 구치소에서 보낸 8개월여 동안의 이야기가 〈좁은 방〉에 담겨 있다.

〈좁은 방〉의 주인공 ‘용민’은 조직폭력, 강도 등을 저지른 강력범죄자들 방에 수감된다. 전과 3범 이상이 모인 다섯 평 정도의 ‘강력누범방’. 영화에서나 본 조폭들과 가까이 지내야 한다니, 만화 속 표현처럼 이마에 ‘땀 삐질’ 날 일이다. ‘학생운동 하다가 잡혀왔다’는 말에 ‘족보 있는 건달’인 방장이 한마디 한다. “우리도 조직이고 너희도 조직이니 뭐 좀 통하겠네? 하하.”

작가의 말에 따르면 이들은 실제 인물이라는데, 〈좁은 방〉에 같이 사는 캐릭터들이 흥미롭다. 방장 상현은 조직 내 ‘넘버 투’로 족보 있는 건달이다. 그는 틈만 나면 책을 보거나 공부를 한다. 조정래의 〈태백산맥〉과 황석영의 〈장길산〉 등 대하소설 전집을 읽어 용민을 놀라게 했다. 다른 인물들도 택시강도, 조직폭력 등 죄목은 살벌한데, 인물 모양새는 그냥 ‘동네 형, 동네 아저씨’처럼 평범하다.

감옥 이야기라고 하면 어둡고 음울한 분위기를 떠올리기 쉽다. 이 책은? 전혀! 다섯 평짜리 〈좁은 방〉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는 유쾌하다. 그림체 덕분인지 따뜻한 느낌마저 전한다. 인물의 표정 하나하나를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다.

〈두근두근 탐험대〉 〈내 친구 마로〉로 부천만화대상 어린이만화상을 두 차례 받은 만화가 김홍모씨는 만화를 통해 사회 참여를 해왔다. 〈내가 살던 용산〉에서 ‘용산 참사’를, 〈섬과 섬을 잇다〉에서 제주 강정해군기지 문제를 다루었다. ‘좁은 방’에서의 기억이 이런 작품 활동의 원동력이 된 듯하다.

기자명 차형석 기자 다른기사 보기 cha@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