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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킬 더 비디오 스타’

오락 콘텐츠 플랫폼으로 모바일이 떠오르면서 기존 지상파 방송사의 위상이 추락하고 있다. 모바일 시장에서 유튜브 크리에이터나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의 영향은 날로 커지고 있다.

이종대 (데이터블 대표) webmaster@sisain.co.kr 2018년 04월 16일 월요일 제55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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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무도)이 끝났다. 휴식기는 몇 번 있었지만, 이번에는 완전히 막을 내렸다. 필자도 본방을 챙겨 보지 않은 지 꽤 오래되었지만, ‘시즌 2’를 위한 휴식기도 아니고 완전히 종영하니 마음 한구석이 섭섭하다.

‘국민 예능’ 칭호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었던 한 프로그램이 막을 내리는데, ‘종영 반대’ 따위 청와대 청원 소식이 들리지 않은 것도 의아하다. 온라인 반응도 대체로 “이 정도면 떠날 때도 되었다” “박수 칠 때 떠나야 했는데, 좀 늦었다”라는 뉘앙스까지 다양하다.

무도는 지난 10년간 늘 대중문화 트렌드의 중심에 있었다. 무도 방송 화면에 붙은 자막은 수많은 ‘짤’ 중 단연 돋보였다. 이토록 사랑받아온 국민 예능은 어쩌다가 ‘퇴장이 늦었다’는 반응까지 얻게 되었을까? 일각에서는 휴식기 없이 출연진과 제작진을 몰아붙인 과거 MBC 경영진의 책임을 묻기도 한다. 평균 나이 30대 초반으로 시작했던 출연진들의 전반적인 노화, 노홍철과 정형돈 등 몇몇 핵심 멤버 이탈 등으로 인한 프로그램 자체의 재미 요소 감소도 이유로 거론된다.

하지만 더 핵심적인 이유는 미디어 지형의 변화에서 찾아야 한다. 사람들이 더 이상 텔레비전에 매달리지 않는다는 것, 정확히는 모바일 환경에서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에 더 몰입하기 시작한 게 핵심이다. 무도의 기존 포맷과 콘텐츠 유통 채널이 그대로 유지되는 한, 불가항력적인 상황으로 보인다.

ⓒ시사IN 윤무영
모바일이 떠오르면서 <무한도전>과 같은 지상파 방송사 예능 프로그램의 영향력이 줄고 있다.

무도가 처음 전파를 탄 2000년대 중반, ‘대한민국 평균 이하의 남성들이 무모하게 도전하는’ 리얼 버라이어티는 오로지 무도 하나뿐이었다. 프로그램 포맷도 유일무이했지만, MBC만큼 미디어 파워를 갖춘 주체가 국내에 몇 없었다. ‘신박한’ 포맷을 강력한 방송사가 밀어주는 구도였던 셈이다.

지금은 어떨까? 지상파 방송사의 빈틈을 예능 전문 케이블 채널 tvN이나 JTBC 같은 종합편성채널이 파고든다. 유튜브에 상주한 수많은 크리에이터들이 10년 전 무도 멤버들이 했을 법한 코미디와 신선한 미션 수행으로 웃음을 준다. 특히 아프리카TV, 트위치, 심지어 페이스북 유머 페이지에 올라오는 콘텐츠가 무도보다 훨씬 더 흥미롭고 재미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온라인 콘텐츠는 손바닥 안 스마트폰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무도를 비롯한 공중파 예능은 새롭게 쏟아지는 모바일 콘텐츠와 싸워야 하는 처지로 전락한 지 오래다.

무도만 그런 것은 아니다. 한때 <스타크래프트> 등 인기 e스포츠 대결을 생중계하며 인기를 끈 몇몇 게임 전문 케이블 방송사는 트위치 같은 게임 방송 스트리밍 서비스에 밀려 소리 소문 없이 문을 닫거나 이름을 바꿨다. 얼마 전 한 인기 게임 캐스터가 게임 전문 케이블 채널 생방송에서 “방송사가 퇴보하고 있다. 이럴 거면 다른 방송사로 가겠다”라고 소리치는 모습이 방송되어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캐스터는 당시 상황에 대한 해명을 인터넷 생방송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발표했다.

텔레비전 위기는 전방위적이다. “아빠가 출근할 때 뽀뽀뽀”를 외치던 어린이들은 이제 “아기 상어 뚜루룻뚜루”를 부르며 자란다. 스마트폰으로 유튜브 영상을 띄워놓고 우는 아이를 달래거나, 공중파나 케이블 방송 대신 유튜브 상어 가족 노래를 거실 텔레비전으로 보여주고 한숨 돌리는 젊은 부모가 수두룩하다.

‘예능 마스터’에게도 모바일은 낯선 환경

로맨틱 코미디, 이른바 ‘로코 드라마’에 열광하던 10~20대 여성은 어떨까? 페이스북 페이지에 특정 요일마다 10분 남짓 짧게 업데이트되는 웹드라마 열풍의 진원지가 바로 이들이다. 요즘 20대 초반 여성들 사이에서 ‘연플리’를 모르면 간첩 취급을 받는다.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연애 플레이 리스트(연플리)’를 시작으로, ‘사당보다 먼, 의정부보다 가까운(사먼의가)’ ‘전지적 짝사랑 시점(전짝시)’ ‘오늘도 형제는 평화롭다(오형평)’ ‘열일곱’ ‘음주가무’ 등 인기 웹드라마가 페이스북·유튜브·네이버TV 등을 매개로 연달아 화제를 모으고 있다.

웹드라마 열풍을 지켜보던 공중파 및 케이블 방송사들도 유명 아이돌이 출연하는 자체 제작 웹드라마를 속속 내고 있지만, 신예 배우들을 투입한 신선한 웹드라마에 비해 화제성은 약한 편이다. tvN 예능 열풍을 이끌고 있는 나영석 PD는 한 인터뷰에서 “(모바일로만 유통된) <신서유기>는 절반의 성공이다”라고 말했다. 콘텐츠 자체는 흥행에 성공했지만, 모바일 기반의 웹예능으로 띄워보려 했던 원래 의도가 만족스러운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손대는 족족 대박을 터뜨리는 공중파 출신 ‘예능 마스터’에게도 모바일은 적응하기 쉽지 않은 낯선 환경이었던 셈이다.

홈쇼핑은 어떨까? 아직 결정적인 타격을 입은 것 같지는 않지만, 변화 조짐은 뚜렷하다. 유튜브 크리에이터나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영향력 있는 개인)가 올린 상품을 구매하는 20~30대 소비자가 늘면서 텔레비전을 통한 홈쇼핑도 점차 모바일로 이동하고 있다. 20~30대 여성 가운데에는 본인 취향에 맞는 제품을 사용하고 추천해주는 유튜브 크리에이터를 정해 정기적으로 구독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하울’ 영상에 대한 이들의 반응이 흥미롭다. 유튜버들이 구매한 제품들을 늘어놓고 평가하는 것을 ‘하울’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늘어놓은 제품들을 태그나 링크를 타고 들어가 바로 구매한다.

ⓒ띵굴마님 블로그 갈무리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 ‘띵굴마님’이 주최한 오프라인 마켓 ‘띵굴시장’.

인스타그램 커머스도 성장 추세다. ‘띵굴마님’으로 널리 알려진 한 인스타그래머는 자신의 취향에 맞는 제품들을 추천해주다가 급기야는 ‘띵굴시장’이라는 오프라인 마켓을 열었다. 코엑스 같은 넓은 공간을 빌려 브랜드 수십 개를 불러와 2~3일간 시장을 열었다. 입장료를 내야 들어갈 수 있는데도 수천명이 몰려 대성황을 이뤘다. 입점 기준은 ‘띵굴마님’이 정한다. 아무리 대기업 브랜드라고 해도 거절당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띵굴마님이 인정한 제품은 곧 젊은 엄마들 사이에서는 신뢰할 만하고 센스 있는 제품으로 통한다.

해외에서도 모바일 기반의 커머스가 기존 비즈니스를 긴장하게 만들었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의 영향력이 커지자, 아마존은 아예 인플루언서 전용 프로그램을 내놓기도 했다. 아마존 안에 인플루언서용 개인 숍을 만들어주고, 그 링크를 SNS에 올려 발생한 수익을 배분하는 방식이다. 유사한 방식의 인스타 커머스를 내세운 스타트업들이 국내외에서 속속 설립되고 있다. 10여 년 전 이효리 같은 스타가 직접 큐레이션한 제품을 판매해 인기를 얻었던 G마켓처럼, 오늘날 젊은 세대들에게 핫한 인플루언서들이 직접 고른 제품을 판매해 시장을 뒤흔드는 스타트업이 곧 대중의 눈앞에 나타날 것이다.

“비디오(TV)가 라디오 스타들을 죽였어!(Video killed the radio stars!)”라는 노래가 울려 퍼진 1980년에서 약 40년이 흘렀다. 이제는 “모바일이 비디오(TV) 스타들을 죽였어!(Mobile killed the TV stars!)”라는 노래가 나올지도 모른다.

박명수가 남긴 ‘무도 명언’ 중 하나가 생각난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진짜 늦었다.” 지금이라도 모바일 중심의 미디어 환경에 뛰어들어 제대로 대응하지 않으면, 변화한 콘텐츠 환경에서 순식간에 도태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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