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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지붕 두 가족 총리 따로 내무 따로

독일 메르켈 4기 정부가 출범했다. 기민·기사당 연합과 사민당의 연립정부이다. 역대 내각 중 여성 장·차관 비율이 가장 높다.
새 정부에서도 난민 문제는 뜨거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프랑크푸르트·김인건 통신원 webmaster@sisain.co.kr 2018년 04월 12일 목요일 제55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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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메르켈 4기 정부가 출범했다. 지난해 9월24일 총선 뒤 6개월 만이다. 3월14일 독일 연방의회는 앙겔라 메르켈을 총리로 재선출했다. 제1당인 기독교민주당·기독교사회당 연합(기민·기사당 연합)과 제2당인 사회민주당(사민당)의 연립정부이다. 이 같은 대연정은 메르켈이 집권한 이후 세 번째이다.

ⓒEPA
메르켈 독일 총리, 올라프 숄츠 사민당 대표와 호르스트 제호퍼 기사당 대표(오른쪽부터).

장관은 기민당과 기사당에서 각각 6자리와 3자리, 사민당에 6자리가 돌아갔다. 요직인 재무장관 겸 부총리는 사민당 소속 올라프 숄츠 임시대표가 맡았다. 메르켈 4기 정부는 역대 내각 중 여성 장·차관 비율이 가장 높다. 기민당과 사민당은 각각 여성 장관 3명을 배출했다. 메르켈 총리는 기민당 몫의 차관 4명 중 3명을 여성으로 임명했다. 시사 주간지 <슈피겔>은 새 정부에서 여성 정치인 비율이 높아진 이유를 메르켈 정권 12년 동안 좋은 정치에 대한 정치권의 기준이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과거에는 마초적이고 카리스마 있는 남성 정치인이 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면, 메르켈 집권 이후에는 체계적이고 실용적인 문제에 초점을 맞추는 정치인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메르켈 총리가 마지막 임기를 위기 속에서 시작했다는 점도 여성 정치인을 중용한 원인이라고 <슈피겔>은 분석했다. 자칫 당내 영향력마저 흔들릴 수 있어서 대립각을 세우지 않는 정치 동료들이 필요한데, 그동안 메르켈 총리를 강하게 비판해온 당내 인사들은 모두 남성이었다.

“이슬람은 독일에 속하지 않는다”

기민·기사당 연합과 사민당은 연립정부를 구성하며 177쪽에 달하는 연정합의서를 썼다. 메르켈은 연정합의서 서명식에서 “이 나라의 풍요는 모든 사람에게 도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동등한 삶의 조건을 만들어내는 정책 패키지가 합의서에 포함됐다. 예를 들면 새 정부는 예산 수십억 유로를 학교 시설 개선을 위해 투자할 방침이다. 자녀가 있는 가족이 집을 구입할 때에 지원금을 주는 정책도 추진한다. 노인과 환자 돌봄도 주요 정책이다.

새 정부에서도 난민 문제는 뜨거운 쟁점이다. 특히 이슬람 난민 입국을 두고 기민·기사당 연합 내부에서도 갈등이 있다. 메르켈 총리는 3월21일 연방의회에서 새로운 정부의 과제와 방향을 설명하며 “독일에 사는 무슬림 450만명이 독일의 일부가 되었다. 우리가 그들을 위기에서 구했다”라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의 발언은 기사당의 당 대표이자 내무장관인 제호퍼의 반이슬람 발언에 대한 대응이었다. 제호퍼 장관은 3월15일 한 인터뷰에서 “이슬람은 독일에 속하지 않는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이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제호퍼 장관과 기사당은 기민·기사당 연합을 오른쪽으로 이끌고 싶어 한다. 메르켈 총리는 지난 12년 동안 비교적 진보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 기민당의 지지층 기반을 넓혀왔다. 반면 기사당 지지층은 보수 성향이 강하다. 한 지붕 두 ‘가족(정당)’의 분열을 봉합하기가 쉽지 않은 이유다. <슈피겔>은 현재 메르켈 총리에게 자매 정당인 기사당보다 어렵게 연정 파트너가 된 사민당이 더 믿을 만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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