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ck 3d gpu
바로가기
메뉴로 이동
본문으로 이동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webmaster@sisain.co.kr 2018년 04월 13일 금요일 제551호
댓글 0

나는 진보인데 왜 보수의 말에 끌리는가?
조지 레이코프·엘리자베스 웨흘링 지음, 나익주 옮김, 생각정원 펴냄

“사실 그 자체는 의미를 지니지 않으며, 마음속 해석 판형과 통합할 때에야 의미를 갖는다.”


합리주의는, 사고가 의식적이고 세계를 있는 그대로 반영한다고 본다.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로 널리 알려진 인지과학자 조지 레이코프는 이를 정면으로 부정한다. 사고는 은유적이고 무의식적이며, 개인은 마음속에 있는 인지적 틀에 따라 달리 사유한다.
합리주의가 ‘모순’이라고 보는 풍경이 인지과학에서는 자연스럽다. 가령 사회보장제도 축소를 내세운 후보에게 노동자 계급이 쏠리는 현상이 그렇다. 사람들은 후보자의 정책이나 정치적 쟁점보다 가치를 중시한다. 경제적 불이익을 감수하더라도 ‘엄격한 아버지’를 택하는 미국 노동자 계급은 레이건에게 그랬듯 트럼프에게 표를 던졌다. 보수는 이 구조를 십분 활용해왔다. 진보의 실패를 되짚을 때 참고할 만한 책이다.




지식의 착각
스티븐 슬로먼·필립 페른백 지음, 문희경 옮김, 세종서적 펴냄

“더 알아봐야 소용없다. 실질적인 문제는 알려지지 않은 무지에서 발생한다.”


“지혜란 다른 게 아니라, 자신의 무지에 대한 앎이다.” 소크라테스의 말이다. 얼핏 겸손하라는 말처럼 들린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들은 무지에 대한 깨달음이 지혜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인간의 생존 전략이라고 확대해석한다.
두 저자는 무지에 대한 전문가다. 우리가 실제보다 많이 안다고 착각하는 모든 구조를 밝힌다. 사람들은 놀랍도록 무지하고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더 무지한데, 이 복잡한 세상에 압도당하지 않고 살 수 있는 이유는, 우리가 거짓으로 살아가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세상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잘 안다고 여기고 작동법도 모르면서 복잡성을 무시한다. 경험으로 배워 새로운 대상과 상황으로 일반화한다.




K팝 메이커스
민경원 지음, 북노마드 펴냄

“우리는 너무도 쉽게 아이돌의 노력을 폄훼하고 그것이 지닌 가치를 알아보지 못한다.”


저자는 ‘덕밍아웃(덕후와 커밍아웃을 합친 신조어)’부터 하고 시작한다. 소싯적 H.O.T. 소녀 팬이었다. 빛나던 시기를 통과하고, 어느새 “방탄소년단은 왜 인기가 많은가”라는 질문을 이해하는 일간지 대중음악 담당 기자가 되었다. 그러다 마감 때마다 곁을 지켜준 음악과 맥주 덕에 깨달았다. 본격 K팝을 듣다 보니, 초·중·고교 시절 영롱했던 ‘팬질’과 현재의 ‘덕력’은 다르지 않았다. 방탄소년단 노래 속 가사가 담은 공감대가 읽혔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사랑하게 된다고 했던가. 저자는 K팝을 만드는 이들을 찾아 나섰다. 방탄소년단을 만든 빅히트 피독부터, 인디와 오버를 오가는 어반자카파의 권순일, 아이돌 B1A4 진영 등 히든 프로듀서에게 들은 이야기를 담았다.




레이디 조커(전 3권)
다카무라 가오루 지음, 이규원 옮김, 문학동네 펴냄

“우리 요구는 20억, 인질은 350만 킬로리터의 맥주다.”


1984년 당시 아직 검거되지 않은 범인(들)이 일본의 유명 제과회사 글리코 사장을 납치했다. ‘유통 제품에 독극물을 주입했으니 거금을 내놓으라’며 협박장을 보낸 뒤 모리나가 등 다른 동종 업체들에게도 같은 유형의 ‘기업 테러’가 이어졌다. <레이디 조커>는 미결로 끝나버린 이 ‘글리코 모리나가 사건’을 모티프로 삼았다. 미스터리 스릴러의 큰 틀 안에서 경찰뿐 아니라 대기업, 언론사, 사회 소외계층 등의 문제까지 아우르며 고도성장기와 거품경제 붕괴로 이어진 일본 근현대사를 효과적으로 녹여냈다. <마이니치 신문>이 “소설의 형태를 취한 일본 사회의 르포르타주”라고 소개한 이 작품은 1999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순위에서 미야베 미유키의 <이유>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출판하는 마음
은유 지음, 제철소 펴냄

“검토서, 회의 자료, 보도 자료 등 텍스트 자료는 많지만 좋은 아이디어는 대화 끝에 도출된다.”


잡지를 읽을 때는 마스트헤드를, 책을 읽을 때는 판권 면을 들춰본다. 한 권의 책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는다. 기사 하나만 놓고 봐도 그렇다. 바이라인은 으레 기자의 몫이지만 그 기사 하나가 출판되기까지 사진·교정·교열· 편집·미술(디자인) 등 복잡한 공정을 거친다. 제작에 관여한 사람들의 이름을 굳이 찾아보는 것은 그 보이지 않는 노동에 보내는 독자의 격려다. 책이 좋았다면 판권 면은 더 중요해진다. 그들의 이름이 내가 읽을 다음 책을 결정하는 하나의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 ‘이름들’에 바치는 헌사다. 편집자, 북 디자이너, 번역가 등 책에 관여하는 삶을 선택한 인터뷰이 열 명의 켜켜이 숨은 노동이 인터뷰어의 다정한 마음과 얽혀 다시 한 권의 책이 되었다.




음식과 전쟁
톰 닐론 지음, 신유진 옮김, 루아크 펴냄

“1668년 여름 프랑스 파리는 레몬 덕분에 전염병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었다.”


고대 요리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레시피를 취미 삼아 재현해보곤 했던 저자가 그 안에 담긴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모은 책. 여기 언급된 다양한 얘기들은 음식과 관련한 역사의 공백을 메워준다. 이를테면 잉어 양식과 십자군 전쟁, 레모네이드와 17세기 유럽을 휩쓴 페스트, 식인문화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육 요리 레시피, 카카오를 차지하기 위한 서구 열강들의 무역 전쟁에 관한 이야기들이 그것이다. 저자는 대영도서관을 비롯한 유럽의 여러 도서관, 미술관, 헌책방에서 찾아낸 희귀 자료를 토대로 음식 이야기를 매혹적으로 풀어냈다. 또한 고문서에 수록된 삽화에서부터 중세 화가의 판화나 소묘, 오래된 요리책에 담긴 이미지에 이르기까지 화려하고 진귀한 일러스트들이 본문과 어우러져 읽는 즐거움을 더한다.

<저작권자 ⓒ 시사IN (http://www.sisai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