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에서 떨어지면 별 생각이 다 든다. 자신의 어느 대목이 회사 마음에 안 들었을지 끝없이 곱씹는다. 취업 준비생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2009년 해고된 쌍용자동차 노동자들도 ‘2배수 면접’을 본다. 해고자 7명이 한 팀으로 들어가 면접관 네 명 앞에 선다. 질문은 이런 식이다. 바깥에서 무슨 일을 했느냐, 공장 안 동료들이 들어오는 걸 싫어하는데 왜 들어오려 하느냐, 들어와서 잘할 수 있느냐…. 해고자들은 각자 자신이 얼마나 공장 일을 잘할 수 있는지, 혹은 당장 복직해야 할 정도로 상황이 얼마나 어려운지 설명하며 ‘경쟁’한다. 이렇게 해고자 167명 중 37명이 복직했다. 면접에서 네 번 떨어진 사람도 있다.
2015년 쌍용차와 기업노조, 해고자들이 속한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3자는 ‘2017년 상반기까지 해고자와 희망퇴직자 등을 조속히 채용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고 합의했다. 채용 인원 비율은 해고자 30%, 희망퇴직자 30%, 신규 인력 40%로 정했다. 이 합의는 쌍용차 정리해고는 무효라는 항소심 판결을 대법원이 뒤집은 뒤에 이뤄졌다. 2017년 상반기가 지나고 남은 해고자 130명의 복직이 기약 없자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은 단식을 시작했다. 이 글을 쓰는 3월23일 현재 23일째다. 이번에 8명이 복직하면 남은 해고자 122명의 복직은 언제가 될지 알 수 없다.
해고자들은 복직 시점을 명기해 기약 없는 기다림과 2배수 면접 속 한줄기 희망을 달라고 말한다. 반면 회사는 시장 상황이 유동적이라 복직 시점 명기는 어렵다고 했다. 2009년 쌍용차는 2646명 구조조정을 노동조합과 협의 없이 일방 통보했다. 재직 노동자 37%가 넘는 숫자였다. 자신들이 잘못한 것도 아닌데 ‘산 자’와 ‘죽은 자’로 나뉘어 공동체가 파괴되는 트라우마를 겪었던 이들이 다시 산 자와 죽은 자로 나뉘고 있다. 이번에는 해고된 동료들끼리다.
그런 방식의 정리해고는 안 된다는 9년의 외침과 노동자와 그 가족 29명의 죽음은 정말로 ‘사적 갈등’에 불과했을까. 이제 정년을 바라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사회가 변변한 조정 장치를 마련하지 못하는 사이 해고자와 회사의 갈등은 극으로 치닫고, 노동자들은 곡기를 끊고 높은 곳에 오르며 청와대를 향해 엎드린다.
-
산별교섭 강화로 노동의 새벽을!
산별교섭 강화로 노동의 새벽을!
이종태 기자
정승일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연구이사는 ‘자유시장 자본주의’ 자체에 노동자들을 차별하고 분열시키는 성향이 존재한다고 본다. 이른바 ‘노동시장 이중화’. 실제로 자본주의 역사에서...
-
아들의 시선으로 본 쌍용차 해고
아들의 시선으로 본 쌍용차 해고
전혜원 기자
아빠가 감옥에 갔다. 1년 뒤 감옥을 나오자 회사에서 해고됐다. 쌍용자동차 노동자 김정운씨(47)의 맏아들 현우군(16)이 초등학교 3학년 때였다. 두 사람은 9월7일 개봉한 다큐...
-
출구 없는 비극 ‘금호타이어 잔혹사’
출구 없는 비극 ‘금호타이어 잔혹사’
김동인 기자
금호타이어 정상화를 둘러싼 내홍이 격해지고 있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3월2일 중국 타이어 회사 ‘더블스타’에 금호타이어를 매각하겠다고 발표했다. 인수 금액은 6463억원, 신주...
-
“쌍용차 해고자들은 사회적 재난의 피해자”
“쌍용차 해고자들은 사회적 재난의 피해자”
전혜원 기자
10년을 기다린 전화였다. 2009년 쌍용자동차에서 일하다 정리해고된 김범철씨(43)는 3월13일 회사로부터 “모레 복직 면접을 보러 오라”는 전화를 받았다. 해고 뒤 일용직으로 ...
-
마지막 칼럼이기를 [편집국장의 편지]
마지막 칼럼이기를 [편집국장의 편지]
고제규 편집국장
온종일 공장 정문을 서성이다 돌아왔다. ‘이 선을 넘지 마시오.’ 경찰 폴리스 라인 너머는 접근 불가. 무기력한 취재의 반복이었다. 이른 아침 경찰을 피해 공장 안으로 잠입했다. ...
-
해고자 119명이 보내는 구조 요청
해고자 119명이 보내는 구조 요청
장일호 기자
쌍용차 해고 노동자 김주중씨가 적어낸 긴급생계비 지원서 내용은 단출했다. ‘해고 기간 55개월, 국가가 제기한 손배 14억7000만원, 퇴직금 가압류, 부동산 가압류.’ 김씨는 2...
-
‘억’ 소리에 묻힌 노동권을 찾아서
‘억’ 소리에 묻힌 노동권을 찾아서
장일호 기자
“힘들게 싸우고 있는 작은 사업장도 많은데…. 어떤 때는 우리만 주목받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있습니다. 쌍용차를 넘어선 이야기도 해주실 수 있습니까?” 소주잔을 내려놓으며 김정...
-
쌍용차 해고 10년 그들이 들려준 대답
쌍용차 해고 10년 그들이 들려준 대답
장일호 기자
햇수로 10년이다. 2009년 쌍용차 대규모 정리해고 이후 해고 당사자의 경험과 건강에 대해서는 몇 차례 논의됐다. 충격적인 결과를 받아들고도 한국 사회는 제대로 된 대답을 내놓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