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도시 오스탕드르입니다. 해골들이 모여 사는 곳이지요. 해골 인구는 1275명이고 뼈의 수는 다 합쳐서 27만300개입니다.

달빛이 찬란한 어느 밤, 세탁소 아가씨가 뼈를 도둑맞았습니다. 아가씨는 곧 해골 탐정 셜록에게 사건을 의뢰했지요. 아가씨는 괴물이 자신의 팔뼈를 훔쳐갔으며 괴물은 이빨이 칼처럼 날카롭고 몸뚱이는 무시무시했다고 증언했습니다. 하지만 사건은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정육점 주인 오스비프는 종아리뼈를 도난당했으며, 괴물이 신화 속 케르베로스 같은 털북숭이 야수라고 증언했습니다. 접골사 오스뒤르는 관절이 약한 주민들을 치료하던 중 등뼈 열두 개와 오스왈다 부인의 정강뼈 그리고 자신의 꼬리뼈를 도둑맞았습니다. 오스뒤르는 괴물이 신화에 나오는 그리핀처럼 머리는 독수리이고 몸은 사자라고 했습니다.

〈뼈를 도둑맞았어요!〉 장뤼크 프로망탈 지음, 조엘 졸리베 그림, 최정수 옮김, 보림 펴냄
도난 사건은 이후에도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이어졌습니다. 해골 탐정 셜록은 과연 괴물을 잡을 수 있을까요? 도대체 괴물은 어떻게 생겼을까요? 괴물은 왜 해골들의 뼈를 훔쳐간 걸까요? 해골처럼 으스스한 도시 오스탕드르의 미스터리, 〈뼈를 도둑맞았어요!〉입니다.

왜 하필 해골들의 도시를 무대로 해골들의 뼈 도난 사건을 책으로 만들었을까요? 물론 작가 마음이지요. 작품을 보고 나서 무슨 생각을 하든 무슨 의문을 품든 그건 독자의 자유인 것처럼요.

〈뼈를 도둑맞았어요!〉의 표지를 보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오! 멋진데? 와! 재밌겠는데?’ 표지에는 검은 바탕에 하얀 해골들이 이리저리 달아나는 그림입니다. 물론 왼쪽 상단에는 해골 탐정 셜록의 모습도 보입니다. 그리고 페이지 한 장 한 장을 넘기며 감탄에 감탄을 연발했습니다. ‘그래! 바로 이거야!’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며 문득 저는, 장뤼크 프로망탈과 조엘 졸리베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이렇게 멋진 해골 그림책을 만들어줘서 고맙다고, 사후 세계를 친근하게 만들어줘서 고맙다고. 그 덕분에 해골이나 죽음을 무서워하지 않을 수 있게 되었고, 무엇보다 진짜 무서운 게 뭔지 알게 되었다고.

인간 마음속 진짜 괴물의 정체를 밝히다

이 책의 주인공은 해골 탐정 셜록이 아닙니다. 주인공은 바로 주황색입니다. 우선 표지에는 검은색을 배경으로 제목 〈뼈를 도둑맞았어요!〉가 한가운데 딱 박혀 있습니다. 첫 번째 피해자인 세탁소 아가씨가 뼈를 도둑맞는 장면부터 주황색 선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주황색 선은 이 책에서 가장 미스터리한 등장인물이자 천의 얼굴을 가진 괴물 도둑입니다. 주황색 선은 세탁소 아가씨의 증언에서 용이 되었다가, 오스비프의 증언에서 케르베로스가 되었다가, 오스뒤르의 증언에서 그리핀이 됩니다.

주황색은 괴물만 표현하는 게 아닙니다. 때로는 도난당한 뼈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폴리스라인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바에서 춤을 추는 해골이 되기도 합니다. 검정과 하양과 파랑으로 채색된 이 작품에서 주황색은 단연 모든 페이지의 주인공입니다.

우리는 아직 냉전 시대의 아픔을 품고 삽니다. 그래서인지 제 눈에는 〈뼈를 도둑맞았어요!〉의 주황색 괴물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습니다. 아마 누구든 주황색 괴물의 정체를 알게 되면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르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빨갱이’도 아니고 ‘파랭이’도 아니지요. 다만 인간을 빨갱이와 파랭이로 나누고 미워하게 만드는 미움의 이데올로기가 있습니다. 그것을 이용해서 선량한 사람들을 불행하고 불안하게 만드는 소수의 권력자들이 있습니다. 여기, 주황색 괴물의 정체를 통해 인간 마음속 진짜 괴물의 정체를 밝히는 그림책을 소개합니다. 〈뼈를 도둑맞았어요!〉입니다.

기자명 이루리 (작가∙북극곰 편집장)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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