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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우 기자가 분홍색 보자기를 꺼냈다

고제규 편집국장 unjusa@sisain.co.kr 2018년 03월 19일 월요일 제54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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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삐딱하기만 한 전국 담당 에디터 벤 백디키언 기자가 벤 브래들리 <워싱턴포스트> 편집국장에게 두툼한 서류 봉투를 건넨다. 브래들리 국장은 그 봉투를 받아 캐서린 그레이엄이 있는 발행인실로 가져간다. 그는 캐서린 발행인 앞에서 서류 봉투를 열고 신문을 꺼내 하나씩 펼친다. <워싱턴포스트>의 ‘펜타곤 페이퍼’ 보도를 1면에 받은 다른 신문들이었다. 영화 <더 포스트>를 보며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정부의 보도 금지 명령과 제소에 맞선 동업자 정신이 부러웠다. 물론 이 동업자 정신은 1년 뒤 워터게이트 사건 때 타사가 침묵의 카르텔로 맞서며 와해되었다(벤 브래들리, <워싱턴포스트 만들기>).




영화 속 서류 봉투를 보며 지난해 여름 분홍색 보자기가 떠올랐다. 주진우 기자가 보자기에 담긴 서류를 편집국 회의실에서 펼쳤다. “이게 바로 다스 실소유주를 밝혀줄 문건이다.” 주 기자는 뭔가 ‘물었을 때’ 말이 빨라지고 목소리가 커진다. 목소리에 힘이 들어갈 만했다. 입수한 서류는 사본도 아니고 원본이었다. 파란색 다스 도장이 선명했다. ‘다스 페이퍼’라 할 만했다. 망설임 없이 말했다. “오케이 갑시다. 보도합시다.” 커버스토리로 내면서도 한편으론 꼼꼼한 그분의 대응이 걱정되기도 했다. 늘 그렇듯 <시사IN> 자문 변호사인 최정규 변호사에게 기사의 법률 검토를 맡겼다. 마침표 하나까지 꼼꼼하게 확인하는 최 변호사도 기사를 보더니 “도대체 이게 가능한 일입니까?”라고 의아해했다. <시사IN>이 입수한 문건은 다스가 투자한 140억원을 돌려받기 위해 이명박 청와대가 움직였다는 내용을 증언하고 있었다. 지금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지만 그때만 해도 첫 보도, 바로 특종이었다.


ⓒ연합뉴스

너무 이상했다. 이 전 대통령이 전혀 대응을 하지 않았다. 우리 보도를 따라오는 언론사도 없었다. 반응이 대충 이랬다. “다스 실소유주 의혹은 검찰과 특검이 두 번이나 조사했는데” “이미 다 끝난 거 아닌가요?” 주 기자에게 후속 보도를 언제 할 거냐고 다그쳤다. 삐딱하기만 한 주 기자는 가욋일을 하고 있었다. “우리만 써서 안 되니까, 같이 갑시다.” 그랬다. 주 기자는 특종 욕심을 버리고 국외를 오가며 애써 모은 자료를 다른 언론사에 건넸다. 서서히 다른 언론사도 다스 의혹을 보도하기 시작했다. ‘<시사IN>에 따르면’이라는 출처 인용 보도를 한 곳은 많지 않았다.

여기까지 왔다. 이제 다 끝났다고 한다. 고생했다고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조사를 받고 나온 날, 주 기자는 다시 해외 취재에 나섰다. MB 프로젝트 관련 취재다. 끝을 보겠다는 <시사IN> 기자들의 다짐이 허언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독자들도 응원해주시고 지켜봐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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