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월드 가는 길에 아이들이 많았다. 이상했다. 디즈니월드 가는 아이들이 많은 건 하나도 이상할 게 없지만 글자 그대로 ‘디즈니월드 가는 길’ 위에 아이들이 많아서 이상했다. 위험천만한 고속도로를 놀이터 삼아 놀던 아이들. 어디서 왔을까? 어디로 돌아갈까?

감독 션 베이커에게 자신이 본 풍경을 이야기한 시나리오 작가 크리스 버고흐. 직접 확인해보기로 했다. 함께 차를 몰고 플로리다 주 올랜도에 있는 세계 최대 테마파크 ‘월드 디즈니 월드 리조트’ 건너편에 도착했다. 모텔이 참 많았다. 하나같이 디즈니월드의 상징 ‘매직 킹덤’을 어설프게 본떠 지은 저급한 디자인의 모텔이었다. 고속도로에서 마주친 아이들의 거처가 그곳이었다.

디즈니월드 주변 모텔을 집 삼은 아이들만 어림잡아 5000명이었다. 잠시 머물다 가는 게 아니라 아예 눌러사는 아이들이 그만큼이었다. 2008년 미국 경제위기 이후 하루아침에 거리로 나앉은 가정이 그렇게나 많았다. 엄마 아빠 손잡고 디즈니월드 가는 아이들을 먼발치에서 구경만 하며, 도로와 공터와 폐건물을 놀이터 삼아 뛰어노는 아이들이 감독 눈에 밟혔다.

이들이 처한 현실을 널리 알리기로 마음먹은 션 베이커. 어떻게 알리는 게 효과적일지 궁리했다. 이야기,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이 보고 싶을 이야기여야 했다. 그렇다면 “유머를 잃지 않는 이야기”가 제격이다. “주말 저녁 들뜬 마음으로 극장을 찾는 관객에게 미국 홈리스의 실상을 정직하게 다룬 영화 좀 봐달라고 부탁하는 건 솔직히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조금 파격적인 창의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었다”라고 나중에 감독은 고백했다.

배우는 인스타그램에서 찾았다. 연기 경험이 전혀 없는 디자이너의 셀카만 보고 주인공 무니의 엄마 핼리 역(브리나 비나이트)을 맡겼다. 엄마와 함께 마트에 장보러 나온 다섯 살 동네 꼬마를 주인공 무니의 친구 젠시(발레리아 코토)로 캐스팅했다. 또 다른 꼬마 친구 스쿠티를 연기한 크리스토퍼 리베라는 알고 보니 실제로 모텔을 집 삼아 사는 아이였다. 그 누구보다 영화 속 인물들 삶에 근접한 신인 배우들의 생기 넘치는 연기가 영화 내내 플로리다 햇살처럼 눈부시다.

기발하고도 사랑스러운 마법

세트 대신 모텔에서 찍었다. 디즈니월드 매직 킹덤 건너편, ‘매직 캐슬’이라는 간판을 단 보라색 건물은 촬영 내내 계속 영업 중이었다. 실제 투숙객이 엑스트라가 되어주었고, 그들의 다양한 사연이 시나리오에 녹아들었다. 관객은 마치 모텔의 방 한 칸을 얻은 것처럼, 살려고 발버둥치는 그들 곁에서 정말 여름 한 철을 보낸 것처럼, 영화가 끝난 뒤에도 매직 캐슬의 형형색색 풍경을 쉬이 잊지 못한다.

여섯 살 꼬마 무니(브루클린 프린스)와 친구들의 다사다난한 그해 여름. 도시의 흉터를 자신들만의 놀이터로 만드는 아이들의 기발하고 사랑스러운 마법. 가난을 과장하지도 않고 미화하지도 않으면서, “정말 감성적(emotional)이되 전혀 감상적(sentimental)이지 않은 이야기”로 완성된 〈플로리다 프로젝트〉. 이 영화의 가슴 벅찬 라스트신을 놓치는 모든 사람이 그저 한없이 측은할 뿐. 무니가 불쌍한 아이라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이 사랑스러운 소녀를 만나지 못한 채 봄을 맞이하는 관객이 제일 불쌍할 뿐.

기자명 김세윤 (영화 칼럼니스트)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