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은 요즘 여러모로 우울하다. 2014년 홍콩 민주화 시위가 거셌다. 홍콩 행정장관(행정 수반) 직선 투표를 요구하며 한때 10만명 이상이 시위에 참여했다. 당시 해외 언론은 ‘우산혁명’이라 부르며 찬사를 쏟아냈다. 우산혁명은 실패로 돌아갔고, 시위대는 이제 민주파와 홍콩 독립파라는 두 세력으로 나뉘었다. 합법적으로 선출된 젊은 독립파 의원 4명은 의원 선서식에서 홍콩을 중국의 ‘특별행정구’로 언급하는 선서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의원직을 박탈당했다. 시민을 납치하는 등 본토(중국)의 공권력은 홍콩까지 확장됐다. 홍콩과 베이징을 연결하는 고속철도 역의 출입국관리소·세관·검역소·승하차 구역은 홍콩 기본법이 아닌 중국 출입국관리법과 형법을 적용하겠다는 협약이 일방적으로 체결되었다.
2007년부터 책을 쓰기 위해 매년 홍콩을 들락거린다. 첫 취재를 위해 두 달 반 홍콩에 체류하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풍경은 인파가 많은 곳이라면 어디서나 발견할 수 있었던 파룬궁(法輪功) 포교자들이었다. 사실 이들이 포교자인지 시위대인지는 지금도 알쏭달쏭하다. 노란색 천에 파룬궁이라는 큰 글자를 써서 깃발처럼 들고 있지만, 그 외 전시품은 중국 정부의 악행에 대한 내용이었다. 그때만 해도 홍콩은 홍콩이고 중국은 중국이었다.
중국을 함부로 비방할 수 있었던 홍콩은 예전 이야기
홍함역이나 스타페리 터미널에 늘 있던 그들이 사라진 건 최근이다. 우산혁명이 실패로 돌아가며 깨달은 게 있다면, 이 포교자인지 시위대인지 알 수 없는 사람들의 주요 포교 대상은 홍콩인이 아니라 홍콩에 놀러온 중국인 관광객이었다는 점이다. 중국인들이 주로 오가는 길목이 주요 포교 장소였다. 중국인 관광객들은 ‘척살 장쩌민’ ‘파괴 중국공산당’ 같은 본토에서는 입에 담을 수 없는 글을 보며 기함했다. 파룬궁 포교단의 실종 혹은 대대적인 규모 축소를 보면서, ‘중국을 함부로 비방할 수 있었던 홍콩도 예전 이야기구나’라는 두려움이 들기 시작했다.
영화 〈1987〉은 현재 홍콩에서 37개 스크린에서 상영 중이다. 영화표 예약 사이트에 감상평이 몇 올라왔는데, 이 후기가 가장 눈에 띄었다. “이 영화를 중국 본토에서는 볼 수 없다. 물론 내가 아는 친구들은 어떻게든 구해서 보겠지만…. 그래도 홍콩에는 영화라도 마음대로 볼 자유가 있다는 사실이 상기됐다. 한국인이 자랑하는 이 영화는 홍콩인에겐 좀 슬픈 픽션 같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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