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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webmaster@sisain.co.kr 2018년 03월 14일 수요일 제54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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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진하라
존 루이스·앤드류 아이딘· 네이트 포웰 지음, 최명찬 옮김, 프린웍스 펴냄


“당신은 내 자유를 빼앗을 수 있지, 그러나 내 존엄성을 빼앗지는 못하지.”


흑인 인권운동의 대부인 존 루이스의 일대기를 다룬 그래픽노블이다. 1960년대 시민권 평등운동의 전면에 나선 존 루이스가 1965년 3월 앨라배마 주 셀마-몽고메리 행진에 성공하기까지의 우여곡절과 내적 갈등이 담겨 있다. 그는 40여 차례 투옥과 수십 차례에 걸친 백인의 구타를 겪으면서도 비폭력주의를 지켜왔다.
이 책의 묘미는 1인칭에 있다. 당시 흑인 인권운동은 갖가지 장애를 뛰어넘어야 했다. 조직이 와해될 뻔한 위기, 백인 사회가 쌓아올린 장벽, 폭력의 일상화 속에서 ‘비폭력’이라는 방법론은 결코 유지하고 지키기 쉬운 선택이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이 길이 과연 옳은 것인가’를 묻는 그의 독백을 마주할 때마다 독자 역시 함께 고민할 수밖에 없다.




조선인 강제연행
도노무라 마사루 지음, 김철 옮김, 뿌리와이파리 펴냄

“조선인은 징용되지 않는 차별을 받았다.”


이 책의 미덕은 원자료를 통한 꼼꼼한 정리와 분석이다. 1939년 9월부터 1945년 8월까지 이뤄진 일제의 총력전 때 전시 노무 동원 계획을 다뤘다. 징용에 대한 한국 사회의 고정적 이해와 상반되는 내용이 담겨 있다. 1939년부터 노무 동원이 시행됐지만 법적 강제징용은 1944년부터 발동됐다는 점, 일본인도 광범위하게 징용된 점 등을 근거로 든다.
“조선인은 징용되지 않는 차별을 받았다”라는 저자의 주장도 눈길을 끈다. 일본 근대사 전문가인 저자는 조선인은 1944년에야 징용되면서 법적으로 권리와 의무 테두리 안에 들어왔다는 것이다. 일제가 조선인 징용을 원치 않았다는 뜻이 아니라, 역으로 조선인은 법적 존재조차 인정받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얼굴은 인간을 어떻게 진화시켰는가
애덤 윌킨스 지음, 김수민 옮김, 을유문화사 펴냄

“사실 모든 동물 중에서 인간의 얼굴이 가장 특이하다.”


우리는 놀라운 얼굴 인식 기계다. 눈의 위치, 턱의 윤곽, 입술 색의 차이를 따로 뜯어보면 너무 사소해서 구분할 필요도 없어 보이지만, 그러한 정보로도 우리는 서로 다른 얼굴을 아주 쉽게 구분해낸다. 인공지능은 바로 최근까지 인간의 얼굴을 구분하는 데 애를 먹었다.
저자는 한발 더 나간다. 그는 인류의 얼굴과 지능이 서로 얽혀 공진화해왔다고 논증한다. 우리 뇌는 서로 다른 얼굴을 인식하는 능력, 얼굴 표정을 만드는 능력, 그리고 상대의 표정을 읽는 능력을 발달시켰다. 얼굴을 인간 진화의 핵심 키워드로 격상시키는 흥미진진한 논의를 따라가다 보면, 얼굴과 내면이라는 익숙한 이분법에 의심이 생기게 된다. 어쩌면 얼굴이야말로 우리 종의 내면을 빚어낸 동력인지 모른다.




실명의 이유
선대식 지음, 북콤마 펴냄

“저는 여러분의 휴대폰을 만들다가 시력을 잃고 뇌 손상을 입었습니다.”


20~30대 청년 6명의 눈이 멀었다. 6명 중 5명은 삼성전자, 1명은 LG전자 스마트폰 부품 공장에서 일하다 메탄올에 중독되었다. 모두 파견 노동자였다. 2015년과 2016년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일이다. 현행법상 제조업 직접 생산 공정에는 원칙적으로 파견이 금지된다. 그럼에도 이 땅의 수많은 공장이 파견 노동자 없이는 돌아가지 않는다.
대기업 3차 하청업체 불법 파견, 고전적 유해물질 중독, 그리고 청년. 한국 사회를 응축한 듯한 이 ‘징후적 사건’을 <오마이뉴스> 기자가 기록한 결과물이 책으로 나왔다. 피해자들이 어떤 사람들이고, 자신에게 닥친 일에 대해 어떻게 느꼈는지 충실히 전한다. 가해자 누구도 감옥에 가지 않았다는 대목에선 무릎이 꺾인다.




전라도 천년
김화성 글, 안봉주 사진, 맥스미디어 펴냄

“귀양 온 선비들은 척박한 변방에 ‘인문학의 씨앗’을 뿌려주었다.”


올해는 1018년 고려 현종이 호남의 큰 고을 전주와 나주의 첫 자를 따서 ‘전라도’라는 호칭을 만든 지 딱 1000년이 되는 해이다. 김제평야에서 나고 자란 저자는 ‘가히 살 만한 섬(가거도)’의 척박한 삶부터 유배당한 선비들이 뿌린 ‘인문학의 씨앗’까지 전라도 천년의 이야기를 때론 유장하고 때론 숨 가쁘게 풀어낸다.
나주 금성산 아래 주막에서 석별의 정을 나누고 각기 유배의 길을 떠난 정약전·정약용 형제의 시각으로도 전라도를 들여다본다. 오천 년 역사에서 늘 변두리였던 전라도, 그곳에서도 변방인 섬은 ‘변방 중의 변방’이다. 그러나 저자는 그 섬들이 ‘거꾸로 세계지도’로 보면 중국 대륙을 향해 거침없이 날아가는 ‘새떼’로 보인다며 새 천년을 열어갈 발판으로 해석한다.




강아지 책
앵거스 하일랜드·켄드라 윌슨 지음, 김목인 옮김, 아트북스 펴냄

“개들은 행복에 사로잡혀 있다.”


주세페 카스틸리오네는 이탈리아 예수회 선교사로 청나라에 파견되어 궁정 화가로 살았다. 서양 화법을 중국의 전통 화법과 융합한 작품들로 유명하다. 그의 작품인 <금빛 날개의 하운드>는 동양화의 감초인 낙락장송을 배경으로 날렵하고 우아한 그레이하운드를 담고 있다. 카스틸리오네뿐 아니라 프란시스코 고야, 제임스 티소, 데이비드 호크니 등 근현대 미술사의 쟁쟁한 화가들이 캔버스에 담아낸 다종다양한 개의 모습을 책 한 권으로 묶었다.
작품들은 개의 여러 모습을 다양한 기법으로 포착하고 있지만, 대체로 너무나 사랑스럽다. 출판사 측은 “인간과 개가 서로에게 의지하고 감정을 공유하는 순간들을 감상할 수 있는 선물 같은 책”이라고 자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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