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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박 군인은 어디로 가야하나

군인의 외출·외박구역 제한을 폐지하겠다는 국방부의 발표에 대해 접경지역 상인들의 반발이 거세다. 이들은 주민의 생존권을 박탈하는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여론은 반대로 들끓었다.

김연희 기자 uni@sisain.co.kr 2018년 03월 12일 월요일 제54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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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경지역 시장·군수협의회는 2월2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최문순 강원도 화천군수(자유한국당)를 비롯한 지자체장 10명은 ‘군인 외출·외박구역 제한 폐지(위수지역 해제)’ 결정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2월21일 국방부가 군 적폐청산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여 위수지역을 해제하겠다고 발표하자 이에 반발한 것이다. 이 자리에는 ‘접경지역 사랑 국회의원 협의회’ 소속인 자유한국당 안상수·황영철·이양수·김성원 의원이 함께했다. 이들은 위수지역 해제가 주민의 생존권을 박탈하는 행위라고 규탄한다. 군사지역이라는 특성상 각종 규제로 별다른 산업이 자리 잡지 못했는데, 군인을 상대로 한 장사까지 어려워지면 지역 경제가 파탄난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론은 반대로 들끓었다. 위수지역 상인들이 군인을 상대로 폭리를 취한다는 반감이 보편적으로 퍼져 있다. 2013년 경기도 여주에서 군복무를 한 고충열씨도 위수지역에 대해 나쁜 기억을 가지고 있다. “대체로 가격이 비싸다. PC방 1시간 이용료는 보통 1000원 정도인데 1400원, 1500원을 받았다. 회원 가입을 하면 이용료가 저렴해지지만 주말에는 회원 가입을 받지 않는다. 군인들이 주말에만 외출·외박을 나올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하는 거다. 상병 때 부모님이 면회를 오셔서 외박을 나갔는데 모텔 숙박료로 10만원을 내야 했다.”

ⓒ시사IN 조남진
강원도 양구군 양구읍내는 군인들의 소비에 의존하고 있다. 위는 양구읍내를 지나는 군인들의 모습.
2월28일 강원도 양구를 찾았다. 양구군에는 2사단 노도부대, 21사단 백두산부대가 주둔해 있다. 차 없는 거리로 조성된 양구읍내 중앙길은 깔끔하게 정비돼 있었다. 거리 양옆으로 패스트푸드점, 커피숍, 빵집 등 프랜차이즈 업체가 줄지어 들어서 있다. PC방과 당구장도 자주 눈에 띄었다. 상권이 군 장병들의 소비 패턴에 맞춰져 있어서 시골 읍내보다는 중소도시 대학가 같은 분위기가 났다. 양구시외버스터미널 근처에서 만난 군인들은 “군인요금이 따로 있지는 않지만 PC방이 주말에만 이용료를 올려서 받는다”라고 말했다. 양구읍내 PC방 요금표에는 주말 가격이 별도로 적혀 있다. 주중에는 성인 1500원, 학생 1200원, 주말에는 성인·학생 1800원 수준이다.

모텔은 평일 일반실 3만5000~4만원, 특실 5만원인데 주말에는 일반실 5만~6만원, 특실 7만~8만원이었다. 숙박업소가 주말요금을 받는 건 위수지역만의 현상은 아니다. 그런데 숙박요금표에 특이한 점이 있었다. ‘15시 연장 1만원, 17시 연장 2만원’이라고 추가요금이 쓰여 있었다. 외박 나온 군인들이 복귀 시간까지 객실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생긴 요금체계다. 지역 상인들은 “군인들은 토요일 외박 나오는 아침 8시부터 방을 잡아 복귀 직전까지 이용한다. 잠만 자고 나가는 손님들과 다르다”라고 말했다.

식당이나 커피숍은 저렴하지 않지만 폭리 수준은 아니었다. 삼겹살 1인분(200g) 1만2000원, 짜장면과 짬뽕은 각각 4500원·5500원, 국밥 등 식사류는 6000~8000원 정도다. 양구 지역에서 군복무를 하는 한 병장은 “몇 년 전부터 양구읍내에 프랜차이즈 업체가 대거 들어오기 시작했다. 장병들이 외출 나오면 주로 프랜차이즈 식당을 가고, 프랜차이즈 업체는 가격이 정해져 있으니 음식 값이 비싸다는 생각은 못해봤다. 옛날에는 불친절하고 군인 상대로 바가지 씌우는 일도 있었다고 들었는데 2011년 고등학생 폭행 사건 이후 많이 개선됐다고 한다”라고 말했다.

ⓒ시사IN 조남진
강원도 양구군 한 도로변에 위수지역 해제를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위수지역 특유의 ‘미묘한 폭리’


2011년 양구읍내에서 고등학생 10명이 군인 2명을 폭행한 사건은 예비역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군부대는 항의 차원에서 전 병력 외출·외박을 금지했다. 휴가 가는 장병은 택시나 지역 상가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군 차량을 이용해 버스터미널까지 태워다주기도 했다. 이 여파로 양구 경제가 마비되자 지역 주민들은 가해 학생들을 군부대로 데려와 사과하게 하고 바가지 행태를 근절하겠다고 약속했다.

위수지역 상인들은 제도적으로 보장된 독점을 적극 이용해 주말·공휴일에만 활성화되는 상권 특성상 주말에 최대한의 수익을 얻도록 가격을 책정한다. 그러면서 또 한편으로는 주 고객인 군부대와의 관계도 고려해야 한다. 이런 시장 특성이 위수지역 특유의 주말 이중가격과 ‘미묘한 폭리’를 만들어냈다.

국방부는 군인 외출·외박구역 제한 폐지가 위수지역의 물가 문제와는 상관이 없다고 밝혔다. 국방부 관계자는 “군 장병의 인권을 증진하는 차원에서 군 적폐청산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였다. 지금도 외출·외박 장병을 제외하고 필수 인력을 병영 내에 유지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전력상으로도 제한 폐지의 문제는 없다”라고 말했다. 국회의원 시절 국방위원회에서 활동했고, 이번 군 적폐청산위원으로 참여한 김광진 전 의원은 권고 취지를 이렇게 설명했다. “위수지역은 지역적·시간적 제한을 고려해서 지휘관이 정하도록 되어 있는데 교통편이 발달하면서 굳이 지역을 설정하지 않아도 제시간에 복귀가 가능하다. 시대에 맞지 않는 기준으로 사병들의 인권을 과도히 제약하는 측면이 있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유한국당 등 야당에서는 위수지역 해제 문제를 선거 쟁점으로 만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역에서는 “우리가 적폐냐”라는 반응이 나온다. 강원도청 관계자는 “하필 적폐청산위 권고로 나온 바람에 정책 토론이 아니라 ‘적폐’ 단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도민 여론이 있는 게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전국 단위 여론이 위수지역 해제를 지지한다고 해도, 이해 관계자가 집결한 강원도에서는 위수지역 유지론이 표가 된다.

강원 지역 민주당에게는 곤혹스러운 이슈다. 사병 인권 개선을 위한 정부 정책에 계속 반대만 하기도 어렵고, 6월로 닥친 선거를 생각하면 물러서기도 어렵다. 민주당 강원도당 위원장인 심기준 의원은 “위수지역이 시대 상황과 맞지 않아 개선하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일방적으로 발표되니 주민들이 반발할 수밖에 없다. 아직 구체적인 안이 나오지 않은 만큼 국방부는 주민과 대화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위수지역 해제를 추진하는 국방부와 이에 반대하는 접경지역 주민의 주장은 모두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장병의 인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군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는 대의에는 토를 달기 어렵다. 동시에 군부대가 주둔한 접경지역이 군사시설로 지정돼 낙후되고, 군인들의 소비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어서 위수지역이 해제되면 큰 타격을 입는 것도 사실이다.

지금껏 접경지역의 경제 생태계란, 군사지역이라 이런저런 제한에 묶인 지역 주민의 손실을 위수지역을 설정함으로써 발생하는 소득으로 메우는 구조였다. 결과적으로 국가의 책임을 사병 주머니를 털어 얼버무려온 셈이다. 지역 주민 처지에서 위수지역 해제 방침은 소득을 빼앗아가고 손실만 남겨두는 조치이다. 격렬한 반발은 그래서 터져 나왔지만, 사병 주머니 터는 구조를 유지해달라는 주장으로 받아들인 여론은 차가울 수밖에 없었다. 김광진 전 의원은 “군사보호구역이라서 생기는 피해 보상은 국가를 상대로 해야지, 위수지역을 고집해 개별 병사들에게 부가가치를 얻어내는 방식은 합리적이지 않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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