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겐세이’의 위력이 셌다. 겐세이는 당구장에서 자주 들리는 일본말. 견제(牽制)라는 한자를 겐세이(けんせい)라고 읽는다. 상대편이 당구공을 제대로 맞히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길목을 공으로 막아 견제, 방해하는 것을 뜻한다. 당구장에서 흔히 쓰는 말인데 국회에서 이 속어가 갑자가 툭 튀어나오니 무척 화제가 되었다. 그것도 3·1절 직전에. 타이밍이 참 절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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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겐세이’의 주인공은 이은재 의원(자유한국당·사진). 이 의원이 2월27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교문위) 전체회의에서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질의할 때였다. 김 부총리의 강남 집 매각 여부를 두고 이 의원은 “내가 부동산 업자입니까? 해도 너무하는 것 아니에요? 그게 어디서 해먹던 버릇입니까? 도대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유성엽 국회 교문위원장이 “차분하게, 차분하게 질의하세요. 차분하게 하시고…”라고 하자, 문제의 발언이 나왔다. “차분하게 하는데 계속 중간에서 지금 ‘겐세이’ 놓으신 거 아닙니까?(이은재 의원)” 유 위원장은 “겐세이라는 말은 제가 청년기에 당구장을 다닐 때 말고는 처음 들었다. 일본어인데 3·1절을 앞두고 공개석상에서 적절치 못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이은재 의원도 사과했으나, 이를 어쩌나. ‘겐세이 동영상’은 이미 널리 퍼졌다. 포털사이트 ‘실검’에도 올랐다.

누리꾼들이 ‘웃기네’ 하며 이 발언과 동영상을 퍼 나르는 동안,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이 말이 정말 재미있었나 보다. ‘겐세이’ 발언 다음 날인 2월28일, 원내대책회의를 위해 국회에 모인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이 “겐세이 멋있었다”라며 이은재 의원을 치켜세웠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수석 대변인은 “겐세이는 20대 국회 최고의 히트작”이라고 말했다. 홍준표 대표는 페이스북에 “3·1절을 앞두고 이은재 의원이 일본말인 겐세이를 사용했다고 막말이라고 비난하는 것을 보고 참 어이가 없었습니다”라고 두둔하는 글을 썼다. “최근 널리 사용하는 미투 운동도 ‘나도 당했다’로 고쳐서 사용해야 하지 않습니까?”라면서.

이은재 의원은 ‘사퇴 요정’으로 불렸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에게 “사퇴하세요”라고 외친 장면으로 유명세를 치렀다. ‘사퇴 요정’에서 ‘겐세이 요정’으로 거듭났다. 히트라면 히트다. ‘무플보다 악플이 낫다’고 생각한다면.

기자명 차형석 기자 다른기사 보기 ch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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