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의 의회 지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평화 정착과 남북 경협 방안, 식량과 자원 문제, 인도적 현안 등을 놓고 허심탄회하게 논의를 하자는 것입니다. 정부는 개성공단 활성화를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개성공단은 남북 경협과 평화의 상징지대입니다.”
2008년 7월14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이었다. 사흘 전 금강산에서 남한 관광객이 북한군에 피격당해 사망했다. 발언자도 금강산 피격 사건을 염두에 두었다. “이번 사건은 남북 화해가 왜 필요한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불행한 일이 되풀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남과 북은 대화를 하고 상생의 길을 가야 합니다.” 햇볕정책 지지자 발언으로 보이지만 발언의 주인공은 여당인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였다. 지금도 구글에서 ‘홍준표 원내대표 국회 연설 전문’을 입력하면 가장 먼저 검색된다.
한때 정보는 권력자만의 실탄이었다. 경찰·검찰·국세청·국정원(안기부) 등 권력기관은 실탄 보급을 위해 음지에서 암약했다. 불법 도청·불법 사찰도 마다하지 않았다. 정보가 권위를 가져다준 시절도 있었다. 정보에 밝은 기자가 보도하는 기사와 의견(사설)은 신뢰를 받았다. 이제 세상이 바뀌었다. SNS로 모든 주권자들이 정보를 공유하고 나눈다. 주권자들의 권리는 음지의 권력과 권위를 모두 무너뜨렸다.
정치는 말과 글의 싸움이다. 의견은 다를 수 있다. 정보가 정확해야 논리도 일관되며 신뢰를 받는다.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의 말과 글은 막무가내 수준이다. 그들에게 논리를 제공하는 ‘1등 신문’도 독자들이 더 잘 알 것이다. 자유한국당이 막말을 쏟아내며 집권한 ‘제국’의 대통령을 롤 모델로 삼았다면 어쩔 수 없지만 2018년 한국과 미국은 엄연히 다르다. 한국의 주권자들은 촛불과 탄핵을 경험했다.
이종태·김동인 기자가 이번 호에 제국의 또 다른 속셈을 살폈다. 다시 말하지만 정보를 정확히 알아야 대책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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