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월20일 박근혜 뇌물 혐의 등 105차 공판

최순실씨가 박근혜 피고인 재판에서 증언하기를 끝내 거부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는 1월20일, 2월1일 공판에서 증인으로 예정된 최씨가 나오지 않자 2월20일로 증인신문 날짜를 다시 잡았다. 최순실씨는 이날도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판사:오늘 당초 최순실 증인신문이 예정돼 있었지만 어제 불출석 사유를 제출했다. 자신의 재판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증언할 수 없다는 취지이다(최씨는 2월13일 선고된 1심 판결에 불복해 곧바로 항소했다). 검찰과 변호인은 증인 신청을 유지하겠나?

검찰:출석을 계속 거부하고 있고, 신속한 절차 진행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증인 신청 철회하겠다.

박근혜 변호인:저희들도 철회한다.

판사:그러면 최순실에 대해 증인 신청을 철회하는 것으로 정리하겠다. 그동안 제출된 의견서 요지를 말씀드리겠다. 박근혜 피고인 변호인이 2월1일 제출한 의견서다. 안종범 업무수첩의 증거능력에 대한 내용이다. 박근혜 피고인과 이재용 부회장이 독대했다는 사실에 대해 직접·간접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취지이다. 2월1일 변호인이 제출한 또 다른 의견서가 있다. 승마 지원 관련해 단순 뇌물죄 성립을 부인하는 내용이다. 요지는 최순실이 박근혜 피고인의 대리인도 아니고 최순실과 박근혜 피고인이 경제적·실질적으로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것으로 볼 수 없어서 최순실이 받은 걸 박근혜 피고인이 받은 것으로 평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박근혜 피고인 변호인이 승마 지원 관련해 제출한 의견서가 하나 더 있다. ‘2014년 9월15일 단독 면담에서 박근혜 피고인이 이재용 부회장에게 삼성이 대한승마협회장을 맡아달라고 한 사실은 있지만, (2015년 7월 2차 단독 면담에서) 승마협회를 잘 운영하지 못한다고 질책한 적은 없다. 최순실에게 정유라 승마 지원 관련해서 듣거나 부탁받은 바 전혀 없다. 삼성이 독일 코어스포츠와 맺은 용역 계약은 정유라만을 위한 게 아니라 올림픽에 출전할 승마 선수 지원이 목적이었다. 뇌물이 절대 아니다’라는 내용이다.

■ 2월21일 박근혜 뇌물 혐의 등 106차 공판

박근혜 게이트 재판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 재판부는 박근혜 피고인의 결심공판 기일을 2월27일로 잡았다. 결심공판에서는 검찰이 피고인에 대한 형량 의견(구형)을 밝힌다. 재판부가 판결을 내리는 선고기일은 결심공판 뒤 1개월 전후로 열린다.

ⓒ그림 우연식검찰이 서증조사를 진행하면 재판부가 남은 증거들의 채택 여부를 결정한다.
2월21일 서증조사를 하는 검사들.

판사:2월27일에 추가 증거조사를 마치고 최종변론 절차까지 진행하겠다(최종변론 절차는 결심공판에서 이루어진다). 검찰과 변호인은 소요 예상 시간을 검토해주기로 했는데.

검찰:30분 정도 예상한다.

박근혜 변호인:저희는 2시간 정도 걸릴 것 같다.

판사:오늘은 검찰에서 서증조사(서류 증거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겠다.

검찰:먼저 SK 뇌물 수수 관련 서증조사를 진행하겠다. SK그룹에서 박근혜 피고인과 2016년 2월16일 단독 면담을 위해 준비한 말씀자료이다. 최태원 회장이 단독 면담에서 대통령에게 건의할 내용을 정리한 문서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M&A, 면세점 면허 탈락이 기재돼 있다. 그 뒷장에는 ‘진퇴양난’이라고 적혀 있다. 23년간 운영해온 워커힐호텔 면세점의 특허 만료가 임박했다는 내용이 있다. 마지막으로 말씀자료 12쪽을 보면 EVC 현안이라고 돼 있는데, EVC는 최태원 회장 동생인 최재원 부회장을 지칭한다. 당시 수감돼 있던 최재원 부회장이 설날이면 형 집행률 80%를 채운다며 가석방 문제를 언급한다.

다음은 SK그룹 관련 대통령 말씀자료이다. 2016년 2월16일 최태원 회장과 단독 면담을 앞두고 대통령을 위해 준비한 말씀자료이다. SK그룹의 건의 사항이 기재돼 있다. 첫째로 ‘면세점 사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신규 사업자를 신속히 선정하거나 임시 특허를 발행해달라’는 건의 사항에는 ‘시내 면세점 특허 제도에 관한 종합적인 개선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겠음’이라고 기재돼 있다. 두 번째 현안으로는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M&A를 신속히 진행해달라’고 돼 있다. ‘SK는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각각 68억원, 43억원을 출연 총 111억원’이라는 내용도 기재돼 있다. 대통령이 하실 말씀으로 ‘미르·K스포츠 재단 후원 감사하고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심과 협조 부탁드린다’라고 쓰여 있다. 최태원 회장은 본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단독 면담에서) CJ헬로비전 합병, 면세점, 최재원 부회장 가석방을 언급했고, 대통령이 K스포츠재단의 가이드러너 사업에 관심 가져달라고 했다”라고 진술했다.

다음은 김창근 SK이노베이션 회장 수첩이다. 단독 면담 다음 날인 2016년 2월17일 작성됐다. 기재 내용 중 5항에 CJ헬로비전, 6항에 WH, 즉 워커힐 면세점 언급됐고 7항에 ER이라고 쓰여 있다. ER은 Early Release, 조기 석방을 뜻한다. 최태원 회장이 대통령에게 건의한 내용과 일치한다.

계속해서 롯데 뇌물 수수 증거 설명하겠다. 면세점 특허 재취득과 관련해 전방위 로비를 했다는 정황이 드러난다. 첫 번째는 신동빈 롯데 회장이 안종범 전 수석과 만날 때 참조한 미팅 자료이다. 2016년 3월11일 안 전 수석과 만났다. 대통령 단독 면담이 있었던 3월14일에서 사흘 전이다. 롯데의 요청 사항을 보면 단기적으로는 유관 정부기관을 통해 면세점 신규 특허를 발행하고, 장기적으로는 면세점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나온다. 대통령 말씀자료 중 시내 면세점 관련 롯데 건의 사항과 완전히 일치한다.

다음으로 기재부 작성 문건이다. 2015년 11월 청와대에 보고하기 위해 작성한 것으로 면세점 특허제를 신고제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한 내용이다. 검토 배경을 보면 ‘최근 롯데 월드타워, SK워커힐이 탈락하면서 면세점 특허제도에 대해 과도한 규제라는 문제 제기’라고 쓰여 있다. 박근혜 피고인이 면세점 신규 허가를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이 롯데·SK 탈락에 명확히 근거한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다.

다음으로 청와대에서 2016년 3월14일 박근혜·신동빈 피고인 단독 면담을 위해 준비한 대통령 말씀자료이다. 롯데 주요 현안과 대통령 말씀 요지가 기재돼 있다. 롯데 주요 현안 검토로는 ‘시내 면세점 영업 연장 및 제도 개선 건의’라는 제목 아래 (안종범) 미팅 자료에서 본 바와 같이 단기적으로는 유관 정부부처 통해 신규 특허 발행, 장기적으로는 법 개정해 면세점을 특허제에서 신청제로 변경이라고 기재돼 있다. 이에 대해 박근혜 피고인이 말할 내용으로 ‘롯데가 면세점 특허를 상실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시내 면세점 제도 개선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 3월 말에 발표할 방침’이라고 적혀 있다.

이어서 이미경 CJ그룹 부회장 강요 미수 부분을 서증조사하겠다. 이미경 부회장의 확인서 사본을 제시한다. 조원동 전 청와대 수석의 사퇴 압박을 (손경식 CJ그룹 회장에게) 전해 들었다는 이 부회장의 진술이다. ‘2014년 7월에 손경식 회장이 조 수석을 만났는데 VIP 뜻이라며 이미경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기를 원한다고 했다. 너무 당황스럽고 납득하기 어려워 손 회장에게 조 수석 말씀을 직접 확인하고 싶다고 해서 통화 녹음 내용을 들었다. 당시 이재현 회장이 구속되고 그룹이 수사까지 받아 창립 이래 최대 위기였다. 손경식 회장과 같이 그룹을 추스르는 상황이었는데 사퇴를 요구한다는 조 수석 말이 큰 충격이었다. 정말로 CJ에 큰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앞섰다’라는 내용이다.

기자명 김연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u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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