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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에 부동산 시장 주춤

국토부와 서울시가 2006년 제정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에
대한 유예를 마치고 올해부터 철저하게 시행하겠다고 발표하자 요동치던 부동산 시장이 주춤해졌다.

이태경 (‘토지+자유연구소’ 토지정의센터장) webmaster@sisain.co.kr 2018년 02월 19일 월요일 제54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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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들어 부동산 시장을 강타한 핫이슈는 단연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다. 더 정확히 말하면 국토교통부(국토부)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에 따라 재건축을 추진 중인 단지에 부과될 부담금 규모를 시뮬레이션한 결과를 발표한 게 시장을 놀라게 했다. 특히 시장을 ‘충격과 공포’에 빠트린 건 강남에서 재건축을 추진 중인 아파트 단지 가운데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에 따른 조합원당 부담금이 최대 8억4000만원에 달하는 단지가 존재한다는 소식이었다. 당연히 재건축을 추진 중인 단지들은 격렬히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의 취지와 성격을 정확히 알고 오해에서 벗어난다면 기겁할 일도, 저항할 일도 아니란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는 2006년에 만들어졌다. 공공부문의 기여로 형성된 개발이익 가운데 ‘초과이익’ 부분을 공공과 소유주가 나누도록 설계되었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에 따라 부과되는 부담금은, 완공한 뒤 해당 주택의 가격이 주변 시세보다 더 많이 올랐을 때 그 초과 상승분에 일정한 비율(부과율)을 곱해서 산정한다. 부과율은 조합원 평균이익에 따라 구간별로 0~50%까지 누진 적용된다(조합원 1인당 3000만원까지는 면제).

ⓒ연합뉴스
정부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에 따른 예상 부담금을 공개하자 반발이 거세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에 따라 의미 있는 부담금을 납부할 단지들은 거의 강남에 위치한다. 국토부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강남 4구 15개 단지의 조합원당 평균 부담금 액수가 4억3900만원인 데 비해 비강남권 5개 단지의 조합원당 평균 부담금은 1억4700만원에 불과하다. 강남 재건축 단지의 초과이익 규모가 다른 지역보다 압도적인 건 강남의 교통·교육·경제·문화 인프라가 단연 우월하기 때문이다. 강남의 우월한 인프라는 전부 공공이 만든 것이다. 공공이 만든 인프라로 인해 발생한 재건축 개발이익 중 초과이익을 공공과 소유주가 분점하는 것은 지극히 정당하다.

강남에서 재건축을 추진 중인 단지들을 경악하게 한 극단적 사례를 들어보자. 재건축 부담금이 조합원당 최고 8억4000만원이면 보수적으로 잡아도(최고 부담률인 50%라 해도), 초과이익 규모가 17억원 이상이라는 이야기다. 부담금을 내도 10억원 가까이 남는다. 초과이익이 엄청나게 발생했고, 이에 기여한 공공이 그중 일부를 환수해 공익에 사용하겠다는데 억울해할 일이 결코 아니다.

재건축 추진 조합과 거대 언론들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가 미실현 이득에 대한 과세이며 조합원 간 형평성을 위배하는 등의 이유로 위헌이라고 주장한다. 이 주장 역시 따져보자. 헌법재판소는 토지초과이득세(1994년)나 종합부동산세(2008년) 등에 대한 심판에서 ‘미실현 이득에 대한 과세’만은 일관되게 합헌으로 판단했다. 토지초과이득세제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리긴 했지만, 그것은 국회 입법이 아닌 시행령, 시행규칙 등으로 세율, 부담금 부과 대상 등의 사항을 정했기 때문이다. 종합부동산세 역시 지금도 미실현 이득에 대해 버젓이 부과되고 있다. 재건축 부담금은 개발이익이 생기는 경우에 한해 그중 일부에 부과하는 것이어서 원본 잠식이 발생할 수 없다. 재건축 부담금과 양도소득세는 과세의 목적과 대상, 과세 방법 등이 완전히 다르므로 이중과세에 해당되지도 않는다. 다만 납세자의 담세 능력 등을 감안해 부담금 납부 시점을 증여 및 매매 때까지 연기하거나 나누어 내도록 하는 보완책을 고려할 수 있다.

ⓒ시사IN 자료
2017년 8월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미실현 이득에 대한 과세’는 일관되게 합헌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측의 논거 중 하나는 조합원 간 형평성 위배다. 즉 재건축 추진 아파트를 소유한 시점에 따라 조합원마다 얻는 개발이익의 규모가 다른데 이를 감안하지 않아서 위헌이라는 것이다. 물론 재건축을 추진 중인 단지의 주택을 소유한 시점에 따라 조합원 간의 개발이익 규모가 다를 수 있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는 2006년에 만들어졌지만 제대로 시행도 못해보고 지금까지 유예됐던 제도다. 지난해에 비로소 유예 기간이 끝나 올해부터 시행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사정을 뻔히 알면서도 투기 목적으로 조합원 자격을 취득한 사람들이 형평성 운운하는 건 사리에 맞지 않는다. 또한 부담금은 특정 개인에게 부과되는 것이 아니라 부담금 총액을 계산해 해당 단지에 총액이 부과되는 방식이다. 그 총액을 조합원 간에 어떻게 나눌 것인지는 조합에서 결정할 행정사무에 해당한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가 재건축 추진을 어렵게 해 강남에 주택을 공급할 수단이 봉쇄돼 강남 집값이 더 뛸 것이란 주장도 있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주장은 곡학아세에 가깝다. 단적으로 재건축 관련 규제가 크게 훼손당한 상태로나마 시행되던(재건축 물량 공급이 여의치 않았던) 2008~2014년에는 강남 부동산 시장이 극심한 침체 상태였다.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이 폭등한 것은, 최경환 전 부총리가 재건축 가능 연한을 40년에서 30년으로 줄여 물량 공급이 크게 늘어난 2014년 말부터였다. 이런 사실을 감안하면, ‘재건축 공급 물량이 줄면 가격이 폭등한다’라는 주장이 얼마나 터무니없는지 알 수 있다.

그동안 분당·판교·위례 등 강남 대체지가 부지런히 공급되었지만 강남 집값은 계속 올랐다. 강남 수요를 충족시키겠다며 추진한 판교 신도시 개발 소식이 오히려 강남 집값 폭등의 재료가 됐던 2005년 경험에서도 알 수 있듯, 부동산 시장에 투기적 가수요가 만연한 상태에서 추진하는 공급 확대 정책은 오히려 투기 심리를 자극할 뿐이다.

최근 강남 등에서 아파트 가격 폭등을 이끌고 있는 요인은 공급 부족이 아니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중에 풀린 천문학적 규모의 유동성과 ‘갭 투자(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수하는 투기 방식)’로 상징되는 투기적 가수요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는 지극히 정당한 목적을, 합리적인 수단으로 달성하려는 장치다. 문재인 정부가 새롭게 만든 제도가 아니라 이미 존재하고 있었지만 시행이 유예되다가 마침내 시행되는 제도다. 이런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에 대해 위헌 시비를 걸고 ‘효과 없을 것’이라고 희망 섞인 예측까지 내놓는 반응은 투기 심리가 잠잠해질까 두려워하는 심리의 발로로 보인다. 공공이 만든 개발이익 중 일부를 공공이 환수하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는 예정대로 시행되어야 한다. 그것이 정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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