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양한모

평창 동계올림픽이 다가오면서 올림픽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선수들이 처음 서먹한 분위기를 넘어 가까워지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1991년 지바 세계탁구선수권 대회만큼은 어렵겠지만 남북 단일팀이 경기에 출전하면 분위기가 더욱 달아오를 것이다.

하지만 마냥 이 분위기에 도취해 있을 여유가 없다. 북한의 참여 의도는 야당이 주장하듯 ‘시간 벌기용’일 가능성이 높다. 이를 몰라서가 아니라 알면서도 우리는 이 공간을 평화의 징검다리를 놓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야당 운도 참 없다. 자유한국당이 여당이던 시절 자신들이 유치한 평창 동계올림픽을 ‘평양올림픽’이라고 비난하질 않나, 금강산 문화 행사가 무산됐다고 어차피 깨질 거 빨리 깨지는 게 낫다고 저주를 퍼붓지 않나.

그렇다 해도 국가의 명운을 짊어진 정부는 할 일을 해야 한다.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의 주한 미국 대사 낙마 파문 속에 미국의 ‘코피(bloody nose) 전략’이 드러났다. 이제 미국만 설득해서는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을 막을 수 없다. 북한도 설득해야 한다. 그게 가능하겠느냐고 할 수도 있지만 우리 하기 나름이다. 미국에 대한 오판을 잡아주고 뒤로 물러설 명분을 우리가 만들어주어야 한다.

북한이 그동안 큰소리치며 도발을 일삼은 것은 트럼프 정부를 역대 미국 정부들과 똑같이 보았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뭔가 다른 것 같다는 느낌에 몸서리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실제로 지난해 9월 트럼프의 ‘화염과 분노, 완전 파괴’ 발언 이후 북한의 다른 움직임이 엿보이기도 했다. 북·미 1.5트랙의 주역인 수전 디매지오 뉴아메리칸 재단 국장이나 공화당계 보수 인사인 더글러스 팔을 만나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탐색하려 하거나, 북한을 방문한 러시아 인사와의 대화에서 북측 관계자들이 근심을 털어놓기도 했다. 또 〈아사히신문〉 보도에 따르면 북한 외교관들에게 한국을 통해 미국과 대화할 수 있는 길을 찾아보라는 지시가 내려오기도 했다고 한다.

누군가는 지금 북한을 붙잡아야 한다. 그 일을 할 수 있는 곳은 전 세계에서 우리밖에 없다. 거기에 바로 우리 운명이 달려 있다.

기자명 남문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bulgot@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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