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우공이산’이라는 고사성어를 잘 활용했던 이는 마오쩌둥이다. 그는 변변한 무기도, 거점도 없이 대장정과 농민 지지를 기반으로 중국이라는 거대한 산을 옮겼다. 그가 혁명에 실패했다 하더라도 끝끝내 믿고 싶은 신화였을지 모른다. 나는 가끔 마카오에서 마오쩌둥이 잘 썼다는 우공이산을 떠올리곤 한다.

마카오는 원래 반도 하나와 섬 두 개로 이루어져 있던 지역이다. 지금 구글 지도에서 마카오를 본다면, 반도 하나와 섬 하나로 이루어진 모습을 볼 수 있다. 두 개의 섬 사이 바다를 메워 매립지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 매립지를 ‘코타이 스트립(Cotai Strip:마카오의 타이파 섬과 콜로안 섬을 매립해 만든 코타이 구역에 있는 호텔과 카지노 등이 들어선 거리)’이라고 부르는데, 마카오를 라스베이거스에 비견될 만큼 화려하게 만들어놓았다. 코타이 스트립의 휘황찬란한 야경은 이제 홍콩의 그것을 뛰어넘은 지 오래다.

한국인에게 마카오는 카지노와 매매춘의 도시 정도로만 알려져 있다. 마카오에 대한 인식에 변화가 생긴 건 코타이 스트립 지역이 뜨면서부터다. 그즈음부터 카지노가 변신을 시작했다. 운하가 뚫린 실내 쇼핑몰 베네시안에서는 곤돌라를 타고 산타루치아를 합창할 수 있고, 영화 촬영장처럼 꾸민 스튜디오시티에서는 원더우먼, 슈퍼맨, 배트맨이 현실세계로 튀어나올 듯 관람객을 유혹한다. 최근에 생긴 파리지앵은 파리의 에펠탑을 2분의 1로 축소한 명물임을 자처했고, 경쟁하듯 문을 연 윈팰리스는 아예 케이블카를 타야 입장할 수 있게 설계했다. 마카오는 어느새 가족 여행지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AP Photo마카오의 야경(위)은 홍콩의 화려함을 뛰어넘었다.

테마에 따라 꾸며진 이들 공간에 모두 카지노가 있다. 쇼핑몰 혹은 놀이기구를 따라가는 동선에도 어김없이 카지노 구역이 나타난다. 물론 아이들에게 이곳은 출입금지 구역이다. 아이들의 천국에 선악과를 심어놓고 먹지 말라는 것과 비슷해 보인다. 거기서 만난 어느 중학생은 이렇게 말했다. “이렇게 재미있는 곳에 어른들만 가는 곳이 따로 있다니, 그곳은 얼마나 재미있을까요?”

마카오는 대중교통망이 붕괴된 도시다. 마카오의 대중교통은 각 카지노에서 운행하는 무료 셔틀버스다. 무료 셔틀버스는 공항과 페리터미널은 물론 카지노와 카지노를 연결해준다. 시내버스가 있지만 운행 시간이 뜸하다. 무료 셔틀버스는 시내버스보다 자주 운행하고, 깨끗하며, 의자가 더 편하다. 나 역시 가이드북에서 마카오에서는 카지노 셔틀버스를 이용하라고 조언한다.

중국 농민들을 실어날으는 카지노 셔틀버스

사람들은 이런 식으로 카지노에 익숙해진다. 아이들에게 놀이동산을, 주머니 가벼운 여행자에게는 무료 교통수단을 제공한다. 쇼핑객에게는 전 세계의 온갖 물건이 가득한 쇼핑몰이, 미식가에겐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이 기다리고 있다. 일부 여행자가 무료 셔틀버스만 탑승하고 카지노를 외면하는 ‘체리피커’가 되기도 한다.

몇 년 전 한 카지노 셔틀버스가 중국 농민들을 가득
실어다 나르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한동안 빨지 않아 악취가 진동하는 인민복을 입은 농민들이 모두 홀린 듯 카지노로 이동했다. 그때 묘한 공포를 느꼈다. 나는 가끔 이 불빛이 수많은 ‘우공’들의 힘으로 만들어진 산과 같다고 생각했다. 그 우공들에 의해 바다가 메워지고, 에펠탑이 들어섰다. 물론 우공과 그의 가족이 산을 옮기려던 동기도 결국은 욕망이었다.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고 어디까지 제한해야 하는지 명확한 답을 찾기도 어렵다.

기자명 환타 (여행작가·<환타지 없는 여행> 저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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