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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 줍는 노후 걱정 느는 독일

독일의 노인 빈곤층 인구가 늘고 있다. 2017년 연금 생활을 시작한 이들 가운데 빈곤 위험군은 16.2%에 달한다. 노동시장 변화는 노인 빈곤층 확대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프랑크푸르트·김인건 통신원 webmaster@sisain.co.kr 2018년 02월 08일 목요일 제54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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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일간지 <디벨트>는 1월1일 ‘노인 빈곤을 두려워하는 독일인들’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경제 컨설팅 업체 EY의 설문조사를 분석해 독일인 2명 중 1명은 노년을 보내기에 연금과 저축이 충분치 않을까 봐 두려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35세 미만 응답자 중 50%는 2018년에 생활수준이 나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65세 이상 응답자는 생활수준이 나아질 것이라고 답한 이가 10%에 불과했다.

독일에서는 1인 기준 월 917유로(약 122만원) 미만의 수입으로 생활하는 사람을 빈곤층으로 분류한다. 독일 연방통계청에 따르면 은퇴 후 연금 생활을 하는 이들 가운데 15.6%가 빈곤층에 속했다(2016년 기준). 여성 혼자 아이를 키우는 가정, 장기 실업자와 함께 노인들이 독일 빈곤층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노인 빈곤층이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그 수가 계속 늘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2017년 독일경제연구소와 유럽경제연구센터가 공동으로 실행한 연구를 소개하며, 노인 빈곤층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보도했다. 2017년 연금 수령을 시작한 사람 중 빈곤 위험군은 16.2%이지만 2036년에는 20.2%에 달하리라 보았다. 이 연구는 노동시장 변화를 노인 빈곤층 확대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다. 지난 25년간 시간제 노동 같은 형태의 비정규직 일자리가 늘었고 한편으로는 노동시장 진입 연령이 높아졌다.

ⓒEPA
2016년 기준 독일에서 은퇴 후 연금 생활을 하는 이들 가운데 15.6%가 빈곤층에 속한다.
1990년대 독일에서 대량 실업이 발생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장기간 실업 상태에 놓였다. 이 기간 상당수 노동자가 연금 보험료를 제대로 납부할 수 없었다. 이 기간을 통과한 이들은 대부분 베이비부머 세대이다. 1950년대 말에서 1960년대 말 사이에 태어난 이들은 2022년부터 연금 생활 인구로 유입되기 시작한다(독일은 2012년 연금 수령 연령을 65세에서 2029년 단계적으로 67세까지 높이기로 했다). 즉 많은 연금을 수령할 수 없는 노인 빈곤층이 대량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노인 빈곤에 특히 취약한 계층은 여성이다. 여성은 직업 노동에 기초한 연금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출산과 육아뿐 아니라 가정 내 노인이나 환자를 돌보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는 비율도 여성이 남성에 비해 월등히 높다. 이런 이유로 직장 노동 기간이 짧아 미래를 위한 충분한 연금 보험료를 납부하지 못한다. 독신 여성의 경우 배우자의 연금을 기대할 수도 없기 때문에 빈곤층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더 높다. 남편이 사망한 여성도 마찬가지다. 남편 사망 이후에 아내는 남편이 받던 금액에서 최대 절반까지만 연금을 수령할 수 있다.

노인 빈곤에 취약한 계층은 여성

노인 빈곤에 노출된 여성들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통계가 있다. 독일 공영방송 <다스 에어스테(Das Erste)>의 보도에 따르면 옛 서독 출신 여성 연금 생활자의 빈곤 비율(16.9%)이 옛 동독 출신 여성 연금 생활자의 빈곤 비율(13.4%)보다 높았다. 전체 노인 빈곤율로 비교할 때 옛 동독 지역이 옛 서독 지역보다 빈곤율이 더 높은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결과이다. 옛 동독에서는 여성이 출산 후 서독보다 빨리 직장에 복귀했기 때문이다.

현재 독일에서 80세 이상 고령 인구는 약 450만명에 달한다. 2050년이 되면 이 인구가 1000만명까지 늘어나리라 예상된다. 독일 언론은 하나같이 정부 대책이 미흡하다며 국가적 차원에서 노인 빈곤을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독일경제연구소의 요하네스 가이어 연구원은 정부 대책이 필요한 이유로 노인 빈곤이 갖는 특수성을 꼽는다. 바로 자력구제의 어려움이다. “삶의 마지막 시기에 가난에 처하게 되면 스스로 자신의 상황을 바꿀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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