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조폭은 닮았다. 장례식장을 가보면 구분하기 힘들다. 검은색 양복을 입고 서열순으로 앉는다. 조폭은 주먹순이고, 검찰은 기수순이다. ‘오야붕(검사장)’이 올 때마다 전원 기립한다. 몇 번 직접 목격했는데 검사들이 정말 일제히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했다. 장례식장에서 벌어진 ‘안태근 성추행 사건’을 접하고 그 풍경이 떠올랐다. 나는 사건 현장에 있었던 남자 검사들을 더 주목한다. 공개된 장소에서 범죄행위를 했는데도 그들은 눈길을 돌렸다. 동석한 이귀남 법무부 장관도 검찰 출신이다. 처벌 대상인 가해자는 말할 것도 없지만, 나는 이 외면자들 역시 징계 대상이라고 본다.

검찰에는 엄연히 윤리강령이 있다. 외면자들은 법무부 훈령으로 정한 검사윤리강령을 한두 개 어긴 것이 아니다. 가장 먼저 ‘제1조’를 위반했다.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국법 질서를 확립하고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며 정의를 실현함을 그 사명으로 한다.’ 서지현 검사의 인권을 아무도 보호하지 않았다. 정의가 아닌 불의에 동조했다. ‘검사는 어떠한 압력이나 유혹, 정실에도 영향을 받지 아니하고 오로지 법과 양심에 따라 엄정하고 공평하게 직무를 수행한다(제3조 2항).’ 이 역시 위반했다. 윗사람의 심기를 살펴 자기검열을 했다. ‘검사는 공·사생활에서 높은 도덕성과 청렴성을 유지하고, 명예롭고 품위 있게 행동한다(제4조).’ 외면자들의 행동에 ‘도덕성’이나 ‘품위’라는 단어를 붙이기 민망하다. ‘검사는 피의자·피고인, 피해자의 인권을 보장하고 헌법과 법령에 규정된 절차를 준수한다(제6조).’ 역시 크게 위반했다. 이 밖에도 ‘검사는 적법한 절차에 의하여 증거를 수집하고 법령의 정당한 적용을 통하여 공소권이 남용되지 않도록 한다(제7조)’ 조항도 위반 소지가 높다. 외면자들은 전혀 증거 수집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검사는 직무를 성실하고 신속하게 수행함으로써 국가형벌권의 실현이 부당하게 지연되지 않도록 한다(제8조).’ 피해자가 직접 나설 때까지 직무를 수행하지 않아 국가형벌권의 실현을 지연시켰다. 

외면자들은 ‘친고죄’ 변명을 할 것이다. 당시 성추행이 친고죄였기 때문에 서 검사가 고소를 하지 않아 어쩔 수 없었다는. 법조 기술자들의 부끄러운 논리다. 진상 규명과 처벌 의지가 있다면 적용 법리는 차고 넘친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듯 웃고 떠드는’ 남자 검사들. 무시무시한 침묵과 외면의 카르텔에 서 검사는 ‘환각이라고 해야 하나’라고 썼다.

마지막으로 조폭과 검찰이 다른 점이 하나 있다. 조폭은 ‘주먹’이나 ‘연장’으로 정면 대결을 하지, 뒷담화를 하지 않는다. 서 검사가 달을 보라고 가리켰는데 손가락만 보는 법조 기술자들이 적지 않다. 조폭보다 못한 이들이 지금 검찰청을 지키고 있다.

기자명 고제규 편집국장 다른기사 보기 unjus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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