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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 연임’ 논란에도 3연임 굳히기

하나금융지주가 김정태 현 회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선정하면서 김 회장은 3연임을 눈앞에 두게 되었다. 하지만 ‘셀프 연임’ 논란과 노조의 반대, 금융당국의 심사 등 당면한 과제가 산적해 있다.

김동인 기자 astoria@sisain.co.kr 2018년 02월 06일 화요일 제54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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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4대 금융지주회사 중 하나인 하나금융지주 CEO 선임에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하나금융지주는 1월22일 현 CEO인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3연임에 성공한 셈이다. 오는 3월로 예정된 하나금융지주 주주총회를 통과하면 김 회장은 3년 더 회사를 이끌게 된다.

하지만 선출 과정부터 불공정 논란이 불거졌다. 차기 회장 후보군을 선별하고, 이들을 평가해 최종 후보를 추려내는 곳은 하나금융지주 이사회 내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다. 지난해 12월21일까지 회추위 규정은 위원 구성을 이렇게 정의했다. “3인 이상 8인 이하의 이사로 구성하되 사외이사가 총 위원의 과반수이어야 한다(제2조 1항).” 이사회 일원인 김정태 회장도 회추위 위원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뜻이었다. 김 회장의 연임을 비롯한 모든 옵션을 고려해야 할 회추위에 그가 포함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셀프 연임’ 논란이 가열되었다.

금융 당국이 직접 ‘시그널’을 보냈다. 지난해 연말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은 금융지주회사의 회장 추천 시스템에 대해 여러 차례 쓴소리를 던졌다. “CEO와 가까운 분들로 이사회를 구성해 연임에 유리하다는 논란이 있다(11월29일).” “CEO 승계 프로그램이 형식적이고 불공정하다(12월13일).” 12월 초에는 금감원이 회추위 운영 개선을 권고하는 ‘경영 유의’ 조치를 하나금융그룹에 보내기도 했다.

ⓒ연합뉴스
오는 3월로 예정된 하나금융지주 주주총회를 통과하면 김정태 현 회장의 3연임이 확정된다.
하나금융지주는 뒤늦게 회추위 규정을 수정해 사외이사 전원으로 구성된 새 회추위를 마련했다. 그러나 현재 구성된 사외이사에 대한 불신이 높아 노조와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을 불렀다. 회추위를 구성하는 사외이사가 사실상 거수기 역할밖에 하지 못한다는 게 비판의 골자다.

개정한 규칙에도 논란거리가 남는다. “회추위를 사외이사 전원으로 구성한다”라는 제2조 1항에 “다만, 대표이사 회장은 연임 의사가 없는 경우에 한하여 위원이 될 수 있다”라는 단서 조항이 붙었기 때문이다. 본인이 연임하지 않더라도 차기 회장 선임 과정에 현 회장이 개입할 수 있는 구조다.

금감원 역시 지난해 12월에 보낸 경영 유의 조치에서 ‘사외이사 후보군 기준이 불명확하며, 선임 과정에서 객관성과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현재 하나금융지주는 이사회 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서 사외이사 후보를 추려낸다. 이 회의에도 현직 CEO인 김정태 회장이 포함되어 있다.

절차의 공정성과는 별개로 김정태 회장의 ‘자격 미달’을 주장하는 이들도 많다. 당장 내부 반발이 가장 거세다. 지난해 11월 하나금융지주 산하 자회사 노조를 중심으로 결성된 ‘하나금융지주 적폐청산 공동투쟁본부(공투본)’는 김 회장에 대한 각종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만큼 연임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공투본은 지난해 12월18일 김 회장과 관련된 각종 비리 의혹을 조사해달라며 금감원에 조사요청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공투본은 ‘김정태 회장이 박근혜 정부하에서 정권과 가까운 이들에게 특혜를 제공했다’고 주장한다. 박근혜 정부 창조경제 1호 기업으로 꼽히는 아이카이스트 부실 대출 의혹도 이 가운데 하나다. 아이카이스트는 최순실·정윤회씨 등 박 전 대통령의 비선 실세가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데, 하나은행이 이 기업에 총 20억2000만원을 대출했고 이 가운데 8억5700만원을 회수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아이카이스트 김성진 대표는 사기 혐의로 지난해 9월 1심에서 징역 11년, 벌금 61억원을 선고받은 상태다.

2016년 4월19일 안종범 전 수석 업무수첩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상화씨를
언급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내용의 메모가 있다.
금감원, 회장 후보 적격성 심사 본격화


최순실씨의 ‘독일 금고지기’로 알려진 이상화 전 KEB하나은행 글로벌영업2본부장(전 프랑크푸르트 지점장)에 대한 인사 청탁 문제도 여전히 논란이다(<시사IN> 제496호 ‘최순실이 끌어주고 박근혜가 밀어주고’ 기사 참조). 박영수 특검의 수사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2015년 11월 안종범 당시 경제수석에게 독일에서 귀국하는 이상화 당시 지점장을 KEB하나은행 본부장급으로 승진시키라고 지시했다. 이 지시 사항은 안 전 수석으로부터 김정태 회장에게 전해졌다. 안 전 수석의 청탁 이후 KEB하나은행은 글로벌영업본부를 개편해 2본부장 자리를 새로 마련했고, 여기에 이상화 당시 지점장을 승진시켜 앉혔다. 이상화 본부장은 2017년 3월에 특검 수사가 본격화하자 KEB하나은행에 사표를 제출했다.

‘정·금 유착’ 의혹뿐 아니라, 김정태 회장의 친인척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의혹도 여전히 논란이다. 공투본은 김 회장의 아들이 박 아무개 전 하나금융지주 사외이사와 결탁해 부당 수익을 올렸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해 12월 자진 사임한 박 전 사외이사는 물티슈 전문 회사를 운영하는데, 하나금융지주가 이 회사의 물티슈를 자회사 직원에게 주는 선물용으로 구매했고, 이 과정에서 김 회장의 아들이 운영하는 도·소매 유통업체를 통했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 공투본은 김 회장이 자신과 친분이 있는 중국 기업에 특혜성 투자를 추진했다는 의혹도 함께 제기했다. 이에 대해 하나금융지주 홍보 담당자는 “노조 측이 제기하는 의혹은 사실이 아닌 내용에 근거하고 있다”라고 반박했다. 이런 각종 의혹이 있는데도 금감원의 관여가 오히려 ‘관치 논란’을 불러왔다. 특히 청와대가 “민간 금융사 인사에 개입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라고 밝히면서 김 회장에게 유리한 분위기로 바뀌었다.

하지만 그의 앞에 펼쳐진 길이 순탄치만은 않다. 1월18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한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은 “하나금융 회장 후보가 결정되면 적격성 심사를 진행하겠다”라고 말했다. 김 회장이 금융지주회사를 대표하기에 자격이 되는지 법적 요건을 따지겠다는 의미다.

금감원은 김 회장 개인에 대한 적격성 심사와는 별도로, 1월부터 금융지주회사 지배구조 전반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당초 회장 후보를 선출 중이라는 이유로 조사 대상에서 제외되었던 하나금융지주 역시 이번 조사 대상에 다시 포함됐다. 금감원은 국내 9개 금융지주회사의 지배구조 적정성(회장 선출 과정, 사외이사 선출 과정 등), 재무 현황, 자회사 상황 등을 살펴볼 예정이다. 2월13일로 예정된 최순실씨의 1심 선고 영향도 배제하긴 어렵다. 법정에서 최씨의 인사 개입 등이 인정될 경우 김 회장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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