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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남매 끔찍이 사랑한 광주 ‘리틀맘’은 왜 불을 질렀나

2016년 한 해 1만8700명의 아이가 학대당하고 36명이 학대받다가 죽었다. 아이가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무엇이 달랐다면 그 아이가 살 수 있었는지 3주에 걸쳐 연재한다.

변진경·임지영 기자 webmaster@sisain.co.kr 2018년 01월 30일 화요일 제54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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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이를 키우는 데 한 마을이 필요하다면, 한 아이를 학대하는 데도 한 마을이 필요하다(If it takes a village to raise a child, it takes a village to abuse one).” 영화 <스포트라이트> (2015)에서 가톨릭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 사건을 추적하는 <보스턴 글로브> 기자에게 피해자들의 변호를 맡은 변호사는 이렇게 말했다. 아동 학대 가해자는 소수의 악마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가 ‘주연’이라면 그와 아이를 둘러싼 사회와 정부는 적어도 ‘조연’이다.

2016년 한 해 동안 1만8700명에 이르는 아이가 학대를 당했다. 그 가운데 36명은 학대받다가 숨졌다(전국 아동보호 전문기관을 통해 접수된 사례만이다. 접수되지 않은 사건을 포함하면 수치는 훨씬 더 높아질 것이다). 가해자는 주로 부모였다. 전체 아동 학대의 80.5%, 아동 학대로 인한 사망 사건의 86%를 친부모, 계부모, 양부모가 저질렀다. 도대체 왜 부모들은 자기 아이를 학대하다가 급기야 죽이기까지 하는 걸까. 아이들이 더 이상 자기 집에서 자기 부모 손에 죽어나가지 않기 위해 우리 사회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아이를 죽인 ‘악마’만 처벌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까.

최근 몇 년 사이 아동 학대 사건 수십 건이 사회를 술렁이게 했다. 어제 일어난 끔찍한 사건은 오늘 일어난 더 끔찍한 사건으로 덮여 대중의 기억 속에서 멀어질 정도로, 사건은 점점 더 잦고 참혹해졌다. <시사IN>은 사건의 표면에서부터 거슬러 들어가 이 비극의 뿌리를 찾아보고자 한다. 아동 학대 가운데 부모가 가해자인 사건, 특히 부모의 학대로 인해 아이가 사망에 이른 사건들을 중심으로 그 전말과 배경을 추적했다. ‘아이가 왜 죽었을까’를 찾는 것은, ‘만약 무엇이 달랐다면 그 아이가 살 수 있었을까’를 알아보는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발견되는 ‘빈틈’을 채우는 방법도 함께 찾아보고자 한다. 앞으로 3주에 걸쳐 연재된다. 이미 많은 아이들을 잃었지만, 앞으로 다시 반복될 게 분명한 이 비극을 단 한 건이라도 막을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시사IN 신선영
어제 일어난 끔찍한 사건이 오늘 일어난 더 끔찍한 사건으로 덮여 대중의 기억 속에서 멀어질 정도로
아동 학대와 아동 살해 사건은 더 잦고 참혹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김주미씨(가명·33)는 ‘중고나라’ 사기를 당했다. 인터넷 중고물품 거래 사이트에서 아이 분유를 사기로 하고 판매자에게 9만원을 입금했는데 물건이 오지 않았다. 판매자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환불을 미뤘다. 알고 보니 비슷한 피해자가 여럿 있었다. 김씨가 독촉 문자를 계속 보내자 판매자는 자기가 애가 셋인데 애가 아프고 남편이 다리 한쪽이 ‘아작나’ 병원에 입원해 있어 정신이 없어서 그랬다고 말했다. “거짓말 마라”는 김씨에게 다섯 식구 이름과 생년월일이 적힌 주민등록등본과 세 아이 사진을 전송해주기도 했다.

이런저런 하소연을 하던 판매자는 스스로를 ‘리틀맘’이라고 칭했다. 열여덟 살에 첫아이를 갖고 나름 열심히 살고 있다고, 그런데 남편이 도움이 안 되는 인간이라고, 철없는 엄마 아빠 밑에서 건강하게 커주는 아가들이 고마울 뿐이라고도 말했다. 긴급생계비 신청을 해뒀으니 그 돈이 들어오면 바로 환불해주겠다고 약속했다. 12월1일 김씨 통장에 진짜 9만원이 들어왔다. 판매자는 남편 의료비 등을 제외하고 5인 가족 생계비로 난방비 포함 99만원을 받았다며 “기다려줘서 고맙다”라고 했다.

한 달 뒤인 올해 1월1일, 김씨는 끔찍한 뉴스를 들었다. 하루 전날 새벽 광주광역시 두암동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세 아이가 죽었다는 뉴스였다. 다섯 살(남), 세 살(남), 두 살(여) 3남매였다. 경찰에 따르면 불이 났을 때 스물세 살 아빠는 PC방에서 게임을 하고 있었고 스물두 살 엄마는 술에 취해 있었다. 베란다에서 홀로 구조된 엄마는 밖에서 술을 먹고 들어와 가스 불에 라면 물을 올렸다가 깜빡 잊어버린 것 같다고 했다가 나중에는 담배를 피우던 중 막내가 울어 급히 끄다가 불이 난 것 같다고 진술을 바꿨다.

ⓒ광주북부소방서 제공
2017년 12월31일 광주광역시 두암동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세 아이가 숨졌다.

뉴스 속 새까맣게 그을린 3남매 집 거실 사진을 보고 김씨는 머리카락이 쭈뼛 섰다. 한 달여 전 중고나라 판매자가 보내준 3남매 사진 속 배경이 거기 있었다. 꽃무늬 벽지, 이불 무늬, 흰색 3단 기저귀함 위치까지 똑같았다. 사진 속에서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고 V자를 그리던 3남매는 작은방 안 이불 속에서 불에 탄 채 발견됐다. “철없는 엄마 아빠 밑에서 건강하게 커주는 아가들이 고마울 뿐이다”라던 3남매 엄마는 아이들이 화장장 불 속에 들어가던 1월3일 오후 경찰 손에 이끌려 현장검증에 나섰다. 경찰은 1월8일 중과실치사·중실화 혐의로 엄마 정 아무개씨를 검찰에 송치했다.

■ 벼랑 끝 3남매 가정에 벌어진 비극

“아이들 데리러 온 엄마는 ‘오늘 고기반찬 먹자~’ 하면서 밝게 손 흔들었어요. 아마… 실수였을 거예요. 아이들이 어디라도 아프면 눈물 글썽이며 울먹였던 사람이에요.” 지난해 12월31일 화재로 목숨을 잃은 광주 3남매가 다녔던 어린이집 원장은 “애들 엄마는 그럴(방화나 학대를 할)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빠도 막내딸 보면 눈에 하트가 뿅뿅한 ‘딸바보’였고…. 나이도 어린데 아기자기하게 살아가는 거 보면서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첫째 아이가 다니던 유치원의 담임교사도 엄마 정씨에 대해 “준비물도 빠트리지 않고 학부모 관련 참석할 일에도 열심이었다”라고 말했다. 정씨 집 근처에서 장사를 하는 요구르트 판매원은 “선하고 착하게 생긴, 가끔씩 요구르트 한 봉지씩을 사간, 외상을 진 적이 있지만 이내 갚은” 정씨네 부부를 기억했다.

하지만 적어도 1년 전부터 3남매의 가정은 서서히 벼랑 끝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광주광역시 두암동주민센터 직원에 따르면 지난해 1월 정씨의 시아버지가 찾아와 “아들네 사정이 궁핍한 것 같다”라며 대신 기초생활수급 신청을 요청했다. 증명 자료를 요구하자 3남매 아빠 이 아무개씨가 다음 날 각종 체납 통지서들을 갖고 왔다. 부양가족 수가 많아서 기대했지만 정씨의 친정 부모가 소득이 있다는 이유로 3월 수급 신청에서 최종 탈락했다.

3남매의 부모는 일정한 직업이 없었다. 아빠 이씨는 PC방이나 편의점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전전했다. 사건이 일어나기 한 달 전 (중고나라 분유 구매자가 들은 것처럼 실제) 다리를 다쳐 병원에 입원했고, 사건 발생 당시 실직 상태였다. 엄마 정씨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콜센터에서 일하기도 했지만 세 아이 육아와의 병행을 오래 이어갈 수 없었다. 전에 살던 집 월세도 밀렸고 지난해 6월 새로 이사 간 임대아파트 관리비를 한 번도 못 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은 “전기도 끊겼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내내 다섯 식구는 긴급생계비로 버텼다. 2017년 2월부터 7월까지 5인 가족 앞으로 137만원씩 6회 지급됐다. 지난해 말 아빠 이씨가 다리를 다친 뒤 추가로 한 번 더 지급된 긴급생계비 125만원을 받아가면서 엄마 정씨는 동사무소 직원에게 연방 고맙다며 고개를 숙였다.

긴급생계비 외에 확인된 이 가정의 소득이라곤 중고나라에서 분유 허위 판매로 얻어낸 ‘사기 수익’ 정도다. 지난해 10월부터 12월 말까지 정씨는 분유 사기로 돈을 벌고 피해자들에게 다시 돈을 입금해주기를 반복했다. 분유 값으로 6만원을 입금한 한 피해자에게 정씨는 “애들 아빠가 가정에 책임을 안 져서 그랬다”라며 9일에 걸쳐 하루 5000원이나 1만원씩 나눠 갚았다. 아이들이 숨지기 나흘 전 부부는 협의이혼했다. 주변 사람들과 경찰의 말을 종합해보면 아이들을 보육원에 보내는 문제를 두고 갈등이 심했다고 한다. 엄마 정씨가 3남매의 양육을 맡고 아빠 이씨는 매달 양육비 9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혼했지만 아직 함께 살던 이씨는 사건 당시 아이들이 잠들자 밤 9시44분쯤 친구들과 게임을 하러 PC방에 갔다. 저녁 7시40분쯤 외출한 엄마 정씨는 친구와 술을 마시고 동전 노래방에서 4000원어치 노래를 부른 다음 편의점에 들렀다. 큰아이의 헐렁한 옷을 고정하기 위한 옷핀을 사서 새벽 1시50분께 집에 들어갔다. 이날 밤 정씨는 괴로워하고 있었다. 남편 이씨에게 “죽고 싶다” “나 이 세상에서 사라질 거야. 죽을 거야” 등의 카카오톡을 보내고 수차례 전화를 걸었다. 작은방에서 세 아이들과 잠들었다가 방 앞에서 불이 난 것을 깨달은 정씨는 방 안에서 10분여간 남편 이씨와 이씨의 친구, 112에 전화해 구조를 요청했다. 몸에 2도 화상을 입은 채 베란다에서 손을 흔들던 정씨는 홀로 구조됐다.

경찰은 이 사건을 ‘방화’가 아닌 ‘실화’로 판단했다. 하지만 사건 보도 초기부터 많은 이들이 정씨를 단박에 ‘자녀 살해 방화범’으로 의심했다. 경험적으로 부모가 자식을, 특히 벼랑 끝에 선 어리고 궁핍한 부모가 자녀를 학대하고 죽이는 끔찍한 이야기에 너무나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준비되지 않은 출산, 실업, 가난, 고립, (술·담배·게임) 중독, 철없는 부모, 불균형한 양육 부담…. 여러 자녀 학대·살해 사건에서 공통적으로 목격되던 위험 요소들을 정씨네 가정도 안고 있었다. 

(경찰과 달리 검찰은 정씨가 일부러 불을 낸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 발표에 따르면 정씨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작은 방 바깥에서 담배를 피운 뒤 이불 위에 담배꽁초를 올려둔 채 라이터로 불붙이는 장난을 하다 작은방에서 휴대전화를 하던 중 화재가 발생했다. 처음에는 아이들과 자살할 생각에 전화하지 않고 내버려 뒀다”라고 진술했다. 광주지검 형사3부는 1월26일 정씨를 현주건조물방화치사로 구속기소했다.)



■ 고립된 아빠는 보호자가 아니었다


ⓒ연합뉴스
2014년 4월17일 26개월 된 아들을 살해하고 쓰레기봉투에 넣어서 버린 혐의를 받던 정 아무개씨가 범행 당시의 상황을 재연하고 있다.
‘고립된 어린 부모’가 저지른 비극의 또 다른 대표 사례가 2014년 3월 경북 구미시에 사는 스물두 살 아빠 정 아무개씨가 26개월 된 아들을 죽여 시신을 쓰레기봉투에 담아 주택가에 버린 사건이다. 사건 당시 정씨가 아이 사체를 담은 쓰레기봉투를 들고 엘리베이터 안 거울을 보며 머리카락을 손질하던 모습이 CCTV에 찍히기도 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게임 중독’ 혹은 ‘사이코패스’ 친부의 아들 살해 사건으로 기억한다.

재판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이 확인되었다. ‘고립’이 부른 범죄였다. 태어난 지 26개월, “엄마” “아빠” “고모” 정도의 말을 할 줄 알고 기저귀를 차고 중이염을 자주 앓던 약하고 작은 아이는 미성숙하고 경제적·정신적으로 완벽하게 고립된 아빠 손에 홀로 맡겨졌다. 고립된 아빠 밑에서 아이는 2주일을 버티지 못했다.

아이는 스무 살이 안 된 부모에게서 태어났다. 아빠 정씨는 고등학교 1학년 중퇴 후 아이 엄마를 만나 동거를 시작했다. 일정한 직업이 없던 부모는 아이가 태어나자 PC방에서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렸다. 이들을 안타깝게 여긴 지인이 마련해준 일자리였다. 그 지인은 정씨 가족을 위해 원룸도 얻어줬다. 아빠는 아침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엄마는 새벽 2시부터 오전 10시까지 교대로 일하며 아이를 돌보았다. 아빠 정씨가 출근하며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겼고 퇴근하며 집으로 데려왔다. 1심 재판부 판결문에도 “그 당시 피해자 양육에 관련해서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라고 나와 있다.

위태롭게 유지되던 가정은 아빠 정씨가 그를 도와주던 지인과 다투면서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부부가 PC방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원룸에서도 나가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부부 싸움도 잦았고 결국 별거에 들어갔다. 엄마는 기숙사가 있는 공장에 취직해 짐을 싸서 떠났다. 아빠 정씨는 자신의 어머니에게 연락해 아이와 함께 (모친의) 집으로 들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정씨의 어머니가 거절했다. 정씨는 하는 수 없이 아이를 데리고 예전에 살던 집으로 들어갔다. 공과금을 내지 못해 전기와 난방이 끊긴 채 비워둔 집이다. 바로 그 집에서 열하루 뒤 아이가 숨졌다.

아이와 단둘이 남게 된 날부터 아빠 정씨는 온라인 세계로 도피했다. 인터넷 게임에 빠져든 것이다. 아내와 헤어지고 빈집으로 들어가던 2014년 2월24일부터 아이가 숨진 3월7일까지 정씨는 짧게는 8시간, 길게는 49시간 동안 PC방에서 게임을 했다. 이즈음 정씨를 목격한 지인들의 진술에 따르면 “평소 게임 중독에 이를 정도로 게임에만 몰두하지는 않았는데 2월24일(혼자 아이를 맡기 시작한 날)경부터는 평소와 달리 게임에만 빠져 있었다”.

아빠가 PC방에서 게임 레벨을 올리고 있을 동안 26개월 된 아이는 난방과 전기가 끊긴 집에서 홀로 견뎠다. 정씨는 게임을 하다가 중간중간 음식을 사서 집에 들러 아이를 먹였다고 진술했다. 아이가 숨진 2014년 3월7일, 정씨는 전날 저녁 8시33분부터 당일 새벽 4시25분까지 PC방에서 게임을 한 뒤 집으로 와서 잠을 잔 뒤 분식집에 가서 먹을 것을 샀다. 아이에게 음식을 먹이고 오후 1시쯤 다시 PC방에 가기 위해 아이에게 잠을 자라고 했다. 아이가 자지 않고 장난을 치자 손날로 아이의 명치를 3회 내리쳐서 죽게 했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아빠 김씨가 아이의 입과 코를 막아 죽이려 했다며 “자신의 처지에 대해 비관하고 있던 중 순간 격분하여”라고 범행 동기를 밝혔다. 그날 정씨의 휴대전화 인터넷 검색 기록에는 ‘유아살해’ ‘아버지 유아살해’ ‘자살약’ ‘수면제 과다복용’ ‘가장 편하게 죽는 방법’ 등이 남아 있었다(정씨는 1심에서 살인 혐의가 인정되어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2심 재판부는 ‘전기와 난방이 끊긴 상태에서 아동이 돌연사 등 다른 원인으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살인 혐의를 무죄로 보고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폭행치사 또는 상해치사 혐의가 인정될 수 있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파기환송했다. 2016년 3월 징역 8년형이 확정됐다).

■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어’ 아이를 놓다


2016년 3월 초 경기도 부천시에 사는 한 젊은 부부도 정씨의 전철을 밟고 있었다. 어린 딸을 학대하고 방치하다가 죽였다. 2016년 3월9일, 자신의 집 작은방에서 두개골이 함몰되고 곳곳의 뼈가 부러지고 온몸에 멍이 든 주검으로 발견된 아이는 태어난 지 84일 되었다.

아이 아빠 박 아무개씨(23)와 아이 엄마 이 아무개씨(23)는 만난 지 4개월 만에 양가 부모 몰래 혼인신고를 하고 아기를 가졌다. 계획에 없던 임신이었다. 엄마는 아기를 지우려고 했지만 아빠 박씨가 함께 키우자고 설득했다. 직업이 없던 박씨는 2015년 12월 아이가 태어나자 인근의 소규모 가방 공장에 취직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무단결근과 지각 등으로 2016년 1월 해고당했다. 신용카드 대금, 월세, 공과금, 휴대전화 요금, 태아보험료가 밀리기 시작했다. 대부업체의 고금리 대부금으로 생계비를 충당했다.

엄마 이씨는 출산 후 거의 매일 술을 마셨다. 3월 들어서는 단 한 번도 아이를 먹이거나 씻기지 않았다. 이씨의 출산을 설득하면서 양육을 전적으로 자청한 아빠 박씨는 야간 호프집 아르바이트를 하고 돌아와 아이를 돌봤다. 박씨도 음주와 인터넷 게임이 잦았다. 1심 판결문에 따르면 빚, 밥벌이, 독박 육아의 압박을 술과 게임으로 누르던 아빠 박씨는 아이가 생후 40일이 되던 날 처음으로 아이를 학대했다. 부부 싸움을 하고 집에서 혼자 술을 마시던 중 옆에 누워서 분유를 먹고 있던 아이의 이마를 긁고 뺨을 때리고 피멍이 들 때까지 눈두덩을 눌렀다.

이후 한 달여에 걸쳐 학대는 점점 잦아지고 심해졌다. 부부 싸움을 하다 넘어진 엄마의 몸에 깔려 갈비뼈와 오른팔이 골절된 아기를 부부는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 박씨는 기저귀를 갈아주다가 엉덩이를 꼬집고 분유를 안 먹는다고 얼굴을 할퀴었다. 목욕시키고 물기를 닦아주다가 갑자기 화가 나 팔을 잡아당겨 팔꿈치 관절을 탈구시켰으며 울음을 그치지 않는다는 이유로 주먹으로 얼굴을 쳤다. 엄마 이씨도 이런 사실들을 알았지만 방치했다.

급기야 2016년 3월9일 새벽 5시께 박씨는 아이를 바닥에 떨어트렸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다는 생각에 충동적으로’ 저지른 일이었다. 피를 흘리며 자지러지게 우는 아이 입에 억지로 분유병을 물렸다. 창문이 3분의 1쯤 열려 있어서 3월 초순의 찬바람이 들어오는 작은방에 담요로 둘러싼 아이를 혼자 눕혀두고 안방으로 자러 갔다. 그날 최저 기온은 영하 4℃였다. 4시간 뒤 잠에서 깨어난 아빠 박씨가 작은방을 들여다봤을 때 아이는 바닥에 얼굴을 대고 입 부근에 피를 흘린 채 차갑게 식어 있었다.

1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스스로 목도 제대로 가누지 못했던 생후 80여 일의 피해자가 온몸에 멍이 들고, 여러 곳의 뼈가 부러진 상황에서 할 수 있는 행동은 오직 부모를 향해 살려달라고 우는 것밖에 없었다. (…) 결국 이 사건은 한 생명을 양육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책임감과 절제심, 부부 사이의 깊은 신뢰와 애정을 갖추지 못했던 어린 부모가 자신들이 만들어낸 소중한 생명의 빛을 스스로 꺼트린 비극적인 사안이다”라고 규정했다.

■ 몰랐거나 무기력했거나 철없거나

2017년 광주 3남매 사건, 2014년 구미 26개월 아들 살해 사건, 2016년 부천 84일 아기 학대 사망 사건의 가해자인 엄마 또는 아빠는 모두 벼랑 끝에 서 있는 상태였다. 경제적으로 궁핍하고 정신적으로 피폐하며 사회적으로 고립됐다. 비슷한 상황에서도 아이를 잘 키워낸 상당수 선량하고 장한 어린 부모들과 달리 이들은 장애물을 뛰어넘지 못했다. 이들은 자신이 꾸린 가정 안에서 가장 약자인 아이를 향해 그 분풀이를 했다. 김희경 전 세이브더칠드런 사업본부장은 2016년 즈음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일련의 아동 학대 사건들을 조사하는 작업을 하면서 일정한 유형을 발견했다. “상당수 가해 부모들이 너무 이른 나이에 아이를 낳았다는 점이 가장 큰 공통점이었다. 이들 가정이 깨지기 직전, 위기 시점에 학대가 시작되거나 심화됐다. 또한 이들은 사회적 관계가 완전히 단절되고 사회적 지지망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
ⓒ연합뉴스
2016년 6월20일 대전시청에서 열린 ‘아동 학대 신고의무자 교육’ 현장의 아동 학대 근절 메시지.

자신이 받은 스트레스 때문에 아이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 못지않게 안타까운 경우는, ‘몰라서’ 혹은 ‘무기력하게’ 부모가 아이를 방치하고 죽이는 사건이다. 전국의 아동 학대 사건을 맨 처음 접하는 아동보호 전문기관의 사회복지사들이 사건이 일어났을 때마다 가해자들의 특성을 확인해보면, 공통적으로 ‘양육 태도 및 방법 부족’(35.6%, 오른쪽 인포그래픽 참조)이 가장 높았다.

2016년 10월 인천시에서 생후 2개월 된 둘째 아이를 영양실조로 죽게 둔 20대 부부가 이에 해당한다.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일찍 아이를 낳은 서 아무개씨(21)는 둘째 아이 생후 한 달쯤 되던 시기, 한 손으로 분유를 타다가 다른 쪽 팔에 안고 있던 아기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엄마 서씨는 “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1~2시간 지나니 괜찮아져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라고 경찰에 진술했다. 하지만 바닥에 떨어진 이후 아이는 잘 먹지 못하고 시름시름 앓았다. 3.06㎏으로 태어난 아이가 1.98㎏까지 야위어가는 동안 서씨와 남편 정 아무개씨(25)는 한 번도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 아이가 영양실조로 죽기 이틀 전 서씨는 그간 미뤄온 신생아 예방접종을 하러 아이를 안고 인근 보건소로 갔지만 운영 시간이 지난 탓에 그냥 집에 돌아왔다. 2016년 10월11일 아침 아이가 숨을 헐떡이며 우유병을 물지 않자 부부는 병원에 데려가는 대신 심폐소생술로 아이를 살리려 했다. 제3금융권에 2000만원 빚을 진 상태에서 생계를 책임지던 정씨가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그나마 있던 배달 일자리도 잃은 직후였다. 경제적 위기에 더해 부모의 무기력과 무지가 아이를 죽인 것이다.

경제적 궁핍, 사회적 고립, 무지와 무기력에 더해 어린 부모의 비상식적 행동 패턴도 아이들의 안전을 위협한다. 아무리 방화의 고의성이 없다 하더라도 거실의 이불에 담뱃불을 비벼(혹은 튕겨) 꺼 결과적으로 아이들이 숨지게 한 엄마나, 아무리 아이들이 자고 있다 해도 집을 비우고 PC방에 게임하러 간 아빠들의 행동은 이해하기 힘들다. 하지만 어린 부모들에게는 이상한 일이 아니다. 범행 당시 스무 살을 넘겼지만 거의 10대에 첫 출산을 경험했다. 출산 당시 이들은 ‘부모’이지만 동시에 자신의 욕구를 통제하는 법을 아직 제대로 익히지 못한 ‘미성년자’였다. 법적으로 성인이 된 지금도 이들은 정서적으로 미성년자에 더 가깝다.

ⓒ시사IN 이명익
서울의 한 교회 베이비박스에 들어온 아이들을 자원봉사자들이 돌보고 있다.

지난해 5월 경기도 성남시에 사는 한 미혼모(22)는 생후 2개월 된 아기를 재워놓고 8시간 동안 집을 비웠다가 아이가 질식사해 경찰에 붙잡혔다. 그녀가 아이를 두고 친구와 함께 간 곳은 놀이동산이었다. 신생아 딸이 남편에게 학대당하는 동안 옆에서 지켜보기만 한 ‘부천 생후 84일 영아 학대 사건’의 엄마 이 아무개씨(23)는 수사·재판 과정에서 “또래 친구들은 즐겁게 살고 있는데 자신은 아기를 낳고 돌보게 되어 아기가 밉게 느껴졌다”라고 말했다.

어린 부모를 둔 아이들이 놓인 위험은 통계치로도 나타난다. 지난해 발생한 아동 학대 가운데 아이가 사망에 이른 사건은 가해자가 20대 미만인 경우가 17건(34%)으로 다른 연령대보다 제일 높았다(오른쪽 인포그래픽 참조). 권태훈 강원도 춘천 아동보호 전문기관 팀장은 아동 학대 신고가 들어와서 현장 조사를 나가보면 뱃속에 둘째가 있고 품에 첫째 아이를 안은 10대 엄마가 술을 마시며 담배를 피우고 있는 것과 같은 상황을 종종 만난다고 말했다. “‘술과 담배는 태아에게 위험하다’고 얘기하면 ‘아 진짜요?’라고 답한다. 어떻게 이런 걸 모를 수가 있나 싶은데, 그 친구들은 모른다. 어느 열아홉 살 엄마는 아이 기저귀가 무거워서 흘러내릴 정도인데 갈지 않기에 이야기했더니 ‘하루에 두 번만 갈면 되는 거잖아요’라고 하더라.” 권 팀장은 현장에서 ‘학대의 대물림’도 자주 실감한다. “한 어린 엄마는 가정 내 아동 학대 가해자로 신고되어 살펴봤더니 10년, 15년 전 학대 피해자로 등록된 적이 있더라. 학대를 받고 자란 아이가 준비되지 못한 출산에 노출됐고 또다시 그 밑의 아이에게 학대를 가한 것이다.”

아이들이 ‘죽어가던 시간’은 결코 짧지 않았다. 다섯 살, 세 살, 두 살 광주 3남매가 불길에 휩싸이기 최소 1년 전부터 그 가정은 경고음을 내고 있었다. 주택가의 100ℓ짜리 쓰레기봉투 안에서 발견된 구미 26개월 아이에게도 살 수 있는 기회가 몇 번 있었다. 온몸의 뼈가 부러지고 멍이 든 채 눈을 감은 부천의 생후 84일 된 아기, 영양실조로 1.98㎏의 몸무게로 숨진 인천의 생후 2개월 된 아기도 살아생전 그 아이가 속한 가정을 한번이라도 들여다보는 사회적 ‘눈’이 있었다면 지금 살아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정말 그 아이들이 죽을 줄 몰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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