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강남 집값이 들썩였다. 부동산 전문사이트 〈부동산 114〉는 1월 첫째 주 강남 지역 아파트 매매가가 평균 0.33% 올랐다고 발표했다. ‘8·2 대책’으로 대표되는 강력한 단기 억제책(투기지역 지정과 대출 규제 등)에도 불구하고, 투기성 수요가 ‘똘똘한 집 한 채’로 쏠리며 제도의 빈틈을 노렸다는 해석이다.

곧바로 정부의 다음 카드에 눈길이 쏠렸다. 때마침 지난 연말,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보유세 개편’ 발언이 주목받던 차였다. 김 부총리는 2017년 12월27일 ‘2018년 경제정책 방향’ 관계 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보유세도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방안에 대한 시나리오를 검토하겠다”라고 말했다. 그 며칠 전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역시 “이제는 보유세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할 시점이 됐다”라고 주장했다.

곧바로 익숙한 논쟁이 반복됐다. 이미 언론 등을 통해 광범위하게 형성되어 있는 ‘대결 프레임(정부 대 투기 세력)’에 따르면, 보유세 개편은 강력하지만 ‘최후의 수단’일 뿐이다. 만약 보유세도 통하지 않는다면, 정부가 집값 안정화에 대해 어떤 일도 할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해지고, 이는 부동산 시장을 아노미 상태로 몰아갈 수 있다는 논리다. 이 프레임에서 승패를 판가름할 지표로는 흔히 ‘강남 집값’이 꼽힌다. 그러나 지난해 8월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이어질 ‘주택정책 패키지’의 목표는 특정 지역(강남)의 집값을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집으로 돈을 버는 뿌리 깊은 구조 자체에 대한 대책이다. 지난해 8월과 12월의 풍경을 되짚을 필요가 있다.
 

ⓒ시사IN 자료2017년 8월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시작은 8·2 부동산 대책이었다. 부동산 정책은 주거 복지정책, 공급정책, 금융정책, 세제정책이 복잡하고 유기적으로 얽힌 결과물이다. 2017년 8월2일 정부가 내놓은 ‘8·2 부동산 대책’은 공급정책보다 금융정책과 세제정책에 초점을 맞췄다. 서울과 수도권 일부를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로 묶고 LTV(주택담보인정비율)와 DTI (총부채상환비율) 규제를 강화해서 ‘과도하게 빌려 집 사는’ 행태를 억제하려 했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重課)를 예고해 부동산 관련 세제정책까지 손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문재인 정부가 지난해 12월13일 발표한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12·13 대책)’도 의미심장하다. 이 방안의 핵심은, 민간 주택 임대 시장을 공공의 영역으로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2016년 기준 우리나라 주택 자가 소유 비율은 56.8%다. 나머지 ‘임대 생활자’ 가운데 580만 가구가 민간 임대차 시장에서 전·월세 형태로 거주 중이다. 전체 임대용 주택은 약 595만 채로 추산되는데 이 가운데 임대료 인상 폭(연 5% 이내)과 기간(4~8년)이 규제되는 ‘등록 임대주택’은 약 79만 채에 불과하다. 12·13 대책은 나머지 민간 임대주택 약 516만 채를 등록 시스템 안으로 포괄하겠다는 내용이다.

장기적으로 ‘임대소득세’ 수취의 기반을 만들기 위한 작업이기도 하다. 시스템 안으로 들어온 임대주택의 경우, 임대료 상승이 연간 5%로 제한된다. 임대로 인한 소유주의 수익도 투명하게 드러난다. 그동안 집 여러 채로 시스템 바깥에서 임대소득을 올려온 집주인 처지에서는 반기기 어려운 정책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당근’도 준비했다. 주택을 8년 이상 등록 임대하면 양도소득세 중과 대상에서 빠지게 된다. 2주택 보유자의 경우에는 건강보험료 부담도 완화해준다.
 

ⓒ시사IN 이명익1월11일 서울 잠실의 부동산 중개업소 앞을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연초부터 강남 집값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불로소득’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신호

12·13 대책에 따르면, 임대차 시장을 총괄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공공 데이터베이스 구축도 병행된다. 그동안 국토교통부, 국세청, 행정안전부가 따로 가지고 있던 주택 소유(재산세·건축물대장), 임대차 계약 자료(확정일자·월세 세액공제) 등을 통합해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야 임대소득의 총체적 규모를 가늠하고 관련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8·2 부동산 대책은 다주택자에게 보낸, ‘집을 팔라’는 권고다. 12·13 대책은 앞으로 정부가 임대소득이라는 ‘불로소득’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부동산 과세는 크게 두 가지 접근이 가능하다. 소유주가 부동산 자산을 임대해서 얻는 소득에 대해 세금을 매길 수 있다(임대소득세). 혹은 소유주가 보유한 부동산 자산 그 자체에 과세하는 방법이 있다(보유세). 문재인 정부가 지난해 쏟아낸 정책 패키지는 전자에 해당한다. 임대 소득자를 추려내고, 이에 안정적으로 과세하기 위한 인프라를 만드는 절차에 가까웠다. 반면 새해 새롭게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는 후자에 해당한다.

다만 보유세 개편이 반드시 보유세율 인상으로 이어질지는 조금 더 두고 보아야 한다. 현재 개편이 유력한 보유세 항목은 종합부동산세(종부세)다. 현행 종부세는 1주택자의 경우 공시지가 기준 9억원 이상(2주택자의 경우 합산 6억원 이상)인 경우에만 재산세와 별도로 부과된다. 종부세를 실질적으로 올리려면 세율을 높여야 하는데, 세법 개정이 필요하다. 현 국회 구성상 증세는 추진력을 얻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법률 개정 없이 당장 추진할 수 있는 보유세 개편 방법이 있다. 공시지가(보유세 부과 기준이 되는 가격) 현실화, 공정가액 비율(공시지가에서 실제 과세 대상이 되는 금액 비율) 조정 등이다.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소장 정세은 충남대 교수는 “그렇잖아도 공시지가가 실거래가보다 많이 떨어지는데, 이에 공정가액 비율까지 적용되면서 세금 부과 기준이 지나치게 낮은 편이다. 우선 공정가액 비율부터 조정하고 그다음 단계에서 단독주택이나 토지의 공시지가를 현실화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정리하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마스터플랜은 두 가지 축으로 구성된다. 하나는, 임대차 시장을 공공의 영역으로 끌어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부동산 자산 보유의 비용(보유세)을 높이는 방법이다. 강남 집값의 단기 변동도 이 기준대로라면 다소 부차적인 문제에 불과하다. 비싼 집으로 많은 수익을 낸 이들에게 그만큼의 세금을 거둬들이겠다는 원칙만 작동시키면 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마스터플랜의 성공에는 ‘지속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대통령 임기 내내, 심지어 부동산 시장이 매우 위축되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해도, 마스터플랜만은 관철한다는 확고한 신호를 시장에 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정권 초반인 2017년이 급한 불 끄기에 가까웠다면, 2018년 한 해는 보유세 개편을 비롯한 ‘마스터플랜’ 논쟁이 수면 위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기자명 김동인 기자 다른기사 보기 astori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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