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폰 업계의 큰손이 등장했다. 2년간 총 요금 1300만원, 사용한 단말기만 51대에 이르는 역대급 스케일이다. 장본인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다. ‘물주’는 국정원이었다. 검찰은 1월4일 박근혜 전 대통령을 2013년 5월부터 2016년 9월까지 국정원으로부터 현금을 받아 개인적인 용도로 쓴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검찰은 국정원에서 받아 사용한 36억5000만원을 모두 뇌물로 보았다.
국가 정보기관이 순식간에 ATM(현금인출기)으로 뒤바뀐 사건이다. 박 전 대통령이 쓴 현금은 차명폰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내수 진작 효과를 거두었다. 문고리 3인방(이재만·정호성·안봉근)을 거쳐 최순실씨 등에게 전달된 돈은 박 전 대통령을 위한 의상실 운영 비용, 삼성동 박 전 대통령 옛 사저 관리 비용으로 흘러갔다. 집주인은 청와대에 있는데, 사람 없는 삼성동 사저는 3년4개월간 보일러 기름값만 1200여만원이 들었다.
철두철미한 자기관리 능력을 보여준 박 전 대통령은 기 치료, 운동 치료, 주사 치료 등에도 직접 현금 결제를 ‘시전’했다. 충실히 전달자 노릇을 한 문고리 3인방 역시 최순실씨로부터 명절비·휴가비 등의 명목으로 3년간 총 9억7600만원 상당의 ‘현찰 보너스’를 받았다.
정보기관을 비롯해 공공기관의 ‘사유화’는 이전 정권 관계자 간의 공통 정서인가 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사진 왼쪽)는 1월3일 이명박 전 대통령을 찾은 자리에서 “좌파 정권이 들어서니 SBS도 뺏겼다. 아예 방송국을 뺏는다”라고 말했다. 마치 원래 누군가의 소유였던 것처럼 ‘뺏고 뺏긴다’는 표현을 서슴지 않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그것도 적폐네”라고 거들었다. 당장 SBS가 그날 저녁 8시 뉴스를 통해 “정치권력이 언론을 좌지우지하던 과거의 잘못된 언론관을 아직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셈”이라며 비판했다.
홍 대표 처지에서는 1월4일 가장 ‘믿는 구석’마저 무너져 상심이 더 컸다. 한국 시각으로 이날 밤 10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하고,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에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실시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을 100% 지지한다”라는 말까지 남긴 것으로 알려지자, 홍 대표를 비롯한 야권 관계자들은 머쓱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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