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ck 3d gpu
바로가기
메뉴로 이동
본문으로 이동

대통령의 아침 식사, 어렵지 않아요

환타 (여행작가) webmaster@sisain.co.kr 2018년 01월 10일 수요일 제538호
댓글 0

대통령의 아침 식사가 가져온 효과는 놀라웠다. 많은 이들이 유탸오(油條· 튀긴 꽈배기)나 더우장(豆醬·중국식 두유)을 이야기하는 걸 보니, 길거리 음식 전문가를 자처하는 사람으로서 감개무량했다. 게다가 그날 아침 요리는 베이징의 훈툰, 상하이의 샤오룽바오, 우한(중부)의 유탸오, 광저우(남부)의 더우장으로 이루어졌다. 아침 한 끼로 중국 전역을 포괄한 셈이다.

어릴 적 아침 식사는 온 가족이 마주 앉아 밥과 반찬을 차려 먹는 가족 행사였다. 부모가 아침밥을 먹지 않으면 학교에 못 간다고 으름장을 놓을 정도였다. 이제 이런 풍경은 드물다. 각자 빵을 입에 문 채 옷 입고 나가기 바빠졌고, 아침을 거르는 것도 예사다. 아침 식사의 기억은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이전하는 시대의 풍경이었는지도 모른다. 그 시대는 간편식이 필요치 않았다. 농번기와 농한기가 정해진 농업사회에서, 노동시간을 관장하는 건 자연과 농민의 몫이었다.

산업혁명 이후 아시아는 외부의 압력으로 강제 개항이라는 과정을 거치면서 바빠지기 시작했다. 1842년 아편전쟁에서 패한 청나라는 홍콩을 영국에 할양했고, 샤먼·닝보·상하이를 외국에 개방했다. 1842년 이전까지만 해도 해적이 우글거리거나 반농반어 상태였던 어촌 마을들은 수십 년 만에 중국에서 가장 큰 대도시로 발전했다.

당시 서양 조계지(외국인이 치외법권을 가지고 거주한 지역)에는 서양인보다 중국인이 훨씬 많았다. 서양인들이 사회의 상층을 구성했다면, 지역을 움직이는 실질적인 동력은 모두 중국인이었다. 개항지로 몰려온 농촌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은 항구의 하역 노동이었다. 하역 노동자들의 사회적 대우가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했다. 배는 시도 때도 없이 들어왔고 식사 시간이 따로 없었다.

사람들은 정신없이 밥을 먹어야 했다. 햄버거가 처음에 노동자들의 음식이었듯,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에서 아침 식사로 택한 유탸오와 더우장도 그렇게 탄생했다. 굳이 한 상 차리지 않아도 되는, 급하면 주머니에 욱여넣고 수시로 꺼내 먹을 수 있거나 한 그릇에 밥과 반찬을 모두 담아낼 수 있는 요리들이 각광을 받았다. 문 대통령의 아침 식사는 그런 역사를 담고 있었다.

시간이 흘러 이제 중국의 간편식도 흥미롭게 변하는 중이다. 노동자의 식사로 탄생한 패스트푸드가 점점 고급스러워지고 있다. 일찌감치 홍콩의 딤섬이 고급화에 성공한 것을 시작으로, 요즘은 샤오룽바오가 송로버섯과 만나는가 하면, 유기농 콩으로 만든 더우장 맛 아이스크림과 유탸오 비스킷이 선을 보였다.

중국 전역을 포괄하고 중국 역사를 담은 한 끼

문재인 대통령의 아침 식사 보도를 접하고 여행작가로서 든 생각은 혼밥이냐 아니냐 하는 논란보다 그가 먹은 식당을 베이징 가이드북에 소개할 것인가였다. 중국인 특유의 상업적 기질 탓에 ‘프레지던트 세트’의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지 않을까 염려했으나 다행히 세트 가격(약 5741원) 또한 적당한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방중 당시 먹은 중국식 아침 식사.

그렇다고 대통령의 아침을 맛보기 위해 굳이 베이징의 그 식당까지 갈 필요는 없다. 이미 전 세계적인 치킨 프랜차이즈 가운데 한 곳이 중국 분점에 한해 유탸오와 더우장으로 차린 아침 세트를 팔고 있다. 게다가 이 프랜차이즈는 중국에서 가장 많은 체인점을 가지고 있으니 웬만한 중국의 도시 어디에서나 대통령과 같은 종류의 아침을 먹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저작권자 ⓒ 시사IN (http://www.sisai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