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종수 제공로스앤젤레스 한인타운의 동양선교교회(위)는 담임목사와 일부 신도들이 땅과 돈 문제로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오렌지카운티를 비롯한 캘리포니아 남부 지역에는 수많은 한인 교회가 자리 잡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한인타운과 풀러턴·어바인 같은 대도시권은 물론이고, 한국의 기초자치단체 규모에 못 미치는 작은 중소 도시에서도 한인 교회 간판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여의도 순복음교회와 영락교회·사랑의 교회·온누리교회 등 한국의 대형교회 대부분 이 지역에 지교회를 설치했다. 일대 120만명으로 추산되는 해외 최대 한인 사회에서 교회는 공동체의 구심점 역할을 맡고 있다. 이 한인 교회들이 최근 갖가지 파문에 휘말리면서 흔들리고 있다.

한인 교회들이 미국 언론의 구설에 오른 것은 ‘비자 장사’ 때문이다. 지난 8월 인근 워싱턴 주 교회에서 일하던 박동완 목사가 1인당 최고 3만 달러(약 2850만원)를 받고 서류를 위조해 종교 비자를 신청해주다가 실형을 받았다. 박 목사는 혐의가 발각되자 멕시코를 통해 한국으로 도주했다가 한·미 범죄인 인도협정에 따라 압송당했다. 도주 직전 교회를 매각해 받은 대금 중 29만 달러(약 2억8000만원)가량을 한국으로 빼돌리기도 해 죄질이 나쁘다는 판결을 받았다. 사건 자체는 지난해 벌어졌지만 법원 판결을 통해 최근 언론에 알려져 화제가 되었다.

박 목사 사건은 한인 교회들의 종교 이민 후원 과정에서 만연한 비리가 연방 사법 당국에 포착되는 계기였다. 많은 한인들이 미국 내 합법 체류 신분을 유지하기 위해 종교기관 종사자들에게 내주는 비자(R-1)를 소지하고 있는데, 다른 이민 절차에 비해 심사가 비교적 덜 까다롭다. 이와 관련, 중·소형 한인 교회들이 영주권을 원하는 사람에게 일을 시킨 뒤 일정 시간이 지나면 상당액의 헌금을 요구, 불응하면 내쫓는 행태는 박 목사 사건 이전까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종교 이민을 통해 영주권을 받는 한국인 수는 1991년 이래 출신 국가별 집계에서 줄곧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로스앤젤레스 한인마켓 주차장에서 ‘목사님!’하고 외치면 최소한 십수명이 고개를 돌린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2005년에만도 성직자 1236명, 일반 종사자 780명 등 총 2016명에 이르는 한국인이 종교 이민을 승인받았다. 매년 1만여 건이 배정돼 있는 종교이민 쿼터의 20%에 이르는 높은 수치로 한인 종교기관이 모두 소화하기 힘든 규모다. 미국 이민서비스국(USCIS)은 연중 특별단속반을 가동해 사우스 캐롤라이나주 한인 교회들에 직접 수사 인원을 파견, 비자 신청자 실사작업을 벌이고 있다.

한인 교계를 걱정시키는 것은 비자 문제뿐만이 아니다. 존경받는 지역의 거물 목회자가 교회와 싸움을 하면서 교인들을 실망시킨 일도 있었다. 로스앤젤레스 한인타운 내 최대 교회인 ‘동양선교교회’는 담임 강준민 목사와 일부 신도들 사이에 땅과 돈 문제가 얽힌 내홍을 겪고 있다. 강 목사는 한 동포 언론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가장 존경할 만한 인물’ 1위로 꼽히는 등 막대한 영향력을 지닌 인물이었다. 이 지역 한인 커뮤니티에서 동양선교교회와 강 목사의 위치는 한국 사회에서 명동성당과 김수환 추기경에 비견할 수 있을 만큼 상징적이었다.

그러던 그가 지난해 10월 급작스럽게 사의를 표명해 한인 사회 전체에 충격을 줬다. 그는 주일 예배 광고시간을 통해 “목회 활동이 심각한 제약을 받고 있다. 당회에 사표를 제출하고 다른 곳에서 교회를 개척하겠다”라고 말했다.

교회가 흔들리자 2세 교육도 ‘휘청’

사건은 강 목사가 교회 인근 주차장 부지를 매입하면서 임의로 시세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계약을 추진한 데서 시작됐다. 사실이 알려진 직후 일부 당회원들이 문제를 제기했다. 강 목사와 지지층은 사임 발표 후 재신임을 얻은 뒤 당회를 무력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며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이에 맞선 신도들은 ‘교회 살리기’ 웹사이트(www.omcpeople.com)를 만들어 아직도 두 세력 사이에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사건 당시 교회행정을 총괄했던 부목사는 유럽 선교지로 파송된 상태다. 일부 신도들은 이 사건 말고도 교회 재정 처리에 관한 숱한 의혹이 풀리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양측의 소송 공방도 이어지고 있다. 동양선교교회의 분열로 이 지역 한인들은 큰 상처를 받았다. 한인 사회가 다양한 인종별 커뮤니티 사이에서 지도자 부재로 인해 느꼈던 열등감은 증폭됐다. 전체 교계와 청소년들이 용기를 잃었음은 물론이다. 교회는 임시 공동의회를 소집하고 원로 목사가 나서 사임을 만류하는 등 수개월 동안 홍역을 앓은 끝에 강 목사 체재를 유지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남쪽 오렌지카운티의 유명한 교회 은혜한인교회(위)는 지난 여름 개고기 파동에 휩싸였다. 이 교회 기도원에서 교인들이 지속적으로 개고기를 끓여 먹었다는 것이다.
또 한인 교회가 최근 언론 구설에 오른 일로는 개고기 파문이 있다. 로스앤젤레스 남쪽 오렌지카운티의 유명한 교회인 ‘은혜한인교회’는 지난 여름 개고기 파동에 휩싸였다. 이 교회 기도원에서 교인들이 지속적으로 개를 잡아 끓여 먹었다고 라디오와 주간지를 비롯한 동포 언론들이 폭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미국 사회에서 개를 먹는 일은 법적· 문화적 차원을 넘어서는 충격적 사안이어서 파문은 오랫동안 이어졌다. 한인 사회 이미지 실추를 우려한 오렌지카운티 한인회가 해명성 기자회견을 주선하기도 했다. 기도원과 교회 측은 보도 내용을 적극 부인하면서, 동포 언론을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걸겠다고 위협했다.

한인 교계의 추문은 이뿐만이 아니다. 로스앤젤레스 한인타운 중심가에 위치한 ‘윌셔 연합감리교회’ 담임 곽철환 목사는 지난 5월 말 부인을 폭행해 이혼소송을 당한 뒤 사의를 표명하고 교회를 떠났다. 고색창연한 아름다운 예배당은 한인타운의 상징물 가운데 하나였고, 곽 목사는 ‘경건 활동’을 강조해온 인물이었기에 그의 사임 과정은 충격적이었다. 이후 2개월도 채 안 된 지난 7월 초 그는 “긴 휴가를 다녀왔다”라며 교회 복귀를 시도해 갈등이 재연됐다. 교인들이 주일 예배가 열리는 교회 건물 앞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는 촌극도 벌어졌다.

교회가 많다 보면 이런저런 사건이 생기기 마련이지만, 올해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은 예사롭지 않다. 이를 두고 현지 한인들은 비대해진 한인 교회 성장주의가 낳은 어두운 자화상이라고 지적한다.

이 지역 한인 교회들은 매년 성장을 거듭하면서 규모를 키워왔다. 2007년 현재 미국 전역을 통틀어 교인 수 기준 50위 안에 드는 대형 교회도 있다. 동양선교교회, 나성 영락교회와 함께 이 지역 3대 한인 교회로 꼽히는 사우스 캐롤라이나 주 사랑의 교회는 지난달 기독교 격월간지 〈아웃리치〉가 발표한 자료에서 등록 교인 수 8500여 명으로 전국 대형교회 순위 49위에 올랐다. 2년 연속 100대 교회로 꼽혔다. 하지만 이런 외형에 어울리지 않게 한인 교회들은 지나치게 폐쇄적으로 운영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교회는 지역사회의 중심일 뿐만 아니라, 이민가정 2세 교육의 중심이다. 교회가 흔들리면 2세 한인 교육이 흔들린다. 교민들은 교계가 성장통을 딛고 새롭게 정화되기를 바란다.

기자명 LA=오종수 (언론인)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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