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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다수결을 믿으시나요?

안희곤 (사월의책 대표) webmaster@sisain.co.kr 2018년 01월 09일 화요일 제53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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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말 책을 처음 발굴했을 때만 해도 쾌재를 불렀다. 소선거구제에 단순 다수결을 골자로 한 현재의 엉터리 선거제도에 의미심장한 일격을 날릴 책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다. 2016년 총선이 다가오고 있었고, 늘 그랬듯이 정당 지지율이나 민의와는 반대로 2등 정당이 의석수 1위를 차지하는 웃기는 결과가 나오리라 예상했다. 아니, 러시아혁명 전의 어느 혁명가가 그랬다던가? 계급 모순이 심화되면 혁명이 앞당겨질 터이니 자신의 하인 급여를 깎겠다고. 이 어리석은 혁명가처럼 우리는 책이 성공하려면 야당이 지지율에서 이기고 의석수에서는 패해야 한다는 농담을 주고받기까지 했다. 다행히 결과는 전혀 달랐다.

<다수결을 의심한다>
사카이 도요타카 지음
현선 옮김
사월의책 펴냄
저자 사카이 도요타카는 일본 게이오 대학 경제학부 교수로, ‘사회적 선택이론’을 전공한 소장 경제학자이다. 소비자나 유권자 등 다중의 선택이 제도의 합리성 혹은 불합리성을 거치면서 어떠한 결과로 나타나는지 연구하는 분야다. 당연히 사고실험이나 논리적 모델과 같은 재미있는 장치를 많이 활용하여 논지를 풀어나간다.

우리는 선거에서 나타나는 이상한 현상들을 충분히 경험해왔다. 3등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가 1등보다는 오히려 2등 후보를 택함으로써 1, 2위가 역전되는 기현상, 이른바 ‘전략투표’라는 차선의 선택 방식, 사표 방지 심리로 어쩌면 가장 나을지 모르는 군소 후보를 탈락시키는 행위 등등. 이로 인해 우리의 선거제도는 늘 현실을 과대 대표하거나 과소 대표하는 결과를 피할 수 없었다.

<다수결을 의심한다>는 다수결이 반드시 다수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라는 명제에서 출발해, 민주주의 성립을 위한 선결 조건들을 맹렬하게 파고든다. 루소의 사회계약론이 담고 있는 원래의 취지를 ‘숙의민주주의’라는 견지에서 다시금 음미하고, ‘다수결’이라는 말에 함의된 대의제의 정당성에도 또 한 번 의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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