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책꽂이’ 마감일인데 나는 왜 술을 마셨을까? 해장을 위해 짬뽕이 아닌 쌀국수를 선택한 이유는 뭘까? ‘지금 당장의 쾌락’이라는 유혹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글쓰기의 영감이나 새로운 아이디어는 어디서 올까? 특정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들의 비밀은 뭘까? 그런데 필름이 끊겨서도 나는 어떻게 집을 찾아왔지? 기억이란, 무언가를 기억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기억은 왜 퇴색하고 왜곡될까? 어떻게 우린 때로 없는 기억을 만들어낼까? 의식이란 무엇인가? 실재란 무엇일까? 물질과 정신은 어떤 관계에 있나?

본다는 것은 무엇인가? 감각적 한계를 벗어난 실재, 세계의 참모습은 어떨까? 안다는 것은 무엇인가? 왜 어떤 신호는 누군가에게 의미를 가지고 누군가에겐 무의미한가? 어떻게 뇌에서 벌어지는 일이 우리로 하여금 무언가에 마음을 쓰게 하는가? 왜 앞차와 충돌하던 순간이나 높은 곳에서 떨어지던 순간은 그토록 길게 느껴졌을까? 현재를 산다는 것은 가능한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빚더미에 올라앉은 사람과, 결혼 뒤에도 연애의 유혹에 빠지는 사람의 공통점은 무얼까? 나는 어떻게 결정할까? 자유의지란 있는가? 일부일처제의 생물학적 근거는? ‘부부는 얼굴이 닮는다’라는 속설은 과학적 근거가 있나? 나는 네가 필요할까?

이야기 본능의 근원은 무엇일까?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능력은 타고나는 것일까? 공감 능력을 교육하는 건 가능한가? 왜 사회적으로 배제당하면 아픈가? 역사 속 학살과 폭력의 이유는 무엇인가? 왜 이웃들에 의해 살인과 고문이 자행되는가? 타자에 대한 비인간화를 막을 방법이 있을까? 미래에 우리는 어떤 존재가 될까? 불멸은 가능할까?

〈더 브레인〉
데이비드 이글먼
지음
전대호 옮김
해나무 펴냄
그나저나 당신은 어떻게 이 글을 읽고 있는가? 당신은 왜 〈시사IN〉을 선택했는가? 당신은 어떻게 당신이 되었는가? 당신은 누구인가?

이 질문들에 당신은 얼마나 답할 수 있는지? 혹 이런 물음들에 대해 얼마간이라도 정말 궁금해하는지? 궁금해하지만 쉽게 답할 수 없는 사람이라면 데이비드 이글먼의 〈더 브레인〉을 권하고 싶다. 이 책은 저 질문들에 대한 하나의 답안지이며, 나열한 질문의 어떤 것들은 책을 읽는 동안 생겨난 것이기도 하므로. 나 자신과 세계를 인식하는 데 중요한 문제들을 뇌과학적 관점에서 설명하고 있지만 그 질문의 의미를 사회학적·철학적 차원으로 확장시키는 책. 무엇보다 나 같은 ‘내추럴 본 문과생’도 쉽게 읽을 수 있는 훌륭한 입문서이다. 희한한 건 뇌과학 책을 읽는데, ‘정말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 ‘우리는 우리가 하는 행동에 의해 우리가 된다’란 말의 의미가 이 책만큼 실제적으로 다가왔던 책이 또 있었던가.

기자명 허은실 (시인)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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