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동설한에 누가 할매들을 길가로 불러내는가. 봄동 뜯고 감자 찌고 따뜻한 아랫목에서 화투나 치고 있어야 할 할매들을 누가 자꾸 불러내는가. 이 마을엔 법이 없어진 지 오래라며 이장님이 마을 방송을 했다. 경찰에게 맞은 부녀회장님의 앞니는 아직도 낫지 않았다. 할매들에겐 유모차가 탱크다. 할매들이 길을 막고 전열을 가다듬었다. 이곳이 전쟁터다. 소야(韶野), 아름다운 들이라는 소성리의 옛 이름이다. 할매들이 옛날을 돌려달라고 길을 막고 주먹을 말아 쥐었다. 평화를 빼앗기면 봄조차 빼앗긴다. 사드는 가고 평화는 오라!

 

ⓒ시사IN 이명익

 

 

 

기자명 사진 이명익·글 김수상(시인) 다른기사 보기 sajinin@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