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층빌딩 사이에, 나도 선다. 허리를 펴고 너희보다 꼿꼿이 선다. 너희가 내려다보지 않듯 나도 올려다보지 않는다. 그 골목골목마다 내가 있고 우리가 있다. 웃으면서 삶을 볶아낸다. 그 삶은 고층빌딩을 지탱하는 시멘트보다도 굳고 진득한 것이다. 우리는 흔들리지만 허물어지지 않는다. 어디로 이주하더라도 결국 우리의 삶이 민들레 꽃씨처럼 다시 어느 골목에 정착해 작지만 메워지지 않을 균열을 피워낼 것을 믿고 있기에, 그렇게 살아왔기에, 빌딩처럼 서서 웃는다. 더 오래갈 것은 우리의 삶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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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사회와 좋은 미래
나쁜 사회와 좋은 미래
사진 신선영·글 이문재(시인·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어떤 사회가 좋은 사회인지 나쁜 사회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그 사회가 가난한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지 살펴보면 단박에 알 수 있다. 넬슨 만델라가 남긴 말이다. 가난의 범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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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는 정의로웠나
결과는 정의로웠나
사진 이상희·글 김금희(소설가)
우리는 어느 한순간에도 완전히 안전해지지 않는다고, 모두에게 삶은 그토록 불안정하다고 넘기기에는 어딘가 비겁한, 명백한 죄책감을 원전 문제는 우리에게 안기고 있다. 우리는 그곳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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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생존 배낭 6개
우리 집 생존 배낭 6개
사진 조남진·글 피터 김용진(신촌서당 대표)
4층 빌라가 불안해 근처 단독주택으로 피신했다. 지진이 나면 근처 중학교 운동장으로 가야 하는데 다섯 살, 한 살 아이를 데리고 그 허허벌판에 서 있을 수는 없었다. 경주에 이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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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라져야 하나요
우리는 사라져야 하나요
글·사진 장준희
미얀마 북서부 라카인 주(아라칸 주) 사츄리아 마을에 사는 일곱 살 맘모슈와. 지난 8월26일 소년은 불교도인 라카인족 민병대의 습격을 받았다. 칼로 베인 깊은 상처를 입은 소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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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마지막 얼굴
우리의 마지막 얼굴
사진 성남훈·글 문태준(시인)
불이 사그라진다. 바람이 나간다. 혈액의 운행이 멎는다. 한 사람이 그렇게 우리와 이별한다. 파블로 네루다는 시 ‘죽은 가난한 사람에게’에서 이렇게 썼다. “오늘 우리는 우리의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