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층빌딩 사이에, 나도 선다. 허리를 펴고 너희보다 꼿꼿이 선다. 너희가 내려다보지 않듯 나도 올려다보지 않는다. 그 골목골목마다 내가 있고 우리가 있다. 웃으면서 삶을 볶아낸다. 그 삶은 고층빌딩을 지탱하는 시멘트보다도 굳고 진득한 것이다. 우리는 흔들리지만 허물어지지 않는다. 어디로 이주하더라도 결국 우리의 삶이 민들레 꽃씨처럼 다시 어느 골목에 정착해 작지만 메워지지 않을 균열을 피워낼 것을 믿고 있기에, 그렇게 살아왔기에, 빌딩처럼 서서 웃는다. 더 오래갈 것은 우리의 삶뿐이다.

ⓒ박김형준지난해 철거된 아현동 포장마차는 서울 공덕동 경의선 공유지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작은 거인’ 이모 조용분씨.

 

기자명 사진 박김형준·글 김민섭(사회문화 평론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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