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지역의 최저기온이 영하 10℃까지 떨어진 12월14일, 권호준씨(가명·41)는 새로 이사할 전셋집을 찾느라 종일 대구 시내를 돌아다녔다. 지금 사는 집에 계속 거주하려면 전세금을 1억3000만원에서 1억7000만원으로 4000만원이나 더 올려줘야 한다. 이미 억대 빚더미에 올라 있는 권씨로서는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권씨는 작은 원자재 상점을 운영하며 3억원짜리 아파트를 보유한 중산층이었다. 그러나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토니버거’ 창업에 손을 대면서 혹독한 겨울을 지내게 되었다.

우연히 대구 신도시 지역에서 괜찮은 상가를 발견한 게 화근이었다. 상가 분양팀장은 전망 좋은 프랜차이즈라며 토니버거를 권유했다. 이미 토니버거 가맹 본사와 상가 분양팀 간에 입점 합의가 되어 있었다. 프랜차이즈 본사 담당 직원은 권씨에게 “이미 상가 인테리어 설계까지 다 끝난 상태다. 확실한 수익을 보장한다. 이곳에 창업하려는 다른 사람들도 많다”라며 계약을 권했다. 인테리어·설비비 2억4000만원 등 ‘순수 창업비용’으로만 3억원 정도가 들었다. 임차보증금은 1억1000만원. 매월 430만원의 임차료도 엄청난 부담이었다. 권씨는 아파트를 팔고 지인들로부터 돈을 끌어모아 창업자금과 임차보증금을 마련했다.

ⓒ시사IN 신선영서울의 한 토니버거 매장. 가맹 본사의 무리한 물류비용 청구에 업주는 폐업을 결정했다.
권씨가 이 상가에서 토니버거를 오픈한 건 지난해 3월. 가게는 오래가지 못했다. 아무리 매출을 올려도 적자가 쌓여갔다. 결국 올해 8월, 권씨는 1년5개월 동안 운영한 토니버거 매장을 그만두기로 결심했다. 권씨는 “차라리 영업을 안 하고 월세만 내는 게 더 이익이었다. 임대차 계약이 끝나지 않은 상태라 새로 상가에 들어올 사람이 생기기 전까진 월세를 내야 한다. 임차료를 따로 마련하기 어려워 매달 보증금이 깎여나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전 재산이나 다름없던 창업자금 3억원도 폐점과 함께 증발했다.

토니버거 창업에 나섰다가 전 재산을 날린 사람은 권씨만이 아니다.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토니버거 점주 18명은 지난 11월 토니버거 가맹 본사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점주들이 가장 심각하게 여기는 문제는 바로 물류비용(햄버거 재료값)이다. 당초 가맹 본사는 물류비용이 매출액의 43~45%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창업 후에는 매출액의 60%에 육박하는 물류비용을 청구했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아무리 매출을 올려도 가맹 본사가 가져가는 돈이 너무 많다는 주장이다.

프랜차이즈 창업은 가맹 본사의 노하우와 물류 시스템, 각 점주의 자본과 노동력이 서로 결합하여 이루어진다. 이때 종종 문제가 되는 게 제품 원자재 가격인 ‘물류비용’이다. 토니버거의 경우 햄버거 패티, 빵, 냅킨, 포장지 등 원자재 대부분을 토니버거 본사에서 독점 공급하도록 계약을 맺는다. 점주들은 이 ‘재료 공급액’ 자체가 과다 산출되었다고 주장한다. 프랜차이즈는 매출액에서 물류비, 인건비, 임차료, 세금, 가맹점 로열티 등을 떼고 남는 돈이 점주의 소득이 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통상 전체 매출액의 7~15% 정도는 남아야 정상적인 프랜차이즈 운영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물류비용을 필요 이상으로 청구해 가맹 본사가 과도한 이윤을 챙기는 경우 ‘원자재 통행세’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최근 가맹 본사 회장이 구속된 ‘미스터피자’나, 공정위가 12월12일 과징금을 부과한 ‘바르다 김선생’도 이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시사IN 김동인토니버거 가맹점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아래는 서울 청담 직영점의 영업종료 안내문.
과도한 ‘원자재 통행세’에 가맹 점주들 휘청

2016년 12월에 경기도의 한 역세권에서 토니버거 지점을 연 윤 아무개씨(34)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윤씨 지점의 2017년 상반기 총매출액은 약 1억5500만원이다. 그러나 이 점포를 운영한 점주가 지불한 ‘매출원가(물류비용)’는 약 9000만원, 전체 매출액의 58% 정도가 물류비로 빠져나갔다. 6개월간 윤씨 점포의 영업손실액은 약 1700만원. 윤씨 본인의 인건비는커녕, 가게를 운영할수록 빚이 늘어갈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물류비 외에도 윤씨는 매달 평균 15만~20만원씩 본사에 ‘가맹점 로열티’까지 지급했다. 최근 폐업을 결정한 윤씨 역시 퇴직금과 대출로 마련한 창업비용(약 3억원)을 모두 날리게 되었다.

토니버거는 2015년 설립된 이후 공격적으로 매장을 확대해왔다. 한때 전국 매장 수가 50개를 웃돌았다. 올해 1월부터 물류 운영에 문제가 발생했다. 점주들에 따르면, 햄버거 재료를 신청해도 납품받지 못하는 경우가 잦았다. 본사는 지점에 원자재를 독점 납품하기로 계약하고 있다. 본사에서 재료를 공급하지 못하면, 지점들로서는 영업할 방법이 없다. 가맹 본사는 올해 8월, 정상적인 재료 공급이 어렵다며 본사가 가지고 있던 납품 권한을 제3자 회사인 G업체에 위임하기까지 했다.

가맹 본사가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는다는 징후는 곳곳에서 발견됐다. 본사가 직접 운영하는 직영점까지 잇따라 문을 닫았다. 지난 7월과 9월, 서울의 토니버거 직영점 두 곳이 폐점했다. 이처럼 수익 전망이 악화되고 물류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도 토니버거는 계속 신규 가맹점을 받았다. 올해 10월에 개업한 한 수도권 매장은 폐점한 토니버거 직영점의 설비를 옮겨와 가게를 열기도 했다.

토니버거 사태의 중심에는 현재 가맹 본사를 이끌고 있는 김선권 대표가 있다. 김 대표는 커피 프랜차이즈 ‘카페베네’를 설립해 한때 업계 1위까지 끌어올린 유명 인사다. 그러나 카페베네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지점이 줄어들었고, 김씨 역시 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블랙스미스’ ‘디셈버24’ 등 후속 프랜차이즈의 거듭된 폐점 이후 김씨가 재기를 노린 브랜드가 바로 토니버거다.

김선권 대표가 처음부터 토니버거 사업의 전면에 나선 것은 아니다. 법인 설립 이후 지난해 11월까지 토니버거 대표이사로 활동한 인물은 홍 아무개씨다. 홍씨가 2016년 11월 대표직에서 사임하며 김선권씨가 대표이사에 올랐다. 토니버거 가맹 본사에서 일한 한 내부 관계자는 “홍씨가 대표이사이던 시절에도 실권은 이미 김선권 대표에게 호의적인 인사들이 쥐고 있었다. 회사 고위층들은 ‘원래 프랜차이즈업은 물류비용에서 이윤을 남겨’라고 공공연하게 말하곤 했다”라고 말했다.

가맹 본사 직원 급여는 2017년 1월부터 정상적으로 지급되지 못했다. 일부 직원은 개인 돈으로 구입한 식자재를 점주들에게 보내주기도 했다. 이때 지출한 개인 돈을 아직 회사 측으로부터 지급받지 못한 직원도 있었다.

토니버거 점주협의회에 따르면 현재 협의회에 모인 점주 33명 가운데 어쩔 수 없이 가게를 유지하고 있는 이들은 총 20명 정도인 것으로 파악된다. 점주 가운데 다수는 본사로부터 물류보증금 100만원과 각종 상품권 비용(온라인 쿠폰 등으로 판매한 매출)을 지급받아야 하는데 아직 정산받지 못했다고 푸념한다. 올해 수도권에 매장을 열었던 한 점주는 “어렵게 구한 억대 창업 자금을 몇 달 만에 날렸다. 가맹 본사 내부 사정이 저 지경인 줄 알았다면 창업을 결심하지도 않았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시사IN〉은 토니버거 가맹 본사의 해명을 듣기 위해 전화를 걸고 문자를 남겼지만 응답하지 않았다.

기자명 김동인 기자 다른기사 보기 astori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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