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14일은 동시다발로 ‘악’ 소리가 나는 날이었다. 징역 25년을 구형받은 피고인 최순실은 휴정 시간에 대기실에서 ‘으아아악~’ 괴성을 질렀다. 구형 직후 포털에는 ‘최순실 나이’가 실검 1위에 올랐다. 1956년생, 만으로 61세이니 구형량대로 선고가 나면 25년간 복역해야 한다. 그녀의 나이 86세. 이를 두고 최순실씨 변호인은 “옥사하란 얘기”라며 반발했지만, 누리꾼들은 “100세 시대라니… 좋다는 거 다 먹고 입고 발랐을 테니 만기 출소해도 생생할 것이다”라고 냉소했다. 1심 선고는 내년 1월26일로 잡혔는데, 누리꾼의 관심은 재판부가 혹시 검찰 구형보다 더 많은 형량을 선고할 가능성은 없는지, 이번 구형이 최씨보다 다섯 살 많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분석하는 쪽으로 빠르게 옮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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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국정 농단의 또 다른 축으로 수사를 받아온 우병우 전 민정수석은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악’ 하고 비명을 질렀다.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나오다 기자들에게 떠밀려 유리문에 부딪친 것인데, 팔을 부여잡고 고통스러워하던 우 전 수석은 기자들에게 예의 ‘레이저 눈빛’을 쏘아대며 “왜 그래, 왜!”라고 소리쳤다. 

그러나 이날 최악으로 ‘악’ 소리가 난 곳은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 현장에 동행한 청와대 출입기자들 사이에서다. 문 대통령을 취재하던 한국 기자들이 취재를 제지하던 중국의 사설업체 경호원들에게 항의하던 와중에 집단 폭행을 당하는 불상사가 생긴 것(사진). 크게 다친 두 기자는 현지에서 응급조치를 받은 후 다음 날 귀국해 입원했다.

국빈 방문에 나선 대통령을 수행한 기자들이 현지 경호원들에게 두들겨 맞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는데, 국내 여론은 두 갈래로 나뉜다. “굴욕 외교를 하느라 자국 기자도 보호하지 못한 정부는 책임져라”, “기레기들이 맞을 짓을 했겠지”. 해석의 영역을 떠나 빼도 박도 못할 사실은 한국 언론인이 중국 경호원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했다는 점이다. G2를 자부한다는 중국에서 발생한 반인권적인 일에, 가장 먼저 비판해야 할 대상은 중국이다. 한국 내부에서부터 화살을 엉뚱한 데로 돌리니 중국의 〈환구시보〉는 이를 악용한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한국 기자들이 잘못했다는 게 한국 내 여론이다.”

기자명 이숙이 기자 다른기사 보기 sook@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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