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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webmaster@sisain.co.kr 2017년 12월 21일 목요일 제53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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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이름은 유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권일영 옮김, 알에이치코리아(RHK) 펴냄


“승부를 겨뤄보지 않겠는가. 누가 진짜 고수인지, 확실히 가려보지 않겠는가.”


광고회사 사원인 사쿠마는 자신의 기획을 퇴짜 놓은 대기업 부사장의 저택 주변을 배회하다가 담장을 넘어 나오는 묘령의 여성을 목격하게 된다. 사쿠마는 부사장의 딸이라는 그녀로부터 ‘나를 유괴해달라’는 기괴한 제안을 받게 되는데….
일본 최고의 미스터리 소설가로 불리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최근 작품들만 읽고 실망했다면 이 소설을 권한다. 인질과 범인이 공모한 유괴 사건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경쾌하게 풀어내면서, 뒤통수를 치는 반전도 있다. 다시 읽으며 복선을 확인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작가의 초기 작품에 속하지만 꿈이 깊고 격이 높다. 재출간할 가치가 충분하다는 의미다. <게@임>이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되기도 했다. 잘 만든 영화지만 결말은 소설과 좀 다르다.



슬픈 인간
나쓰메 소세키 외 지음, 정수윤 옮김, 봄날의책 펴냄

“고양이의 기일에는 아내가 어김없이 연어 한 토막과 가쓰오부시 뿌린 밥 한 공기를 무덤 앞에 올린다.”


1.62㎏의 작고 아픈 고양이를 집에 들인 게 지난여름이었다. 무더위 내내 털 짐승을 끌어안고 긍긍하며 보냈다. 사료나 물을 조금만 남겨도, 대변이 조금만 물러도 마음이 내려앉았다. 하루가 멀다 하고 잡곤 했던 저녁 술 약속도 사라진 지 오래다. 어쩌자고 어린 생명을 집에 들였을까 생각했다. 더는 고양이가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없게 됐다. 길에서라면 죽었을 목숨을 거둔 죄로 자주 고양이의 마지막을 준비해야 했다.
언젠가 내 고양이도 늙고 병들 것이다. 그때쯤이면 더 많은 죽음을 경험했을 나는 그 죽음 앞에 무덤덤할 수 있을까. 다섯 쪽짜리 짧은 수필을 읽는 동안 가늠할 수 없는 감정들이 몸속을 헤집고 다녔다. 나쓰메 소세키를 비롯해 일본 근현대 작가 26명의 산문 41편이 실린 책.



이 삶을 사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니나 리그스 지음, 신솔잎 옮김, 북라이프 펴냄

“하나의 밤을 견뎌 또 다른 밤을 맞이하기 위해 간절한 마음으로 살아낸 날들이었다.”


삶이란 어른들이 돌아가시고 아이들이 자라는 거라던데. 누군가의 죽음을 접할 때마다 되뇌는 작가 김연수의 말이지만, 모든 죽음은 기실 잔인하다. 특히 이제 갓 어른이 된 자와의 이별에는 쉽게 마음이 일렁인다.
그래서 서른여덟 살에 유방암 선고를 받은 저자의 얘기를 차분하게 읽기가 힘들었다. 저자는 담담하고 유머러스하게 자신의 상황을 말하지만 슬픈 건 어쩔 수 없다. 그녀가 숨진다는 결론을 알아서다.
에필로그는 저자의 남편이 썼다. ‘니나가 가장 좋아하던 때는 아침이었고, 2017년 2월26일 아침 6시 해가 떠오르기 전에 세상을 떠난 것이 그녀답다고 느껴졌다’라는 마지막 문장을 읽다 목이 멨다. 남은 자들의 삶은 계속된다. 그 삶이 무엇이냐고 스스로에게 자꾸 되묻게 만든다.



딥 씽킹
가리 카스파로프 지음, 박세연 옮김, 어크로스 펴냄

“이제 우리에게 남은 일은 새로운 과제와 사명, 그리고 산업을 창조하는 것이다.”


“테이블 맞은편에 새로운 차원의 지능이 앉아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1996년 가리 카스파로프가 IBM의 슈퍼컴퓨터 딥블루와 체스 게임을 둔 뒤 밝힌 소감이다. 1996년 대국에서는 승리했지만 1년 뒤에 결국 체스 게임 왕좌를 내주었다. 카스파로프는 기계와의 대결이 가져온 생소함과 불안감, 그리고 좌절감을 그대로 남겨두는 대신 철저히 복기하는 길을 택했다. 그는 앨런 튜링의 체스 기계부터 알파고까지 인공지능 기술이 탄생하고 진화해온 과정을 되짚으며, 그 뒤에 가려진 ‘생각하는 기계’를 만들고자 했던 수많은 과학자들의 열정과 분투를 복원해냈다. 인공지능 기술이 산업과 노동 전반을 재편하고 우리의 일상으로 파고든 오늘날, 기술 진보의 의미를 조망한 그의 기록은 값지게 다가온다.



식습관의 인문학
비 윌슨 지음, 이충호 옮김, 문학동네 펴냄

“영양분은 음식을 삼킨 이후에 따져야 할 문제이다. 정말로 중요한 문제는 ‘어떻게’ 먹느냐 하는 것이다.”


누구나 만족할 수 있는 맛의 지점을 ‘지복점’이라 한다. 식품회사들이 하는 연구는 대부분 이 ‘절대 맛’을 찾는 것이다. 그들의 광고는 우리 앞에 무한한 선택이 존재하는 듯한 환상을 일으키지만 결국은 자신들이 설정한 맛에 우리를 길들인다. 그리고 그 결과는 비만이다.
저자는 식습관이 본능을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가 아니라 인위적인 환경에 따라 학습된 결과라고 말한다. 심리학자· 신경과학자·인류학자·생물학자의 연구 결과가 모두 이를 증명한다며, 특정 식품에 대한 우리의 선호가 학습된 것이기 때문에 학습을 통해 이를 개선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음식과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는 습관은 현대 사회의 자극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구명조끼와 같은 것이라고 말한다.



네이버후드 프로젝트
데이비드 슬론 윌슨 지음, 황연아 옮김, 사이언스북스 펴냄

“이기와 배신이 넘쳐나는 각박한 도시의 삶을 보다 나은 것으로 만들 수는 없을까.”


진화론은 생명을 이해하는 가장 강력한 렌즈다. 그렇다면 진화론이 인간의 삶을 더 낫게 만드는 도구로도 쓰일 수 있지 않을까? 진화학계의 이단아 데이비드 슬론 윌슨은 ‘빙엄턴 네이버후드 프로젝트’라는 사회 실험을 통해 우리가 더 낫게 살 수 있는 조건과 환경을 탐색했다. 인구 5만인 오래된 도시 빙엄턴에서 도시 전체 규모로 사회성 실험을 수행하고 그 결과를 흥미진진하게 기록한다. 진화의 렌즈는 말벌과 소금쟁이뿐만 아니라 인간과 도시를 달리 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는 사실을 실감나게 입증한다. 책은 윌슨이 진화학 싱크탱크를 만드는 과정에서 만난 학계 인사들과의 흥미진진한 교류 이야기와, 인간 사회를 성찰하게 만드는 생물학 연구 이야기를 두루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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