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도대체 무얼까? 책에는 이렇게 나와 있다. 사랑을 하게 되면 당신이 당연하게 여겨온 것, 일상생활 전반의 토대가 흔들리고 이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고. 이 숙명적 만남으로 인해 인생의 좌표가 바뀌리라는 점을 알면서도, 오히려 바로 이 때문에 사랑을 하게 된다는 것. 결국엔 이 새로운 현재가 당신의 과거와 미래를 재구성하기까지 한다.

이것은 곧 혁명이 아닐까? 저자는 사랑에 빠지는 것 자체가 곧 혁명이라고 말한다(“진정한 혁명적 순간은 사랑과도 같다”). 저자는 20세기 혁명의 주역들에게 사랑에 관해 질문을 던진다. 왜 레닌이나 체 게바라 같은 가장 급진적인 혁명가들조차 사랑의 급진성을 두려워했을까? 왜 68혁명 주역들은 성 해방만을 내세웠을까? 왜 현대 사람들은 사랑을 자유로운 섹스로만 여길까?

〈사랑의 급진성〉 스레츠코 호르바트 지음, 변진경 옮김, 오월의봄 펴냄

책 속에 나오는 러시아혁명의 한 예를 살펴보자. 혁명으로 새로운 사회가 만들어지자 자유로운 사랑에 관한 담론도 활발하게 논의되었다. 알렉산드라 콜론타이와 이네사 아르망은 공산주의 혁명이 성·사랑 혁명과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레닌은 프롤레타리아 여성들이 사랑에 대한 토론을 즐기기에는 적절한 때가 아니라고 답했다. 혁명을 이룬 다음에 사랑 문제를 생각하자면서 사랑을 뒤로 미룬 것이다. 그 결과 어떻게 되었는가? 소련 사회는 국가가 개인의 성생활까지 통제하기에 이르렀다. 사랑 없는 혁명은 결국 관료주의로 변질된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촛불혁명’은 한국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꿨을까? 사랑의 관점에서 본다면 전혀 그렇지 않은 듯하다. 여성 혐오, 동성애 혐오 등 각종 혐오 문제는 하나도 해결되지 않았다. 특히 동성애자들이 자유롭게 사랑할 수 있어야 진정한 ‘혁명’이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한국 사회에서 더 많은 사랑에 관한 담론이 이야기되었으면 좋겠다.

기자명 박재영 (오월의봄 대표)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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