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꺼진 숙소엔 잠들지 못한 소년들이 있었다. 낮 동안 못했던 속 얘기를 나누며 서로 위로했다. 일생일대의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참여해 탈락의 두려움과 잔류의 기대에 한 발씩 걸치고 버텨온 몇 개월, 지켜보는 이들까지 신경쇠약에 걸리기 직전이었다. 소년은 별빛을 바라보며 말했다. “데뷔하면 진짜 재밌겠지?”
천진한 기대가 이뤄진 걸까. 강다니엘은 오디션 프로그램 Mnet 〈프로듀스 101〉 시즌 2에서 최종 1등을 거머쥐며 아이돌 그룹 ‘워너원’으로 데뷔해 재밌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TV에서 보던 분들이 옆에 앉아 있는 게 신기하고 재미있다”라고 말하는 그는 모든 스케줄을 잔뜩 즐기고 있는 듯 보인다. 〈프로듀스 101〉 때부터 환한 미소와 귀여운 코멘트 덕에 ‘리액션 부자’로 불리곤 했다.
그에게서는 자기 몫을 꼭 해야 한다는 강박도, 신인 특유의 의기소침함도 느껴지지 않는다. 여유 있게 주변을 살펴보고 순수하게 감탄하다 필요한 시점에 자기 모습을 자연스레 내보인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매우 다양한 모습을 지니고 있다. MBC 〈이불 밖은 위험해〉에서는 젤리를 물고 사는 아이 같은 모습을, KBS 2 〈해피투게더 3〉에서는 능글거릴 줄도 아는 연하남의 매력을, SBS 〈마스터키〉에서는 게임에는 능하지만 어쩐지 잘 속아 넘어가는 친근함을, Mnet 〈워너원 고〉에서는 어머니에게 ‘소녀의 꿈’이라는 꽃말의 수국을 선물하고 길고양이를 입양해 돌보는 다정한 면모를, tvN 〈SNL〉과 신곡 ‘뷰티풀’ 뮤직비디오에서는 뜻밖의 반항아 연기를 선보였다. 광고와 화보 촬영에서도 매번 색다른 모습으로 등장한다.
그런 그가 가장 즐기는 스케줄은 역시 무대다. 강다니엘을 지금의 자리에 올 수 있게 만든 원동력도 무대였다. 〈프로듀스 101〉 방송 초반만 해도 춤과 노래하는 모습은 좀체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러다 본 방송 대신 ‘직캠’에서 뛰어난 실력을 발산하며 스스로 팬들을 불러 모았다. 강다니엘은 ‘무대 장인’ ‘자영업자’라는 별명을 얻으며 〈프로듀스 101〉에서 점차 높은 순위로 나아갔다. 무대마다 다른 분위기로, 그러나 한결같이 완벽한 무대를 선보인 덕이다.
이러한 모습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의 별명은 ‘연습 변태’다. 중학생 시절 왕복 3시간이 걸리는 댄스 학원에 다니면서도 힘들다는 투정 한번 없이 그 시간을 즐겼다고 회고한다. 자신에게는 냉정하지만 주변에 대한 사려 깊은 관심과 감사를 잊지 않는다. 데뷔를 앞두고 멤버 하나하나와 팬들에 대한 사랑을 빼곡히 적은 손 편지, 팬들을 만나는 자리마다 건네는 다정한 인사와 미소를 보면 ‘아이돌 2회차’가 아닌가 싶을 정도다. 잠잘 시간도 부족한 스케줄을 걱정하는 팬들의 마음도 다 안다는 듯 “바쁘면 오히려 살아 있다고 느낄 때가 많다”라면서 좋아하는 것에 ‘쪽잠’을 적어넣기도 했다. 그가 입버릇처럼 말하는 ‘재미’는 생각보다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마몸디얼’ ‘베이글’ ‘단짠단짠’ 하는 강다니엘의 매력
그래서 강다니엘을 보면 흥미롭다. 수많은 별명 중 ‘마몸디얼 (마블이 빚은 몸에 디즈니가 빚은 얼굴)’ ‘베이글’ ‘단짠단짠’처럼 성숙함과 귀여움이 기묘하게 공존하는 매력을 지녔다. 매일 새롭고 신선한 그의 얼굴에 감탄하며 “강다니엘 덕질 정말 재미있다”라고 외치게 된다. 나 같은 이가 한둘이 아닌 모양인지, 포털 사이트 주간 검색어 순위에 몇 개월째 오르기도 했다. 다양한 연령층과 서로 다른 취향을 가진 이들이 이토록 사랑하는 이유는 강다니엘이 가진 반전 매력 때문이 아닐까 싶다.
정해진 그룹 활동 기간은 이제 1년 남짓 남았고, 이후의 일은 도저히 가늠이 안 된다. 더 이상 불 꺼진 숙소의 연습생 소년을 걱정하는 마음은 아니다. 또 어떤 매력이 숨어 있을지, 다음 무대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하게 한다. 탈락한 연습생을 위로하던 “어떻게 됐든 다 잘될 사람들이니까, 우리는”이라는 그의 말을 다시 돌려주고 싶다. 강다니엘 역시 그런 사람이니까. 12월10일 그가 태어난 날을 축하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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